하이엔드 시계 제조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담은 세계 최대 시계 박람회이자 시계 업계 최대 축제인 ‘워치스 앤 원더스 제네바(Watches and Wonders Geneva) 2024’를 들여다본다.

[워치스 앤 원더스 제네바 2024]
WELCOME TO GENEVA, WATCHES AND WONDERS 2024 - ①
전 세계 시계 브랜드가 모이는 박람회 ‘워치스 앤 원더스 제네바(Watches and Wonders Genava·이하 워치스 앤 원더스) 2024’가 지난 4월 9일부터 15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의 팔렉스포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워치스 앤 원더스는 규모와 인지도 등 모든 면에서 비교 불가한 시계 산업 최대 축제로 거듭났다. 이 기간 동안 워치스 앤 원더스를 찾은 방문객은 전년 대비 14% 성장한 4만9000명,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watchesandwonders2024는 폐막일 기준 6억 명 이상 도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경 머니에서는 올해 워치스 앤 원더스를 관통하는 네 가지 키워드부터 각 브랜드별로 꼭 기억해야 할 신제품을 총망라해 소개한다.


(왼쪽부터) 케이스 두께가 1.7mm에 불과한 불가리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시계다. 피아제는 두께가 2mm에 불과한, 가장 얇은 투르비용인 알티플라노 울티메이트 컨셉 플라잉 투르비용을 선보였다.
(왼쪽부터) 케이스 두께가 1.7mm에 불과한 불가리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시계다. 피아제는 두께가 2mm에 불과한, 가장 얇은 투르비용인 알티플라노 울티메이트 컨셉 플라잉 투르비용을 선보였다.
새로운 세계기록

최고의 시계 박람회인 만큼 이 순간을 위해 노력한 브랜드의 결실이 느껴졌다. 바로 세계 최고라는 타이틀이다. 먼저 옥토 피니씨모 컬렉션으로 이 시대 울트라-씬 최강자로 올라선 불가리는 다시 한번 세상에서 가장 얇은 기계식 시계를 선보였다. 주인공은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 케이스 두께가 1.7mm에 불과해 기존 기록 보유자인 리차드 밀의 ‘RM UP-01 페라리’보다 0.05mm 얇아졌다. 이어서 울트라-씬 명가 피아제는 두께가 2mm에 불과한, 가장 얇은 투르비용인 ‘알티플라노 울티메이트 컨셉 플라잉 투르비용’을 선보였다. 이전 세계기록은 불가리가 지닌 3.95mm로, 독립적으로 회전하는 투르비용 케이지를 포함한 시계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말 놀라운 수치다. 마지막으로 바쉐론 콘스탄틴은 63가지 기능을 합친 회중시계인 ‘캐비노티에 더 버클리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을 선보여 자사가 보유하던 최고 복잡한 시계기록을 스스로 경신했다.
청명한 대낮을 표현한 호라이즌 블루 컬러의 IWC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44
청명한 대낮을 표현한 호라이즌 블루 컬러의 IWC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44
여전한 컬러풀

올해도 다채로운 컬러 다이얼이 다수 등장했고, 신소재와 신공법의 적극적 활용으로 일반적 금속의 컬러와 질감을 벗어난 케이스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다만 약간의 변화가 감지됐다면, 최근 몇 년간 눈에 띄는 비비드 컬러를 자주 사용한 것에 비해 약간 톤 다운된 느낌과 파스텔 톤 컬러가 대세인 듯했다. 그중에서도 스카이블루가 자주 눈에 띄었다. 파텍 필립은 오팔린 블루 그레이 다이얼에 하이엔드 워치에서 보기 어려운 캐주얼한 데님 패턴 스트랩을 매치해 신선함을 보여주었다. IWC는 베스트셀러 컬렉션 포르투기저를 리뉴얼하며 하루 동안 볼 수 있는 하늘의 컬러를 모두 다이얼에 담아냈는데, 그중에서도 청명한 대낮을 표현한 호라이즌 블루가 크게 주목받았다. 또한 획기적 디자인과 혁신 소재를 도입하는 데 앞장서 온 위블로는 ‘빅뱅 MP-11 파워리저브 14 데이즈’의 케이스 소재로 지중해가 떠오르는 워터 블루 컬러 사파이어 크리스털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케이스 지름 40mm, 로즈 골드 소재로 선보인 파르미지아니의 토릭 프티트 스몰 세컨드
케이스 지름 40mm, 로즈 골드 소재로 선보인 파르미지아니의 토릭 프티트 스몰 세컨드
황금빛 물결

화려한 골드 케이스의 신제품도 유난히 눈에 띄었다. 스포츠 워치의 대명사 롤렉스는 수심 3900m까지 잠수가 가능한 프로페셔널 다이버 워치 ‘딥씨’의 골드 브레이슬릿 버전을 공개했고, 합리적 가격을 추구하는 튜더에서도 ‘블랙 베이 58’로 자사에서 보기 드문 골드 브레이슬릿 버전을 발표했다. 파르미지아니는 브랜드의 첫 번째 컬렉션인 ‘토릭’을 부활시키며 케이스는 물론 핸즈와 인덱스, 다이얼, 무브먼트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파트를 골드로 제작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외에도 파텍 필립 골든 엘립스 브레이슬릿, 바쉐론 콘스탄틴의 오버시즈 컬렉션 그린 다이얼 등 전통적 하이엔드 워치메이커도 골드 모델을 강화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에르메스의 새로운 컬렉션, 에르메스 컷은 일체형 브레이슬릿을 갖춘 케이스 지름 36mm의 모던 스포츠 워치다.
에르메스의 새로운 컬렉션, 에르메스 컷은 일체형 브레이슬릿을 갖춘 케이스 지름 36mm의 모던 스포츠 워치다.
작아진 크기

시계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 긴 관점에서는 2000년대 이후 잠시 커진 시계가 다시 고전적 분위기로 돌아가고 있다. 현시대에는 케이스 지름 40~41mm를 일반적 크기로 보는데, 최근 이보다 작은 시계가 속속 출시되며 클래식 컬렉터를 유혹하고 있다. 게다가 시계에 대한 여성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브랜드는 이런 작은 시계를 미드 사이즈 혹은 유니섹스라는 표현 아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고 있다. 에르메스의 새로운 컬렉션 ‘에르메스 컷’은 일체형 브레이슬릿을 갖춘 케이스 지름 36mm의 스포츠 워치다. 전체적으로 곡선을 강조한 형태와 여성적인 컬러를 적용했지만 작은 시계를 원하는 남성에게도 문제없는 중성적 디자인이 특징이다. 까르띠에는 최초의 손목시계이자 자사를 대표하는 아이콘인 ‘산토스-뒤몽’의 한정판을 다수 선보였는데, 기존 모델의 다양한 크기 중 XL 대신 모두 폭 31.5mm의 L 버전을 선택했다. 미드 사이즈라 불릴 만한 크기다. 이런 다운사이징은 상대적으로 손목의 두께가 얇은 한국 소비자에게 특히 반가운 트렌드다.

양정원 기자 neiro@hankyung.com · 김도우 워치 칼럼니스트
사진
워치스앤원더스 제네바·각 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