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딩 뱅크 KB금융이 양종희 회장의 전두지휘 아래 변화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사내 브레인에서 그룹의 수장으로 거듭난 양 회장이 그리는 KB금융의 新르네상스가 실현될 수 있을까.

[대한민국 금융그룹 대해부] KB금융
양종희 회장이 올해 초 ‘2024년 상반기 그룹 경영진워크숍’에서 총평을 하고 있다. 한국경제
양종희 회장이 올해 초 ‘2024년 상반기 그룹 경영진워크숍’에서 총평을 하고 있다. 한국경제

지난해 11월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의 취임은 KB금융그룹의 역사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KB금융을 대한민국 ‘리딩뱅크’로 이끈 윤종규 전 회장이 9년간 긴 항해를 접고, 새 선장에 양 회장이 선출됐기 때문이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포스트 윤종규’에 집중됐고, 화려한 타이틀은 양 회장이 견뎌내야 할 왕관의 무게가 됐다.

특히, 취임 초부터 직면한 홍콩H 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 부담, 취약한 글로벌 사업 강화 등 각종 난제들은 그의 리더십을 향한 기대와 우려로 이어졌다. 하지만 어느덧 ‘취임 6개월’을 넘긴 양 회장의 그룹 내외부 평가는 대체로 합격점이다. 비결은 그가 매 순간 강조한 ‘상생’에서 비롯됐다.

양 회장은 지난해 취임식에서 경영 방향 1순위로 ‘상생’을 꼽았다. 그는 “사회와 끊임없이 상생하는 경영을 실천하겠다”며 “기업도 재무적 가치뿐만 아니라 고객과 사회적 가치를 균형 있게 추구하는 기업만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고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대한민국 금융의 스탠더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적도 ‘맑음’ KB 전략통의 진가
양 회장이 지난 5월 3일 KB여의도직장어린이집을 찾아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건네고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경제
양 회장이 지난 5월 3일 KB여의도직장어린이집을 찾아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건네고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경제
그의 약속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실현되고 있다. KB금융은 2018년 교육부와 맺은 750억 원 규모의 업무협약을 시작으로 전국의 초등돌봄교실 및 국·공립 병설유치원의 신·증설을 지원해 왔다. 지난해부터는 지역 단위의 돌봄 모델인 ‘거점형 돌봄기관’ 구축을 확대할 계획으로 2027년까지 총 500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청년의 실업난 해소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운영 중인 ‘KB굿잡’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상생금융을 실천하고 있다. KB금융은 KB굿잡 취업박람회에 참가한 구인 기업을 대상으로 ‘KB굿잡 금리우대 프로그램’과 ‘KB굿잡 채용지원금’ 지급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 제도를 통해 2022년 말 누적 기준 2284개 업체의 1만851명에게 약 76억 원을 지급했다.

KB금융의 계열사들도 각각 특색 있는 상생금융 지원 및 프로그램에 적극적이다. KB국민은행은 총 3721억 원의 은행권 민생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는 은행 중 가장 큰 규모다. 은행권 공통 프로그램인 ‘자영업자·소상공인 이자 캐시백’ 지원에 3005억 원, 자율 프로그램에 716억 원을 투자했으며 지난 2월에는 약 26만 명의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이자 캐시백을 지원했다. KB손해보험도 자동차보험료를 2.6%가량 인하한 데 이어 개인용 자동차보험의 걸음 수 할인특약 할인율을 기존 3%에서 5%로 상향 조정하고 가입 대상을 넓히는 등 상생금융에 동참했다.

하지만 수장의 성적표는 결국 실적이 말한다. 양 회장 취임 이후 KB금융은 지난해 4조6319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실현하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는 데 성공했다. ‘리딩금융’의 위용을 다시 한번 공고히 한 순간이다. KB금융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모든 톱 라인이 고르고 강력한 수익 창출을 이어 간 결과, 2023년 총 영업이익이 역대 최대 수준인 17.8%의 연간 성장률을 달성하며 16조 원대로 올라섰다”며 “전사적 차원의 비용 효율성 개선 노력의 결실로 그룹 영업이익경비율(CIR)도 역대 최저 수준인 41.0%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호실적은 비은행 계열사들의 활약 덕분이다. 이는 과거 KB금융의 듬직한 비은행권 효자들을 키워낸 양 회장의 역량을 다시 한번 확인한 계기가 됐다. 양 회장은 KB금융 최초 비은행장 출신 회장이다. 1961년생으로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한 뒤 1989년 주택은행에 입사했다. 2001년 주택은행과 국민은행이 합병한 이후 2007년 재무보고통제부장, 2008년 서초역지점장을 지냈다. 이후 지주로 몸을 옮겨 이사회 사무국장, 경영관리부장을 역임한 후 2010년 전략기획부장을 거쳤다. 2014년부터 지주전략 담당 상무, 부사장 등을 지내며 ‘KB 전략통’으로 통했다.
특히 그는 은행에서 쌓은 숫자 감각을 활용해 KB손해보험의 전신인 LIG손해보험 인수를 주도했고, 그룹 내 비은행 효자 계열사로 키웠다. 당시 비은행 강화를 내건 윤종규 전 회장의 신임을 얻어 지주 상무에서 부사장으로 파격적인 승진을 했고, 2016년 KB손해보험 대표로 선임됐다.

주주환원 업계 최고···리딩뱅크 탈환할까
양종희 회장, 상생금융으로 新르네상스 연다
그가 5년간 수장을 맡은 이래 회사는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했고, 손보 업계 ‘빅4’ 입지를 다졌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3연임에 성공했고, 이후 2021년 KB금융지주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부회장 임기 첫해에 보험·글로벌 부문 사업총괄을 맡았고, 2022년 디지털부문장과 IT부문장을 역임하며 그룹의 디지털 전략을 진두지휘한 바 있다. 2023년에는 회장 취임 전까지 개인고객, 자산관리(WM)·연금, 중소상공인(SME) 부문 사업을 담당하는 등 차기 KB금융 수장의 면모를 갖춰 나갔다. 디지털, 글로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대한 높은 이해와 통찰력 역시 양 회장의 강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윤종규 전 회장은 양 회장에 대해 “그룹 전략의 연속성과 끊임없는 목표 추구를 위한 비전과 능력을 갖춘 준비된 리더”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KB금융은 호실적을 바탕으로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도 시행하고 있다. KB금융 이사회는 지난 2월 7일 이미 지급된 분기배당금 1530원을 포함, 총 3060원의 주당배당금을 결정했다. 전년보다 4% 증가한 수치로, 3200억 원 수준의 자사주 매입·소각도 결정했다. 주주환원율을 37.5%로 전년 대비 4.5%포인트나 높였다. 증권사들도 KB금융의 주주환원 행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NH투자증권은 5월 21일 KB금융에 대해 이익, 자본비율, 주주환원 등 모든 면에서 경쟁사보다 우위에 있어 높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적용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분석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은 총액 기준 분기 균등배당과 적극적 자사주 매입·소각 정책을 통해 주당배당금(DPS)과 주당순자산가치(BPS)가 꾸준히 우상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며 “이는 주주 입장에서 업황과 별개로 안정적인 현금 배당과 지속적인 자산 가치 상승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로, 장기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이러한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고 시장의 신뢰를 얻는 근간은 높은 이익 안정성과 자본비율”이라며 “시중 금융지주 중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가장 잘 갖추고 있는 데다(높은 비이자이익 비중), 보통주자본(CET1) 비율도 업계 최상위 수준(13.4%)”이라고 분석했다.

KB금융은 올해 1분기 업계 최초로 새로운 주주환원 정책인 ‘배당총액 기준 분기 균등배당’을 도입하기도 했다. 배당총액 기준 분기 균등배당은 주당 현금배당금은 배당총액(분기별 3000억 원 수준·연간 1.2조 원 수준)을 기준으로 산정하며, 연간 배당금액 총액 1.2조 원 수준을 최소한 유지 또는 확대하는 것을 원칙으로 운영하면서 배당성향은 이익 규모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해 나가는 새로운 주주환원 정책이다.

KB금융 관계자는 “탄력적인 자사주 매입·소각 효과로 배당총액이 동일하더라도 주당배당금이 자연 상승하는 효과를 볼 수 있어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주주 및 기업 가치 제고를 이룰 수 있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KB부코핀은행 살리기·홍콩 ELS 배상 등 과제
지난 2월 2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연 KB프라삭은행 출범 행사에 참석한 양 회장(앞줄 왼쪽 다섯 번째) 모습. 한국경제
지난 2월 2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연 KB프라삭은행 출범 행사에 참석한 양 회장(앞줄 왼쪽 다섯 번째) 모습. 한국경제
항해를 시작한 양종희호가 현재까지 순항을 이어 가고 있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KB금융은 보험·증권·카드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지만 비은행 계열사가 모두 업계 1위 자리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대형 은행들이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리딩뱅크’의 열쇠는 비은행 부문으로의 수익 구조 다변화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은행 부문의 성과만으론 한계가 있는 만큼 결국 승패는 비은행 부문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상생금융, 충당금 이슈 등으로 인해 은행업권의 이익 둔화가 예상되는 만큼 KB금융 역시 비은행 부문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밖에도 KB금융은 국내에서는 4대 금융 중 순이익 1위의 리딩금융사지만 상대적으로 해외사업 경쟁력은 취약하다는 평을 받는다. KB금융의 해외사업 순이익 비중은 최대 10% 수준이다. 그중 KB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자회사 KB부코핀은행은 지난해 958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KB국민은행은 최근 5년간 부코핀은행 인수와 정상화에 1조5000억 원을 투입했다. KB금융은 2025년까지 KB부코핀은행의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양 회장은 글로벌 수익성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는 지난 2월 KB국민은행의 캄보디아 자회사인 KB프라삭은행의 그랜드 오프닝 행사를 열면서 본격적으로 캄보디아 금융 시장 공략에 나섰다. 부코핀은행의 경우 단기적 실적 개선보다는 긴 호흡을 가지고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은행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KB금융 관계자는 “부코핀은행의 경우 영업력 강화와 정보기술(IT)력 시스템 구축을 통해서 정상화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디지털, IT, 글로벌, 보험은 독립된 부문으로 강화했는데, 글로벌 등을 독립 부문으로 강화했다는 것은 이에 대한 성장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KB금융은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충하기 위해 글로벌 사업의 선별적인 확장을 위한 ‘3×3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전략에 따라 지역 커버리지를 동남아시아 시장, 선진국 시장, 신대륙 시장으로 구분하고, 투자 방식도 그간 경영권 확보에 집중했던 전략적 투자자(SI·M&A) 투자 방식에서 현지 기업들과 제휴 및 지분투자(FI) 확대로 다변화했다.

아울러 최근 홍콩H 지수 ELS 손실 사태로 신한금융에 내준 ‘리딩뱅크’의 재탈환 역시 양 회장의 향후 리더십을 가늠할 척도다. KB금융은 실적 발표 당시 은행의 ELS 배상 비용과 손해보험 준비금 환입 등 일회성 요인(세후 기준)을 반영하지 않으면 1분기 그룹의 경상적 추정 순이익은 1조5930억 원 정도라고 밝혔다. 이는 사상 최대 이익 수준이다.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여전히 톱티어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증권사들도 올 2분기 실적부터 KB금융의 리딩금융 탈환을 전망한다. 양 회장은 투자자들과 자율배상안을 순조롭게 진행해 실적을 최대한 방어해야 하는 동시에 적절한 배상을 통해 고객 이탈과 브랜드 이미지 훼손도 막아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다. “국민과 함께 성장하는 KB금융그룹을 만들겠다”는 양 회장의 상생 리더십이 여전히 주목되는 이유다.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