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 폐지론’이 세제 개편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정부는 물론 여야 모두 종부세를 손봐야 한데는 공감하지만, 전면적인 폐지까지 이뤄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스페셜]도마 오른 상속세·종부세
폐지인가 완화인가...종부세 개편 현실적 시나리오는
22대 국회 개원을 전후로 여야 정치권과 대통령실이 그동안 ‘징벌적 과세’로 지목돼 온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편 필요성을 잇따라 제기하면서 종부세 폐지론이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총선 직후 더불어민주당의 박찬대 원내대표와 고민정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종부세 완화 필요성을 먼저 언급했고, 이어 여당과 정부도 종부세를 손질해야 한다는 입장을 연이어 내놓았다.

여야 모두 종부세 개편 한 목소리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6월 16일 한 방송에 출연해 종부세와 관련, “기본적으로 주택 가격 안정 효과는 미미한 반면 세 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요소가 상당히 있어 폐지 내지는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성 실장은 “종부세는 지방 정부의 재원 목적으로 활용되는데 사실 재산세가 해당 기능을 담당하고 있어 재산세로 통합 관리하는 것이 이중과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종부세 제도를 폐지하고 필요 시 재산세에 일부 흡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다만 종부세를 당장 전면 폐지하면 세수 문제가 있으므로 사실상 전면 폐지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즉, 일반적 주택 보유자와 보유 주택가액 총합이 아주 높지 않은 다주택자는 종부세를 없애고, 초고가 1주택 보유자와 보유 주택가액 총합이 아주 높은 다주택자만 계속 종부세를 내게 한다는 것이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종부세 대폭 개편 등을 당론으로 잡고, 내년 정부 세제개편안에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정점식 국민의힘정책위의장은 지난 6월 17일 “종부세 폐지 후 재산세 전체를 다 개편해 이 부분(수도권과 지방 재정 격차 해소)을 보완해줄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할지 연구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다만 당에서는 종부세의 경우 전면 폐지보다는 다주택자 중과세 부담을 줄이는 수준의 법 개정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저가 다주택자 과세 형평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종부세는 20여 년간 13차례 개정될 정도로 논란이 뜨거웠다. 종부세의 태동은 참여정부로 거슬러 간다. 2005년 당시 참여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그해 종부세를 도입했다. 개인별 주택 공시가격이 9억 원을 초과하면 종부세를 물리는 방식이었지만, 도입 첫 해부터 과세 대상을 9억 원에서 6억 원으로 내리는 등 강화된 정책을 내세웠다.

20년간 13번 개정…논란의 중심 된 종부세

종부세는 문재인 정부 들어 또 한 번 강화됐다. 당시 문 정부는 2018년 ‘9·13 주택 시장 안정 방안’을 발표하고, 조정대상지역에서 2주택 이상을 보유한 경우 주택분 종부세 최고세율을 3.2%로 올렸다. 세 부담 상한도 150%에서 300%로 늘어났다.

2019년 ‘12·16 주택 시장 안정화 방안’에서도 종부세 강화는 지속됐지만, 부동산 광풍이 사그라들지 않자 2020년에는 종부세 최고세율을 6%까지 대폭 올렸다. 집값 상승으로 종부세 대상자가 늘고, 세율도 상승하면서 종부세 결정세액은 치솟았다. 이와 달리 현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부동산 세제 정상화’를 꺼내 들었다. 지난 2022년 세법 개정으로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율은 폐지되고 기본세율(0.5~2.7%)로 전환된 바 있다.
폐지인가 완화인가...종부세 개편 현실적 시나리오는
또한 주택분 기본공제금액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11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각각 상향 조정됐다. 2022년 세법 개정의 주요 내용은 2023년부터 적용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주택분 종부세 결정세액은 2019년 수준으로 줄었다.

종부세 세 부담이 줄었지만 종부세 개편 논의는 진행형이다. 세제당국은 2022년 세법 개정에서 야당의 반대에 부딪혔던 다주택자의 종부세 중과세율 전면 폐지부터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이처럼 종부세 폐지 관련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지만 현재는 1세대 1주택자에 대해 종부세를 완화하는 안이 대표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현행 종부세는 1세대 1주택자의 경우에는 공동주택가격에서 12억 원을 공제하고 공정가치비율 60%를 곱한 금액에 0.5~2.7% 세율을 적용한다. 세율 부분에서도 인별로 3채 이상을 보유하고 과세표준이 12억 원이 넘는 고가주택은 2~5%의 중과세율을 적용받는다.

1주택자 부담 완화 필요한 이유

앞서 언급한 대로 1세대 1주택자와 그 외 다주택자의 종부세 과세 방법에는 차이가 있다.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비교해보자.

올해 62세인 A씨는 1세대 1주택자로 서울 반포동에 시가 약 40억 원 아파트를 5년째 보유하고 있다. 해당 아파트의 24년 공동주택가격은 25.7억 원이다. 이 경우 종부세는 얼마일까. 약 314만 원 정도다.

그런데 만약 A씨가 3채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고 이 공동주택가격의 합계액이 25.7억 원이면 종부세 부담액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이 경우 공동주택가격에 장기보유공제 및 고령자공제를 적용받지 못하고 공제액도 12억 원이 아닌 9억 원이 공제되므로 부담액이 약 694만 원으로 기존 1세대 1주택일 때보다 2배 정도 종부세가 늘어나게 된다.

그럼 이번에는 중과세율을 적용받는 다주택자와 1세대 1주택자의 세액을 비교해보도록 하자. 시세가 90억 원인 서울 한남동의 아파트(보유 기간은 5년·소유자의 연령은 60세 이상 65세 미만) 1채를 1세대가 소유한 경우와 시세의 총합이 90억 원인 아파트 3채를 소유한 경우 종부세 부담은 어떻게 달라질까.
2020년 6월 10일 당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종부세 세율 6% 상향을 포함한 부동산종합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
2020년 6월 10일 당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종부세 세율 6% 상향을 포함한 부동산종합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
‘똘똘한 한 채’ 중요성 더 커진다

1세대 1주택인 상태에서는 종부세가 약 1783만 원 발생하나, 3채인 경우는 세금이 약 5000만 원으로 종부세 부담액이 3배 정도 차이가 발생한다. 만약 이번 개편안이 1세대 1주택자의 경우에만 종부세를 완화할 경우, 경제적 실질은 같으나 주택 수에 따라 세 부담이 달라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똘똘한 한 채의 역할이 더 커지게 된다.

이 밖에도 현행 종부세는 고가의 주택이면 개인별 주택 수에 따라 다른 세율이 적용되고 명의를 나눌 경우 인별로 추가 9억 원을 공제받을 수 있다. 가령, 1세대가 3채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고 이때 공동주택가격 합계액이 57억 원일 경우를 가정해보자.

세대 구성원 중 한 사람이 15억 상당의 주택을 소유하고 나머지 42억 원 상당의 2채를 다른 세대원이 보유하는 경우, 종부세는 약 1963만 원이다.

그러나 한 사람이 3채 주택을 모두 보유하게 되면 3주택 이상 과세표준 12억 원 이상으로 중과세율이 적용돼 약 5000만 원의 종부세가 발생한다. 이처럼 인별 주택 수에 따라 세 부담의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따라서 종부세 개편안에 주택 보유 시 명의 분산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