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꺾이면서 지난 4월 이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던 코스피가 6월 들어 상승세에 접어든 모양새다. 순매수를 이어가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과연 이 흐름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리서치센터장 인터뷰]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 사진 이승재 기자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 사진 이승재 기자
최근 코스피가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상승세에 힘입어 2800선을 돌파했다(6월 20일 기준). 이미 증권가에선 올 하반기 금리 인하와 수출 호조 등으로 코스피가 3000대로 올라갈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외국인의 순매수 행보다. 코스피가 2년 5개월 만에 2790선에 올라선 지난 6월 19일 일등공신은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6월 들어 유가증권 시장에서 나 홀로 3조9436억 원 순매수에 나서며 코스피 상승을 견인했다.

같은 기간 순매도에 나선 개인(2조4498억 원), 기관(1조2462억 원)과는 대비된 모습이다. 실제로 외국인은 올해 들어 21조 원 넘게 사들이며 적극적인 ‘바이 코리아’에 나서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 배경으로 ‘주주 환원’에 초점을 맞춘 ‘밸류업 프로그램’을 꼽았다. 그는 “지금처럼 한국 증시에 외국인이 관심을 가진 적이 없다”며 하반기 국내 증시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김 센터장은 올해 전 세계 증시의 최대 화두인 인공지능(AI) 섹터를 비롯한 반도체 시장은 여전히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향후 반도체 이외에 AI 생태계와 관계된 부가 산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하반기 금리 인하 시나리오,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수혜 기업 등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최근 시장 분위기를 어떻게 보십니까.

“올해 시장의 화두 중 하나는 역시 ‘밸류업 프로그램’이죠. 상반기가 정부 중심의 정책 드라이브였다면 하반기에는 국회 중심의 정책들로 상승 강도가 결정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23년간 리서치 일을 하고 해외 투자자들을 만나면서 요즘처럼 우리나라 증시에 외국인들의 관심이 높았던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제가 느끼기엔 과거 ‘바이코리아 펀드’ 운동 이후 가장 뜨거운 반응입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진 이유는 뭡니까.

“일단 크게 두 부류가 있어요. 우선, 과거 일본 증시 내 ‘밸류업’으로 인해서 큰 수익을 거둔 투자자들이 있고요, 동시에 그때 기회를 놓친 투자자들이 이번 한국에서 유사한 정책을 한다고 하니 주목하는 거죠. 무엇보다 그간 우리나라는 이머징마켓 중에서도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을 크게 받지 못했어요. 중국, 대만, 일본에 돈이 몰리는 것에 비하면 거의 왕따 수준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주된 원인은 제대로 된 주주 환원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기업이 1년간 번 순이익을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게 선진 금융 시장의 기본인데 한국은 그 환원율이 2013~2022년 10년간 평균 29%였어요. 같은 기간 미국의 주주환원율은 92%에 달했고,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이 68%인 점과 비교하면 반도 안 되는 수치죠. 정부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 중 하나가 주주환원율을 끌어올리는 거잖아요. 이 부분에 외국인들이 예의주시하고 있어요.”

하반기 금리정책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미국 중앙은행(Fed)에서 아직까지 확실한 얘기가 나오진 않았지만 방향성은 정해진 듯합니다. 이미 유럽·멕시코·스위스·스웨덴·캐나다 중앙은행이 줄줄이 금리 인하를 하고 있는 만큼 미국도 그 흐름을 크게 벗어나진 않을 테니까요. 결국은 물가가 안정돼야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나올 텐데 저희는 올해 9월, 12월 2회 인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노동 시장이 점차 균형을 찾아가고, 인플레이션 압력도 완만하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미 대선 직전에 인하할 가능성도 적지 않고요. 다만 경기 침체 리스크가 적고, 중립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을 감안하면 연속적이고, 빠른 인하는 아니겠지요. 올해 말에는 5%, 내년 말에는 4회에 걸쳐 4%대로 금리가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금리 인하 시그널과 함께 증시도 영향을 받을 텐데요.

“시기의 문제인데 아시다시피 주가는 늘 먼저 반응하잖아요. 금리 인하가 정작 발표된 순간보다 그 전의 기대감이 주가를 더 크게 끌어올리거든요. 저는 그 구간이 올해 하반기라고 전망합니다. 설령 Fed가 하반기에 금리 인하를 안 한다고 해도 내년 상반기에는 인하할 거라는 기대감은 지속되기 때문에 오히려 하반기 증시를 기대해볼 만하다고 봅니다.”

올해 증시는 단연 AI, 반도체가 이끌었습니다. 엔비디아, SK하이닉스 등 하반기에도 상승 여력이 있을까요.

“주가가 많이 오른 종목은 당연히 상승 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단 저희는 방향성에 주목해요. AI 시대를 가정해서 보자면 아직도 상승 여력은 남아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아직 체감이 덜 돼서 그렇지 AI가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우리 실생활에 범용적으로 활용될 거라 생각해요. 과거 2007년 아이폰 등장으로 산업의 메가트렌드가 바뀌었던 것처럼요. AI 시대에 고대역폭메모리(HBM)는 필수죠. 그걸 SK하이닉스가 독점 공급하다 보니 주가가 많이 올랐고, 삼성은 아직까지 엔비디아의 콜을 받지 못해 상대적으로 덜 올랐지만, 앞으로 AI 시장이 커지고 HBM 수요가 늘어나면 1개 업체의 싱글 벤더만으로 감당하기 쉽지 않아요. 글로벌 1위 메모리 업체인 삼성전자도 시기의 문제일 뿐이지 하반기에는 그동안 못 올랐던 부분이 주가에 반영될 거라고 봐요. 무엇보다 큰 폭의 실적 개선도 기대되고요. D램의 경우 고부가 특산 D램의 매출이 증가하면서 올해 평균 판매단가가 60~80% 상승하고, 낸드는 AI 확대로 인한 고용량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의 구조적 수요 변화로 흑자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4년, 2025년 영업이익의 경우 삼성전자는 각각 40.1조 원·60.6조 원, SK하이닉스는 각각 21.9조 원·30.4조 원으로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예상되죠.”

AI 투자를 할 때 반도체 외에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산업은 어떤 게 있을까요.

“한 가지 반문하겠습니다. 현재 AI의 글로벌 넘버원이 누구라고 생각하세요? 스마트폰은 아이폰, 파운더리는 TSMC 등 각 산업 분야에 톱이 있습니다. 그런데 AI 산업은 주목받는 기업들은 있지만, 아직까지 1등은 없습니다. 그런데 AI가 앞으로 시장의 메가트렌드로 된다고 하면 결국 이게 플랫폼 내 애플리케이션의 형태로 모바일이든 TV든 들어갈 거예요. 지금 이른바 글로벌 4대 빅테크 기업들이 AI 표준화에 들어가지 못하면 정말 끝이라는 생각에 사할을 걸고 AI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이걸 짓는 데 필요한 AI 가속기를 만드는 엔비디아, 그리고 그 속에 들어가는 HBM 업체가 굉장히 부상한 거죠. 그런데 여기 하나가 더 있습니다. 바로, 전력이죠.”

전력 공급 인프라 산업을 말하는 건가요.

“맞습니다. AI 데이터센터를 짓고 보니 전력기기 업체들 주가가 엄청 올랐어요. 4~5배씩 상승했죠. 이 센터를 지어보고 나니 그야말로 전기 먹는 하마가 돼 버린 거예요. 아마 내년이나 후년에는 이 센터들이 본격적인 가동이 시작될 텐데 고민할 문제가 있어요. 가령 데이터센터의 전기료가 100원이라고 하면 이 열을 식히는 데 냉방 전력이 50% 이상이 소모돼요. 그래서 지금 빅테크 기업들도 일단 돈을 들여 센터를 짓기는 하는데 이걸 어떻게 운영할지,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지 고심하고 있어요. 그래서 향후 AI 데이터센터의 냉각 장치 냉방 전력을 감소시켜줄 수 있는 공조 업체들도 주목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산업은 무엇인가요.

“두 번째로는 아까 말씀드린 대로 구글이든 아마존이든 자기 AI 플랫폼이 표준화되길 원할 거 아닙니까. 그러기 위해선 결국 많은 유저들이 그걸 써줘야 돼요. 2~3년 안에 이 표준화가 정해질 텐데 시간이 없잖아요. 최근 기업 간 전략적 제휴가 이뤄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애플이 오픈AI와 최근 손을 잡았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오픈AI에 큰 투자를 했죠. 더 나아가 이 업체들이 결국 실생활과 연계된 고객들과 접점을 만들기 위해선 삼성전자, LG전자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어요. LG전자만 해도 전 세계에 깔린 7억 대의 가전·TV 제조 능력과 AI 서비스의 기본 바탕이 되는 고객 관련 빅데이터도 확보하고 있어요. 만약에 메타하고 LG전자가 손을 잡으면 메타는 7억 명의 유저를 바로 확보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LG그룹의 AI 시장 내 위상이 한 단계 레벨업이 될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냉방 전력 관련주와 AI 플랫폼 관련 업체들을 올 하반기와 내년까지 주목해서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외 금융, 자동차, 화장품, 엔터 등 소비 경기민감주와 연구·개발(R&D) 투자주의 순환매 양상이 전망됩니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최근 금투세와 관련해 기획재정부가 각계 전문가들을 모아 공청회를 한번 했는데 사실 폐지하자는 의견이 우세했습니다. 다만 여야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내년 1월 1일부터 자동 발효가 시작됩니다. 금투세가 두려운 이유는 과거 대만이 금투세를 시행하고 나서 증시가 급락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트라우마가 있는 셈이죠. 개인적으로는 금투세 관련해서는 여야가 좀 원만한 합의를 도출할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제 우리나라도 코로나19 전 600만명 수준이었던 개인투자자 수가 지금 1400만 명이 넘어섰어요. 즉, 인구의 3분의 1이 주식 투자를 하는 셈이죠. 이 점을 간과할 순 없을 겁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대개 자산 구조가 지나치게 부동산에 편중돼 있지만 선진 시장은 주식이 압도적으로 높아요. 이 불균형을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과연 금투세 시행을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지는 의구심이 듭니다.”

올 초 우주항공과 바이오 분야도 기대를 모았는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알테오젠 등 일부 종목 외에는 크게 주목받지 않았는데, 하반기는 어떻까요.

“사실 바이오 산업은 금리 인하와 연관성이 상당히 높은 섹터예요. 주가 변동성이 크고 실적에 대한 가시성도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금리 인상기에는 바이오에 대한 접근을 지양하는 게 일반 투자들의 성향이거든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금리가 고점을 찍었고 어쨌든 Fed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겁니다. 지금부터 관심을 갖고 볼 필요가 있어요. 저희는 실적이 어느 정도 창출되는 업종 대표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셀트리온을 좋게 전망하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금리 인하 속도가 늦어질 경우 바이오 변동성은 더 심해질 수 있어요. 이 경우 실적이 받쳐주지 못하는 중소형주는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업종 대표주에 주목하라고 조언합니다. 우주항공은 우주항공청 설립 때문에 주가가 크게 올랐죠. 장기적으로 보면 성장성이 큰 섹터예요. 우리 정부 정책도 그렇지만 향후 5년 이상을 내다보면 분명히 모든 국가가 나가야 할 방향이거든요. 6개월 내 단기 투자보다는 긴 안목을 가진 투자자들이 눈여겨보길 권하고 싶어요.”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 사진 이승재 기자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 사진 이승재 기자
김동원 리서치본부장은
1973년생. 연세대 경제학 석사. 1999년 굿모닝증권 기업분석부 연구원. 2003년 현대증권 애널리스트. 2023년 KB증권 리서치본부장(현)

김수정 기자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