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장(臨場), 발품을 팔아 관심 있는 지역을 꼼꼼히 탐방하는 것이죠.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전달하는 코너 ‘임장생활기록부’. 이달엔 마포구의 대장 역할을 하고 있는 아현뉴타운을 다녀왔습니다.

[임장생활기록부] ⑫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마포의 성장이 놀랍습니다. 불과 10~20년 전만 해도 마포는 오래된 부도심 취급을 받았지만 이젠 '마용성'으로 대변되는 서울의 주요 핵심지로 급부상했습니다. 강북(CBD)과 여의도(YBD), 강남(GBD)이 서울 3대 업무지구로 자리를 잡으면서 마포는 여의도와 강북 사이를 잇는 통로 역할까지 하게 됐습니다.

입지가 좋다 보니 철도교통도 잘 갖춰져 있습니다. 특히 공덕역은 5호선과 6호선, 공항철도, 경의중앙선 등이 지나가는 쿼드러플 역세권이자 서북부 교통 허브입니다. 공덕오거리 주변에는 효성과 에쓰오일, 동서식품 등 기업들이 몰려 있고, 서부지방법원과 서부검찰청 등 주요 관공서도 밀집했습니다. 마포대로 이면에는 먹자골목과 유흥가가 형성됐고, 주변에 세브란스와 강북삼성병원 등 상급병원도 다수 있습니다. 용산선 지상 철로를 지하화해 만든 선형공원인 경의선 숲길을 비롯해 녹지와 공원도 갖췄습니다.

마포 위상의 정점을 찍은 곳이 아현뉴타운입니다. 아현재정비촉진지구는 76만㎡ 규모로 공덕동과 아현동, 염리동 일대에 2003년 지정됐습니다. 노후 주거지를 정비하고 강남과의 격차를 줄이겠다는 목표에서였죠. 그 덕분에 아현뉴타운은 용산구의 한남뉴타운과 서대문구의 북아현뉴타운, 성동구의 왕십리뉴타운 등과 함께 강북을 대표하는 뉴타운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중산층의 꿈, 마포

강북 대표하는 뉴타운

'마래푸(마포래미안푸르지오)'. 아마 부동산에 관심이 없더라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아파트 이름일 겁니다. 아현 3구역을 재개발해서 2014년 준공한 3885가구 대단지입니다. 때마침 마래푸 입주 시기가 서울 부동산이 상승기를 타던 때였고, 새 상승기의 주거 트렌드는 신축 대단지와 한강변, 역세권, 직주근접이었습니다.

마래푸는 상승기 초입 당시 마포에서 가장 신축 대단지였습니다. 단지 규모가 크다 보니 매물의 손바뀜이 잦았고, 가격 상승도 가팔랐습니다. 아현뉴타운 중에서도 좋은 위치인 데다 주변 인프라 편의시설도 훌륭했죠. 각종 조건이 맞아떨어지면서 마포의 가치를 높인 대표 아파트로 자리매김하게 됐습니다.

특히 아현뉴타운은 한강변 라이벌인 용산, 성동은 물론 마포대교 넘어 여의도에서도 충족하지 못한 신규 주택 물량을 시장에 쏟아냈습니다. 2023년 기준 마포구의 공동주택은 7만5114가구로 용산구의 2배가 넘고 성동구보다 2만여 가구 많습니다. 이 중 신축은 9032가구로 용산의 2배, 성동의 4배 이상 됩니다.

그러면서 젊은 고소득 맞벌이 부부들이 대거 유입됐습니다. 주로 여의도나 광화문 등지로 출퇴근하는 이들로, 이들은 소득과 대출한도가 높은 편이죠. 이 실수요자들이 지난 상승기 마포의 신축 아파트 시세를 끌어올린 셈입니다. 이 무렵 대흥동 학원가도 급부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자녀에 대한 이들의 높은 학구열과 사교육 수요 덕분입니다.
중산층의 꿈, 마포
중산층의 꿈, 마포
마포 대장, 마래푸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단지를 꼼꼼히 둘러볼까요. 단지명에서 알 수 있듯이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공동 시공했습니다. 총 4개 단지인데 1단지와 2단지는 대우가, 3단지와 4단지는 삼성이 지었죠. 가장 큰 강점은 입지입니다. 서울지하철 핵심 노선인 2호선 아현역과 5호선 애오개역을 동시에 끼고 있는 더블 역세권이거든요. 5호선과 6호선, 공항철도, 경의중앙선이 지나가는 공덕역과도 가깝습니다. 강남역도 50분 안에 도착 가능합니다. 그래서 직주근접 아파트의 대명사로 통해요.

대단지답게 실내 골프연습장과 피트니스센터, 도서관, 사우나, 탁구장 등 커뮤니티 시설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다만 요즘 고급 아파트에서 내세우고 있는 수영장과 조식 서비스는 없습니다. 면적도 59㎡부터 145㎡까지 다양합니다. 임대주택 661가구를 제외하고 전용면적 59㎡ 1241가구, 전용 84㎡ 1458가구, 전용 114㎡ 499가구, 전용 145㎡ 26가구 등입니다. 주차 공간은 가구당 1.17대입니다.
중산층의 꿈, 마포
11년 차에 접어들지만 관리를 잘 해서 깔끔합니다. 수목을 아낌없이 배치해 도심 속 자연공원을 연상시킵니다. 녹지율이 40%가 넘거든요. 곳곳엔 연못과 분수 조경이 있고, 식물원에서 볼 법한 설명 푯말도 눈에 띕니다. 단지 안에 1㎞ 길이의 벚꽃길이 있고, 가운데엔 아현자연학습장이 마련돼 있습니다. 재개발 과정에서 기부채납을 통해 조성한 쌍룡산 근린공원도 쉼터 역할을 합니다. 건폐율은 20%지만 동과 동 사이 간격이 좁은 편은 아니라 쾌적한 느낌이 듭니다.

아현역에서 마래푸로 올라오는 길엔 전통시장인 아현시장이 있습니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깔끔하게 정비를 했고 물가도 저렴한 편이에요. 특히 4단지 앞엔 스트리트형 상가를 잘 조성했습니다. 근처에 이마트 마포점과 현대백화점 신촌점 등 각종 편의시설이 있어서 정주여건이 뛰어난 편입니다.
중산층의 꿈, 마포
정비사업 현재 진행형

물론 아쉬운 점도 많습니다. 경사가 꽤 있는 언덕 지형에 위치합니다. 물론 단지 안은 평탄화를 했습니다. 숨이 가빠질 법하면 어김없이 계단과 엘리베이터가 나옵니다. 마포가 전반적으로 경사가 있는 고바위 지역이라는 것을 감안해야 합니다.

학군도 기대치엔 다소 못 미치는 편이라는 평가입니다. 3단지만 한서초등학교에 배정되고 나머지 1·2·4단지는 아현초에 갑니다. 두 학교 모두 혁신초입니다. 중학교는 아현중에 배정받는데 학업 성취도가 높은 학교는 아닙니다. 마포구 내에서 '공부 잘하는 중학교'로 동도중이나 서울여중을 꼽거든요. 마포구 최대 학원가인 대흥동 학원가도 좀 멉니다. 그래도 주요 대형 학원의 셔틀버스가 단지 안까지 들어오긴 합니다.

김정은 한국경제 기자
사진=이예주 한국경제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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