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시개발이 광역적으로 나타나면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인구는 교외로 이동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경제활동은 도심에서 이루어지니, 주거와 직장이 분리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부동산 정석]
직장과 주거지가 현재와 같이 ‘일터’와 ‘쉼터’로서 공간이 분리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자본주의적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대량 생산을 위한 공간이 독립적으로 형성됐고, 비로소 주거 공간은 생산 기능이 아닌 재생산 기능을 전담하는 영역으로 자리 잡게 됐다. 공간적으로 분리된 직장과 주거지는 끊임없는 유인을 통해 서로를 끌어당긴다. 직주근접(jobs-housing matching)이 주택 시장에서 많이 사용하는 용어이지만 최근에는 ‘직주일체’, ‘직주혼합’이라는 신조어도 생기고 있다.
인구 감소 시대, 30·40대 분포 중요
직주근접이 주택 시장에서 중요해지는 이유는 인구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2년 인구주택 총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총인구는 5169만 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하면 무려 5만 명이나 감소했다. 인구 성장률은 1960년 연평균 3%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1995년 이후부터는 1% 미만대로 떨어졌으나 2020년까지는 그래도 플러스성장을 지속했다. 하지만 2021년부터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인구 감소의 시대에는 어느 곳의 인구가 늘어나는지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인구는 기본적인 주택 수요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어 연령대별 인구도 중요하다. 생산가능인구 특히 30~40대 인구가 어느 정도 분포하느냐가 주택 시장에서는 가장 중요하다. 이 연령층의 인구가 가장 활발하게 주택을 거래하기 때문이다. 30대 실수요자들이 주택 시장을 주도하면서 일자리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일자리가 많은 지역은 주택 거래도 활발하다. 올 상반기 주택 시장이 지역별로 차별화가 크게 나타나고 있지만 일자리가 풍부한 지역을 중심으로 반등의 움직임이 크다. 양질의 고급 일자리가 주택 수요를 창출하고, 결과적으로 거래량과 매매 가격에도 좋은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
통계청의 '2021년 기준 시군구별 종사자 현황' 자료에 의하면 전국에서 일자리가 가장 많은 지방자치단체는 서울 강남구로서 80만 개가 넘는다. 다음은 삼성전자가 있는 경기 화성시(56만 개), 판교 테크노밸리가 위치한 경기 성남시(53만 개)다. 일자리가 많은 상위 10개 지역 중 서울은 4곳(강남구·서초구·영등포구·송파구)이 포함됐다. 최근 2년간 아파트 거래량은 총 4만1297건으로 서울 전체 아파트 거래량의 30%가 넘는다.
양질의 일자리는 인구를 유입시키고 유입된 인구는 다시 주택을 거래하는 고용과 주택 거래의 선순환을 만들어낸다. 이런 지역은 주택 시장의 침체기에도 조정의 폭이 크지 않다. 주택 시장 여건이 달라지면 집값은 가장 먼저 반등한다. 중요한 사실은 미래의 일자리다. 특히 고급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주택 시장에서 직주근접보다 더 강력한 투자 조건은 없다. 주택 시장에서 직장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특히 투자 목적과 교육 환경 때문에 주택을 구입했던 베이비붐 세대에 비해 2030세대는 실수요자가 많이 분포하기 때문에 직장과의 접근성과 삶의 여유로움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역적으로는 지방에서 직주근접이 더 중요하다. 수도권은 전체적으로 여전히 인구가 늘고 있는 지역이다. 인구 감소를 넘어 소멸의 위험이 상존하는 지방의 경우 직주근접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곧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다.
내 집 마련 조건에서 직주근접이 중요시되면서 주택 구매 여력이 높은 전문직, 연구직, 대기업 직장인 등이 많은 업무 밀집 지역의 주거 가치는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런 지역은 생활 인프라도 잘 갖춰져 베이비부머와 2030세대가 경쟁을 하는 양상으로까지 갈 듯하다. 직주근접은 미래 주택 시장의 가장 큰 변수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장·미 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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