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차가 사랑받는 시대여서일까.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한고급 미니밴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플래그십 세단만큼 고급스럽고, 대형 SUV보다 넓다.

[자동차]
사진 출처=기아 홈페이지
사진 출처=기아 홈페이지
‘성공의 상징’ 하면 떠오르는 자동차는?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나 BMW 7시리즈, 제네시스 G90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플래그십 세단을 떠올릴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회장님차=대형 세단’은 일종의 공식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쇼퍼드리븐(기사가 운전하는 차량) 의전 차량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차종이 하나 있다. 한때 ‘봉고차’라 불리던, 미니밴(다목적 밴을 뜻하는 MPV로도 불린다)이 그 주인공이다. 실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카니발을, 구본규 LS전선 대표는 토요타 알파드를 업무용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니밴은 그동안 ‘아빠차’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기업 임원의 의전차로 쓰임새가 확장되는 모양새다. 실제 국토교통부와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법인차 등록 대수 1위는 국내 대표 미니밴인 기아 카니발이 차지했다. 법인차의 ‘절대강자’는 오랜 기간 현대자동차 그랜저의 몫이었다. 카니발이 이런 그랜저의 ‘아성’을 무너뜨린 것이다. 카니발이 법인차로 사랑받는 이유는 넓은 공간과 실용성 때문. 더욱이 9인승 이상의 카니발은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다. ‘시간이 금’인 CEO 혹은 기업 임원들에게는 명확한 소구점이다. 이뿐 아니라 법인 명의로 등록하면 부가가치세 10%를 환급받을 수 있고, 유지비를 비용으로 처리해 세금을 줄일 수도 있다.

미니밴이 의전차로 인기를 끌면서 최근에는 럭셔리 세단 못지않은 고급스러움을 내세운 미니밴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성공하면 타는 카니발
사진 출처=기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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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주자는 기아 카니발 하이리무진이다. 하이리무진은 기존 카니발에 고급 사양을 추가한 모델이다. 유명 연예인과 정치인들이 애용하는 모습이 방송에 자주 등장하며 ‘성공’의 이미지가 씌였다.

올해 3월 선보인 더 뉴 카니발 하이리무진은 하이루프를 적용해 전고가 기본 모델보다 305mm 높다. 그만큼 실내 공간을 더 확보했다. 이외에도 일반 모델과 차별화된 사이드 스탭과 후면 보조 제동등 등을 탑재해 보다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특히 4인승 모델의 경우 내부 천장에는 밤하늘의 빛나는 별을 형상화한 ‘스태리 스카이 무드 조명’을 적용하고 뒷좌석 승객의 시야각을 고려한 21.5인치 스마트 모니터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제공해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뒷좌석에는 ‘다이내믹 보디케어’ 기능을 지원하는 독립 시트를 탑재하고 탑승객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주는 ‘주름식 커튼’도 달았다.

가격은 1억 원에 육박한다. 의전용에 최적화된 4인승 모델의 경우 3.5 가솔린 시그니처가 9200만 원, 1.6 터보 하이브리드 시그니처가 9650만 원이다. 일반 기본형 모델인 9인승 3.5 가솔린 프레스티지가 3470만 원부터 시작하는 점을 감안하면 3배 정도 비싼 가격이다.
케이씨모터스 사진 제공
케이씨모터스 사진 제공
카니발 하이리무진은 컨버전(개조) 업체를 통해 최고급 리무진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대표주자는 국내 1세대 컨버전 업체인 노블클라쎄다. 노블클라쎄는 2006년부터 카니발 하이리무진 개발·생산에 참여하고 있는 기아의 1차 협력사로, 카니발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은 업체 중 하나다.

노블클라쎄가 최근 10대 한정으로 선보인 ‘L4 더 마이스터 에디션’에는 MR 댐퍼를 적용해 승차감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기름을 쓰는 일반 유압 댐퍼와 달리 MR 댐퍼에는 자성을 띤 액체가 사용돼 어떤 환경에서도 차량의 흔들림을 최소화한다. 2열 시트에는 이탈리아 파수오비오 가죽을 적용하고, 발마사지기와 냉온장고 등 프리미엄 리무진에 어울리는 다양한 편의 장비를 기본 제공한다.

알파드로 검증된 럭셔리 미니밴 시장
회장님의 ‘봉고차’
한국 토요타 자동차 사진 제공
한국 토요타 자동차 사진 제공
수입차 중에서는 토요타 알파드를 꼽을 수 있다. 사실 지난해 9월 토요타가 알파드를 국내에 출시한다고 했을 때 의아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한국에서 잘 팔릴 차종이 아니라는 것. 게다가 고가의 차량인 만큼 가격 저항이 클 것으로 우려돼 판매량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그러나 알파드는 국내에 출시되자마자 초도 판매물량 500대가 모두 완판되는 기염을 토했다. 10대 중 8대는 법인차였다.

알파드의 최대 강점은 2열 승차감이다. 토요타 최초로 등받이와 암레스트 부분에 저반발 메모리 폼 소재를 도입해 몸으로 전달되는 진동을 최소화하도록 한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시트’를 탑재했다. 또한 하단 쿠션 부분의 우레탄 소재는 체중의 압력을 분산시켜 장시간 이동 시 허리와 하체 피로도를 줄여준다. 이뿐 아니라 거의 누워서 갈 수 있는 수준의 리클라이닝 기능과 다리받침 기능, 공기압을 이용한 마사지 기능도 탑재돼 있다. 암레스트 부분에는 항공기 좌석처럼 폴딩 테이블을 적용해 회의를 하며 이동하는 CEO들에게 업무용 책상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했다. 알파드는 2.5리터 하이브리드 단일 트림으로 출시하며, 가격은 9920만 원이다.


브랜드마저 프리미엄, LM 500h
회장님의 ‘봉고차’
렉서스 코리아 사진 제공
렉서스 코리아 사진 제공
알파드에 성공에 힘입어 한국토요타자동차는 올해 7월 렉서스 LM 500h를 출시했다. 렉서스라는 브랜드 이름에서 눈치챘겠지만 차량 가격만 2억 원에 육박하는 초호화 미니밴이다. 차명인 LM은 고급스럽게 움직이는 차를 의미하는 영단어 ‘Luxury Mover’의 약자. 일본 현지에서는 정·재계 고위 인사나 연예인들이 애용하는 의전차로 알려져 있다.

LM 500h는 국내 시장에서 의전용 미니밴의 수요가 분명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지난 6월 사전 예약 당시, 계약이 폭주하면서 한때 사전 계약이 중단됐을 정도다. 알파드 출시 때와 변화가 있다면 절반 이상이 법인이 아닌 개인 구매 고객으로 알려졌다.

LM 500h는 전고가 1955mm에 달할 정도로 높아 성인 기준으로도 허리를 크게 구부리지 않고서도 내부 이동이 가능하다. 1열과 2열 사이에는 공간을 완전히 분리하는, ‘디밍’ 및 수직 개폐 기능을 갖춘 파티션을 적용해 2열 탑승자의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보호한다. 파티션 내부에는 엔진 소음과 대화 소리를 차단할 수 있는 흡음재도 채워 넣었다. 이뿐 아니라 4인승 로열 그레이드 모델엔 48인치 울트라 와이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가족 혹은 연인과 ‘움직이는 영화관’을 만끽할 수 있게 했다. 여기에 전용 냉장고와 파티션 글로브 박스 등을 탑재해 편안한 럭셔리 모바일 라운지 공간을 구현했다. 최고급 가죽 소재로 마감한 실내 인테리어 역시 미니밴 중 최상위 품질을 자랑한다. LM 500h의 가격은 6인승 이그제큐티브 그레이드 1억4800만 원, 4인승 로열 그레이드 1억9600만 원이다. 참고로 이는 렉서스의 최고급 플래그십 세단인 LS 500h보다 2000만 원 정도 비싼 가격이다.

현대차, 펠리세이드로 승부수 띄운다

상황이 이쯤되자 현대자동차도 ‘반격’에 나선다. 올 연말 출시할 대형 SUV 펠리세이드 풀 체인지 모델을 기반으로 ‘펠리세이드 하이루프(가칭)’를 선보이는 것. 팰리세이드 하이루프는 VIP를 겨냥한 최고급 미니밴 시장을 정조준한다. 하이루프를 통해 전고를 200mm가량 높이고 최고급 오디오 시스템과 마사지 시트, 대형 디스플레이 등 편의 장비도 대거 적용한다. 이외에도 플래그십 세단급의 최고급 소재로 실내를 꾸민다는 계획이다. 가격은 8000만 원대로 예상되는데, 이는 기존 팰리세이드 모델의 최고가와 비교해 1500만~2000만 원가량 높은 가격이다.

이승률 기자 ujh88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