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원전으로 다시 유턴 중이다. 원자력 발전과 함께 성장할 기업들에 투자하는 ETF 중 주목받는 상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ETF 심층해부]
체코의 두코바니 원전 전경. 한국수력원자력은 이곳의 24조 원 규모 추가 원전 건설사업을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체코의 두코바니 원전 전경. 한국수력원자력은 이곳의 24조 원 규모 추가 원전 건설사업을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의 위험성으로 인해 탈원전을 지향했던 전세계가 다시 원자력에 주목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세계 최초로 탈원전을 실행했던 이탈리아가 원전 재가동을 추진 중이며 영국은 원자력청을 신설했고 스위스는 기존 원전 수명 연장을 발표했다.

원전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약 20여 년간 신규 원전을 짓지 않을 정도로 원자력 발전에 소극적이었던 미국 역시 지난 7월 ‘원전 배치 가속화법(ADVANCE Act+)’을 대통령의 서명으로 발효시켰다. 한국도 기존의 탈원전 정책에서 벗어나 2030년까지 전체 에너지원에서 원자력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32.8%까지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했다.

전력 생산의 구원투수 된 원자력
네이버의 두 번째 자체 데어터센터인 세종시 각 세종의 서버실. 사진=네이버클라우드 제공
네이버의 두 번째 자체 데어터센터인 세종시 각 세종의 서버실. 사진=네이버클라우드 제공
이러한 정책 전환에는 여러 배경이 있지만, 특히 인공지능(AI) 산업의 등장이 다양한 산업 생태계에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는 판단이다. AI가 실생활에 더 가까워지면서 글로벌 전력 수요는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전력 수요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전력 수요는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연평균 3.4%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많은 빅테크 기업들은 AI 구현을 위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신규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

온라인 검색 한 번에는 평균 0.3와트시(Wh) 전력이 사용되는 반면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모델은 검색당 10배 수준인 2.9Wh 전력을 필요로 한다. 데이터가 누적될수록 서버의 고성능화가 요구되고 데이테센터의 성능이 높아질수록 전력 소모량은 증가하게 된다. 이로 인해 전기 관련 투자비는 데이터센터 건설투자비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전력 공급 부족을 우려한 빅테크 기업들은 원자력 에너지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AI가 불러온 원자력 르네상스…주목할 원전 ETF는
마이크로소프트는 2023년 원자력 발전소 운용 업체 컨스텔레이션과 계약을 통해 버지니아 데이터센터 발전원에 원자력을 추가했다. 계약한 원자력 에너지는 기존 태양광·풍력 에너지에 더해 버지니아 데이터센터의 최대 35%까지 전력을 공급할 계획이다. 데이터센터와 소형모듈원자로(SMR)를 결합한 에너지 자립형 시설 건설도 추진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SMR 기업인 테라 파워도 첫 SMR 나트리움 원자로를 지난 6월에 착공해 2030년에 완공 예정이다.

아마존은 창립자 제프 베조스는 2021년 캐나다 원자력 기업 제너럴 퓨전에 1억3000만 달러를 공동 투자했다.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이 투자한 SMR 개발사 오클로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첫 SMR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클로는 올트먼이 AI 운용에 필요한 전력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투자한 스타트업 중 하나다. 2022년 구글은 핵융합 스타트업 TAE테크놀로지스에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하며 기존 핵분열 방식보다 친환경적인 원전 전력 산업으로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발전단가 낮은 무탄소 에너지원
뉴스케일의 SMR 실증 테스트 시설. 사진=한국경제
뉴스케일의 SMR 실증 테스트 시설. 사진=한국경제
각 국가들과 빅테크 기업들이 원자력 발전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원자력은 경제성, 친환경을 충족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2020년 국회예산처에서 발표한 에너지원별 발전원가에 따르면 원자력은 킬로와트시(KWh)당 54원으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264원 대비 약 80% 낮은 수준이다. 또한 탄소배출량 측면에서도 분명한 우위를 가지고 있다. 원자력은 발전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무탄소 에너지원이며, 2022년 유럽연합(EU)은 원자력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시키면서 친환경 에너지로 인정을 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의 탄소발자국은 kWh당 12g CO2eq(이산화탄소환산그램)로 풍력의 11g CO2eq와 비슷하며 태양광 대비 4분의 1 수준이다. 재생에너지와 비교했을 때, 발전단가는 가장 저렴한 수준이며 탄소배출량은 친환경에너지로 가장 선호되는 태양광보다 낮고 풍력과 유사한 수준의 매우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원자력을 통한 에너지 안보 확보다. 2021년 3분기부터 가시화된 에너지 공급망 위기는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수급 불안정 현상으로 이어졌다. 이에 주요국은 친원전 정책으로 돌아서거나 탈원전 속도를 낮추는 정책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

IEA는 각국이 원전을 늘리고 있으며 원전을 통한 전력 생산량이 올해와 내년 3%씩 증가해 2025년 2915테라와트시(TWh)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금까지 최대 기록이었던 2021년 2809TWh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EU는 지난 3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공동으로 원자력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이 회의는 2023년 12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 28)에서 원자력을 청정에너지 전환의 필수 요소로 인정하고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 용량 3배 확대를 선언한 것에 대한 연장선에서 원자력 확대 이행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역시 탈원전에서 친원전으로 정책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 2월 28일 미 하원은 SMR, 마이크로원자로(MMR) 등 차세대 원전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한 ‘원자력 발전법’을 찬성 365표, 반대 36표로 압도적으로 가결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으나 민주당과 공화당의 원전 관련 정책은 산업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방향이 일치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노후 원전 재가동에 60억 달러를 투입했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공제 대상에 원전을 포함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선 후보 역시 원전 개발을 위한 규제 요건 및 면허 절차 간소화를 대선 주요 공약에 포함하고 있다.

2050년까지 원전 3배로…SMR이 대세
AI가 불러온 원자력 르네상스…주목할 원전 ETF는
중국, 인도 등 신흥국도 원자력 발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규 원자력 건설 중인 규모를 살펴보면 중국이 압도적 1등을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중국은 원자력 건설을 통해 에너지 자립과 탄소중립을 꾀하고 있다. 중국은 2035년 전체 전력 생산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율을 현재 5%에서 10%까지 늘릴 계획이다.

인도 역시 마찬가지다. 인도는 2023년 말 기준 원전 19기를 가동 중이다. 추가 8기를 건설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10기를 추가 건설할 계획이다. 인도 내 전체 발전량에서 3.2%를 차지하는 원전 비율을 2050년까지 25%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최근 원자력 발전은 대형 원자력 발전소 대신 차세대 기술인 SMR이 주목받고 있다. 2030년 기준 글로벌 신규 원전 중 30%, 2050년 기준 50%를 SMR이 차지할 전망이다.

SMR이란 300메가와트(MW) 이하의 출력을 내는 소형 원전으로, 대형 원자력 발전소의 단점을 줄이고 장점을 극대화한 원자로다. 일반적인 원전 방식인 경수로 대비 30% 정도의 작은 출력을 낼 수 있고 냉각제 배관 파손으로 인한 방사능 유출 위험이 낮다. 또한 공장에서 모듈로 만들기 때문에 일반 원자로에 비해 제작 기간이 빠르고 설치가 간편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대형 원전 대비 안전성이 높고 초기 비용이 낮으며 유연성이 뛰어나다는 강점이 있다. SMR은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무전원 상실사고 시에도 최소 72시간 동안 외부 지원 없이 원자로를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고, 내진 설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안전성이 부각된다.
지난해 COP 28에서는 미국, 아랍에미리트(UAE), 프랑스, 한국 등 22개의 지지국은 2050년까지 원자력 용량을 3배 늘리는 ‘넷제로 뉴클리어 이니셔티브’에 서명했다.

2050년까지 대형 원전과 SMR을 포함해 현재 대비 원전 786기가와트(GW) 증설이 필요하고 이 중 SMR의 경우 2030년대 초부터 최초의 상용 원자로가 설치되기 시작해 2035년부터 본격적으로 설치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MR은 수소 생산, 지역난방 및 공장 열 공급, 담수 생산, 핵추진 로켓, 위성 및 우주기지 등 미래 에너지 저장에서 올라운더 역할이 기대된다.

원자력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국내외 ETF
AI가 불러온 원자력 르네상스…주목할 원전 ETF는
AI 발전이 전력 공급 부족 현상을 가져오자 선진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산업의 성장을 위해 탈원전에서 친원전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과 함께 성장할 기업들에 투자하는상장지수펀드(ETF)에는 무엇이 있을까.

한국에 상장된 원자력 ETF는 3개다. RISE 글로벌원자력 ETF는 iSelect Global Nuclear Power Index를 기초지수로 하는 국내 유일의 글로벌 원자력 ETF다. 미국의 1위 원자력 발전 기업 콘스텔레이션, 캐나다 기반 우라늄 생산 회사인 카메코, 미국의 SMR 제조사 BWX테크놀로지, 국내 원전 핵심 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 등 글로벌 원자력 핵심 기업에 분산투자를 한다.

글로벌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원자로 비중은 전 세계 7% 수준이며 최근 주목받는 SMR 설계 기업들도 해외 기업의 비중이 대다수이므로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원자력 주식에 분산투자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상품은 별도의 환헤지를 하지 않는 상품으로 달러화 환율 변동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원자력 산업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한국의 국내 주요 원전 기업들에만 투자하는 ETF로는 HANARO 원자력iSelect ETF와 ACE 원자력테마딥서치 ETF는 원자력과 원자력 관련 기업들에 주로 투자하는 ETF다. 전력인프라와 원자력 테마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 특징이다. HANARO 원자력iSelect ETF는 한국전력, HD현대일렉트릭, 두산에너빌리티, 현대건설, LS 일렉트릭 등 국내 주요 원전 기업들을 집중 편입하고 있으며,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7월 24일 기준 HANARO 원자력 iSelect의 3개월 수익률 25.8%로 국내 주식형 ETF 중 1위를 기록했다.

ACE 원자력테마딥서치 ETF는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 기반의 데이터 플랫폼 업체 딥서치가 산출하는 Deep Search 원자력 테마 지수를 기초로 한국전력, HD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 두산에너빌리티, LS 일렉트릭 등 원자력 발전소 건설 운영 설계 기자재 등의 국내 원전 산업 전반에 투자하는 ETF다.

미국 상장 대표 원자력 ETF는 우라늄 채굴 및 탐사 투자 기업 위주로 편입이 돼 있으며, NLR 및 NUKZ 등은 원전 산업 전반에 투자하는 최근의 트렌드가 반영돼 있다.
AI가 불러온 원자력 르네상스…주목할 원전 ETF는
URA는 미래에셋의 글로벌 ETF 계열사인 글로벌X가 운용하는 ETF로 원전 관련 ETF 중 가장 큰 순자산 규모를 가지고 있다. 캐나다, 호주, 한국 등 다양한 국가들에 걸쳐 우라늄과 핵 구성 요소들의 채굴, 탐사 및 관련 장비를 생산하는 50여 개 기업들에 투자한다. 2024년 8월 말 기준, 우라늄 관련 대표 기업인 카메코(22.5%)를 필두로, 국내 기업으로는 삼성물산(2.1%) 등을 편입하고 있다.

URNM은 캐나다, 카자흐스탄 등 다양한 국가들에 걸쳐 우라늄 채굴, 탐사, 개발과 생산 등 우라늄 관련 산업에 많은 투자를 하는 기업들에 투자한다. 메이저 마이닝 기업들로 구성돼 있어 비교적 변동성이 낮고 배당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URNJ는 탐사 프로젝트를 조기 발굴해 투자하는 주니어 마이닝 기업들에 투자한다. 이 ETF의 운용 규모는 URNM의 5분의 1 규모(2024년 2월 말 기준)이나 잠재성장성을 지닌 소규모 기업에 투자하는 특성에 따라 더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변동성 또한 큰 경향이 있다.

NLR은 미국의 거대 자산운용사 반에크의 ETF로 우라늄 채굴 및 프로젝트로부터 회사 수익의 과반수 이상 발생하거나 원자로 및 원자력 발전 시설의 건설, 유지 등과 관련된 기업들에 투자한다. 50억 달러 이상 대형주 비중이 60% 이상(2024년 8월 말 기준)이며, 미국에서 전기 및 가스 유틸리티 사업을 운영하는 퍼블릭 서비스 엔터프라이즈 그룹(10%·2024년 9월 11일 기준)을 가장 많이 편입하고 있다.

NUKZ는 1월 상장된 ETF로 미국의 대표 에너지 기업인 콘스텔레이션 에너지, 카메코의 비중이 높고 뉴스케일파워 등 원자력을 중심으로 한 인프라 업종으로 분산투자가 돼 있어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다만 올해 신규 상장된 ETF로 순자산 규모와 거래량이 적다는 점을 투자 시 유의할 필요가 있다.

AI의 폭발적 성장 및 러·우 전쟁으로 급부상한 원자력 발전은 늘어난 전력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완벽한 대안은 아니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전기의 약 10%가 원전을 통해 생산되고 우리나라에서도 30% 이상의 전력이 원전을 통해 생산되는 등 원자력은 주요 에너지임이 분명하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주요 국가 및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친원자력 방향성과 탄소중립 정책의 중요성을 볼 때 원자력 발전은 구조적 성장이 예상되므로 중장기 관점에서 관련 ETF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이글은 필자의 개인적인 소견으로 소속 회사(KB증권)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박선미 KB증권 WM투자전략부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