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러운 시장 상황 속에서 전문가들이 꼽는 부동산 시장의 굵직한 변수는 무엇일까. 정치부터 거시경제 지표, 분양권 시세 등 각 변수가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살펴본다.
[부동산 이슈]
이처럼 혼란스러운 가운데 갑작스러운 탄핵정국까지 겹치며 시장은 2025년에 진입했다. 국내 정치 이슈와 더불어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시작된다. 수요자들은 우선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매수세가 잠잠해진 것은 당연하다. 사회·경제적 상황이 어두운 가운데 한국 부동산의 내일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카오스’에 직면한 부동산 시장에서, 전문가들은 그나마 시장의 향방을 전망할 수 있는 굵직한 변수 몇 가지를 꼽는다. 이들 변수는 정치부터 거시경제 지표, 분양권 시세까지 다양하다. 각각의 변수가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10여 년 만에 본격적으로 대세 하락에 접어들지, 지난 2023~2024년과 같은 국지적 양극화 장세가 이어질지 가름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지배할 정치 불확실성
12월 3일 밤 비상계엄 선포를 기점으로 시작된 정국 불안은 모든 경제·산업 분야에 충격을 줬다. 2027년 5월까지 임기가 약 2년 반 남은 상태에서, 결국 같은 달 14일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정이 마비되지는 않았지만, 현 정부가 정책 추진의 동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갈등은 장기화하고 있다.
부동산이 직면해야 하는 단기적인 충격은 크다. 특히 건설·부동산은 내수 산업이며, 정책과 규제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분야다. 주택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시세 역시 떨어지고 있다. 남은 물량을 팔아야 하는 미분양 현장의 어려움은 더욱 크다.
공무원들도 손을 놓으면서 인허가가 지체되고 있다. 특히 건설 업계에선 모든 것이 ‘올스톱’ 된 지금 상황이 지속되는 데 대한 불안감이 가장 크다. 건설 업계 관계자는 “시장 분위기가 안 좋으니 당분간 분양도 없을 것”이라며 “공무원들이 윗선에서 섣불리 어떠한 조치를 하지 않도록 지시를 받은 상황이라, 정부가 추진하던 사업이나 인허가 건들도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정권교체’보다 ‘혼란의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임기 이후 각종 부동산 규제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집값이 올랐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정국 안정까지는 최소 5~6월까지 기다려야 할 전망이다. 앞으로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안 심판을 절차대로 진행하더라도 사건접수일로부터 최장 180일이 걸린다. 헌재에서 절차를 빠르게 진행해 탄핵이 인용되면 4~5월 중 조기 대선이 열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결국 하반기가 다 돼서야 새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교수는 “상반기까지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2025년 부동산 시장은 ‘상저하고(上底下高)' 흐름을 보일 것이므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진 상반기 내에 매수 기회를 포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권 교수는 “그럼에도 지금 같은 갈등과 혼란이 지속되면 부동산뿐 아니라 내수경기가 큰 타격을 입으면서 한국 경제 자체가 장기적인 저성장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면서 “주택 공급도 민생에 필요한 문제이므로 필수적인 정책이 잘 추진될 수 있도록 여야가 탄핵정국에서도 건설적인 방향으로 협치할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기다리던 호재, 금리 인하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2025년에 희망을 걸었었다. 2024년 연말부터 미국발(發)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한 상태에서 국내에서도 새해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리 인하로 인해 자금조달을 위한 금융비용이 낮아진다면 주택 수요와 공급 측면이 모두 살아날 수 있다.
지난 2~3년간 부동산 시장을 주춤하게 했던 요인이 2022년 하반기 금리 인상이었다는 점에서 이 같은 기대감은 부동산 시장 참가자들의 심리에도 선반영이 됐다. 한국은행이 12월 24일 발표한 ‘2024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월부터 실시된 기준금리 인하 결정이 시장금리에 미리 반영되면서 2분기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가계 부채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2025년에도 기준금리를 추가로 낮출 방침이다. 한국은행은 ‘2025년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 보고서에서 기준금리 인하 계획과 함께 경기의 하방 리스크가 커진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미 해외 투자은행들은 한국은행이 1월부터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고 봤을 만큼, 이 같은 방향성은 뚜렷하다.

‘핵심 변수’ 된 대출 규제, 언제 풀릴까
그러나 금리 인하 효과가 직접적으로 주택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주택담보대출 규제 가 완화돼야 한다. 2017년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이어진 ‘대세 상승기’에는 대출을 조여도 집값을 잡는 데 효과가 없었다. 반면 2022년 하반기 이후 정부의 대출 규제는 부동산 시장의 핵심 변수로 자리 잡았다.


이후 아파트 거래는 급감했고, 미분양은 수도권까지 확산했다. 입주를 앞둔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의 잔금 및 전세자금 대출이 막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시장은 더 빠르게 식었다. 최근 건설 업계는 주택 수요 회복을 위한 대책으로 대출총량제 폐지와 무주택자 등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가 시급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따라 막혔던 대출은 조금씩 풀어지는 분위기다. 신한은행, 국민은행, 기업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올림픽파크 포레온 잔금대출 한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금리도 4%대로 점차 낮아지고 있다. 올해 1월 1일부터 출산한 가구를 대상으로 신생아 특례대출에 대한 소득 요건이 맞벌이 부부 기준 연 1억3000만 원에서 2억 원까지 높아졌다.
강영훈 부동산스터디 대표는 “당분간 정부가 대출 규제를 풀면 집값이 다시 오르고, 다시 대출을 조이면 집값이 주춤하는 흐름이 반복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똘똘한 한 채’ 원하는 실수요
지난 2~3년간 주택 시장 흐름을 상징하는 단어는 ‘양극화’였다. 양극화는 크게 지역 양극화와 신축·구축 간 양극화가 동시에 진행됐다. 2024년에는 지방과 일부 수도권 지역에서는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에도 서초구 반포동 새 아파트인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면적 84㎡가 60억원에 실거래됐다. 강남권 최고 부촌으로 꼽히는 압구정현대와 학군으로 유명한 목동신시가지7단지도 신고가를 경신했다.

2025년에도 실수요가 움직이면서 비슷한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서울이면 서울, 광역시면 광역시에서 각자 실수요가 생각하는 ‘똘똘한 한 채’로 집중되는 현상이 지금도 발생하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선에 당선돼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게 되면, 이 같은 현상은 더 심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얼죽신’ 멈출까…수도권 덮친 분양권 ‘마피’
한편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아파트)이라 불리는 새 아파트 선호현상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입주를 앞둔 일부 아파트 분양권 시세에 일명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가 끼고 있어서다. 마이너스 프리미엄은 분양권에 붙는 웃돈을 의미하는 ‘프리미엄’의 반대말로 아파트의 최초 공급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권을 넘긴다는 뜻이다. 통상 ‘마피’는 수분양자가 잔금을 지불할 자금을 마련하지 못했거나, 시세가 더 떨어질 것을 우려해 손해를 감수하고 급하게 분양권을 시장에 던지면서 발생한다.
최근의 대표적인 사례는 서울 강북구 미아동 소재 ‘한화 포레나 미아’, 동작구 상도동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 경기 광명시 ‘트리우스 광명’ 등이 있다. 이들 단지는 최근 2~3년 사이 자재비 및 인건비, 금융 비용 상승으로 인해 아파트 분양가격이 치솟았을 때 높은 가격에 공급됐다.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와 트리우스 광명은 분양수익을 높이기 위해 일부러 후분양 방식을 택하면서 공급 가격이 더 비싸진 곳으로 다소 예외적인 사례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분양 업계에선 이들 사례가 일시적인지, 아니면 앞으로 전매제한이 풀리는 다른 단지로 급격히 확산할 수 있을지 우려의 눈초리로 보고 있다. 새 아파트 시세의 기준인 분양권 가격이 분양가보다 크게 낮아지면, 분양 시장에 충격이 가해질 수 있어서다. 분양권 시세는 인근 아파트 분양률에 영향을 미치며, 분양권이나 새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면 그보다 저렴한 구축 아파트 시세까지 자연히 하락하게 된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 교수는 “지난 2년 사이 고분양가에 나와 계약이 완료된 아파트의 입주 시기가 점점 다가오는 중”이라며 “이들 단지의 ‘마피’ 분양권이 시장에 지속적으로 쌓이면, 수도권까지 미분양이 발생하고 인근 신축부터 구축까지 시세가 꺾이면서 부동산이 본격적인 침체기에 접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보름 한경비즈니스 기자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