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산업용 로봇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했고, 이를 발판 삼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도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커버스토리] 중국 휴머노이드 산업
지난 2024년 7월 상하이에서 열린 '2024 세계 인공지능(AI) 대회'에서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전시되고 있다. 이 행사에서 20개 이상의 중국 휴머노이드가 공개됐다. 사진=연합신화
지난 2024년 7월 상하이에서 열린 '2024 세계 인공지능(AI) 대회'에서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전시되고 있다. 이 행사에서 20개 이상의 중국 휴머노이드가 공개됐다. 사진=연합신화
중국은 제조업 부활을 위한 ‘산업용 로봇 성장’이 휴머노이드로 진화하기 위한 발판이 되고 있다. 중국은 2014년부터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 조짐이 확인됐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노동 생산성이 감소하는 등 제조업 경쟁력에 부정적인 요인들이 나타나면서 당국 차원에서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제조업 현대화를 강조했다.

‘중국제조 2025’를 통해 로봇 산업을 10대 중점 추진 산업 중 하나로 지정했다. 이후 ‘13차 5개년 계획’에서도 로봇 산업을 강조했고, 별도로 ‘로봇 산업 발전 계획’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체계적으로 로봇 산업 육성 정책을 펼쳤다. 이러한 정책 기조 아래 제조업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산업용 로봇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2013년 이후 중국은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 신규 설치 및 누적 운용 등 규모 면에서 모두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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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용 로봇에서 휴머노이드로 진화

2023년 기준, 중국 산업용 로봇 신규 판매 규모는 27만6000대로 전 세계 로봇 신규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누적 운용 규모 또한 175만5000대로 중국이 현재 운용하고 있는 산업용 로봇의 40%를 차지한다. 로봇 밀도는 470대로 세계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로봇 밀도는 제조업 근로자 1만 명당 운용하는 산업용 로봇 수를 나타내며, 제조업 자동화 수준 및 로봇 활용도를 파악할 수 있는 핵심 지표다. 2018년만 하더라도 중국 로봇 밀도는 156대로 세계 15위에 불과했다. 이후 연평균 25%의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2020년 251대로 10위권 진입, 2023년 470대를 기록하면서 일본 및 독일 등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을 제쳤다.
지난 2024년 8월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베이징에서 열린 '2024 세계 로봇 박람회'를 현장 방문해 격려하고 있다. 사진=연합신화
지난 2024년 8월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베이징에서 열린 '2024 세계 로봇 박람회'를 현장 방문해 격려하고 있다. 사진=연합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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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기술 및 가격 경쟁력 또한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특히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국 로봇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그 결과 2023년 기준 글로벌 1위 로봇 기술 보유국 일본과 중국의 상대 수준 차이는 5%는 미만으로 좁혀진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스마트 로봇 제조 기술력, 서비스용 로봇 등은 여전히 격차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기술 및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산업용 핵심 부품 기술 내재화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결과, 중국 본토 내에서 자국산 로봇 자급률이 크게 높아졌다. 2018년 기준 27%에 불과했던 자국산 로봇 자급률이 2023년 47% 수준까지 늘어났다. 중국 당국은 산업용 로봇의 가파른 성장세 힘입어 차세대 첨단 로봇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휴머노이드 기업이 2025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일론 머스크는 2025년 수천 대 규모의 옵티머스를 생산할 계획이며, 2026년에는 5만~10만 대, 2027년에는 50만~100만 대까지 생산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 외에도 노르웨이의 1X도 2025년 수천 대를 시작으로 생산량을 확대할 계획이며, 미국의 피규어AI는 지난 1월 BMW 외에 두 번째 기업과의 계약 체결을 알리며 향후 4년간 10만 대 휴머노이드를 판매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2019~2020년 테슬라의 상하이 기가팩토리 설립은 중국 전기차 시장이 한 단계 성장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받는다. 테슬라의 옵티머스 양산 시작도 중국 휴머노이드 시장의 본격적인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중국 휴머노이드 기업 3대장

과거와 다른 점은 그간 중국의 기술력이 크게 향상됐다는 점이다. 지난 2024년 7월에 개최된 세계인공지능대회에서만 20개 이상의 중국 휴머노이드가 공개됐으며, 다수 중국 기업이 엔비디아와 협업을 발표했다. 또한 화웨이와 협력 중인 러쥐 로봇(Leju Robot)의 최고경영자(CEO)는 국산화율이 2018년 첫 번째 모델의 경우 10% 미만에서 현재 90%까지 상승했다고 언급하며 공급망 확보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2025년부터 중국 휴머노이드 산업은 빠른 성장이 기대된다.

현재 다수 중국 휴머노이드 기업이 소량 생산을 시작한 단계다. 그중 유니트리(Unitree), 푸두(Pudu) 등은 개별 판매를 시작했으며, 유비텍(UBTech), 푸리에(Fourier) 등은 양산을 계획 중이다. 대표적인 중국 휴머노이드 기업 3곳을 살펴본다.
유비텍이 선보인 워커 시리즈 휴머노이드 로봇. 사진=연합신화
유비텍이 선보인 워커 시리즈 휴머노이드 로봇. 사진=연합신화
첫 번째 기업은 현재 중화권 증시에서 유일하게 상장된 휴머노이드 기업 유비텍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전체 매출에서 교육용 로봇이 33%, 물류용 로봇이 12%, 소비자용 로봇이 36%, 휴머노이드 모델인 워커(Walker) 시리즈를 포함한 주문 제작 로봇이 19%를 차지한다.

유비텍은 지난 5년간 전체 매출의 40~60%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며 모델 성능 개선에 집중했으며, BYD 등 제조업 기업과 협력을 통해 생산시설에서 테스트와 인공지능(AI) 학습을 진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500~1000대 규모의 워커 S 시리즈 산업용 휴머노이드를 BYD, 지리자동차, 폭스콘, 순펑택배 등에 생산 및 납품할 계획이다. 현재 중국 휴머노이드 기업 중에서 양산화 속도가 가장 빠르다.
‘인민노이드 라이즈’…로봇 선두주자 급부상
지난 2024년 9월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 로봇 컨퍼런스에서 공개된 유비트리의 신형 휴머노이드. 사진=연합신화
지난 2024년 9월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 로봇 컨퍼런스에서 공개된 유비트리의 신형 휴머노이드. 사진=연합신화
두 번째 기업은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화제인 유니트리다. 연초 중국 춘절 갈라쇼에서 로봇 군무를 선보였으며, 최근에는 휴머노이드 모델 G1의 자연스러운 쿵푸, 축구 모습을 공개해 높은 기술력을 자랑했다. 특히 판매 가격으로 1만 5000달러를 제시했다. 일론 머스크가 향후 3~5년 이내에 휴머노이드 가격이 2만 달러 이하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한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수준이다.
러쥐 로봇의 휴머노이드 모델 KUAVO. 사진=러쥐 로봇 제공
러쥐 로봇의 휴머노이드 모델 KUAVO. 사진=러쥐 로봇 제공
마지막으로는 화웨이 진영의 대표주자인 러쥐 로봇이다. 러쥐 로봇은 교육용, 의료용, 물류용 및 휴머노이드 제조 기업이다. 2024년 12월 연간 200대 생산 규모의 휴머노이드 생산라인을 정식 가동했으며, 2025년 1월 누적 인도량 100대를 기록했다. 현재 NIO, 베이징자동차 등과 협업을 통해 테스트 중이다.
휴머노이드 시장에서도 화웨이의 그림자는 빠지지 않을 전망이다. 2024년 6월 화웨이 개발자 대회를 통해 러쥐 로봇의 휴머노이드 모델인 KUAVO-MY에 화웨이의 거대언어모델(LLM) 판구(Pangu)가 탑재됐으며, 지난 11월에는 러쥐 로봇을 포함한 16개 중국 로봇 및 관련 부품, 애플리케이션 기업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중국 전기차 및 자율주행 시장에서도 화웨이는 높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중국 로컬 기업과 협력을 통해 시장에 진입했으며, 휴머노이드 시장에서도 비슷한 패턴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부품 탑재...국산화율 90% 수준

한편 과거 대비 높아진 기술 및 공급망 확보의 중요성으로 인해 중국은 2023년부터 휴머노이드 시장의 성장에 대비했다. 2023년 11월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휴머노이드 혁신 발전 지도의견’을 통해 휴머노이드 산업의 육성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2025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의 핵심 기술 돌파, 주요 부품의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및 휴머노이드의 글로벌 선진 기술 도달을 통한 대량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2027년까지 휴머노이드 기술의 유의미한 제고 및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통해 산업 성장을 가속화시키며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으로 목표로 삼고 있다.
지난 2025년 2월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 위치한 로봇기업 딥 로보틱스에서 엔지니어가 휴머노이드 로봇을 수리하고 있다. 사진=연합신화
지난 2025년 2월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 위치한 로봇기업 딥 로보틱스에서 엔지니어가 휴머노이드 로봇을 수리하고 있다. 사진=연합신화
러쥐 로봇의 CEO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국산화율이 2018년 첫 번째 모델의 10% 미만에서 현재 90%까지 상승했다고 밝혔으며, 유비텍도 국산화율이 90%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아직 나사, 감속기, 일부 센서 및 모터 등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기술 격차가 존재하나 기술 혁신과 기업 간의 협력 등 통해 점진적으로 중국 부품의 탑재 비중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단기적으로는 테슬라의 옵티머스 밸류체인에 속한 휴머노이드 기업의 투자매력이 높다고 볼 수있다. 현재 테슬라 납품 가능성이 가장 높은 투푸(Tuopo), 산화(Sanhua)의 경우 아직은 휴머노이드 사업의 실적 기여도가 낮지만 옵티머스 생산량이 10만 대를 넘어설 경우 유의미한 실적 기여가 예상되는 만큼 높은 성장 잠재력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단기적으로 옵티머스 밸류체인 투자 매력

하반기부터 시작되는 테슬라의 양산이 주가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한 전망이다. 실제로 2019~2021년 테슬라 상하이 기가팩토리 가동 초반 테슬라 밸류체인 기업의 주가는 테슬라 전기차 판매량의 빠른 증가 및 높은 시장 점유율을 기반으로 중국 전기차·2차전지 업종 주가를 뛰어넘었다.

향후 중국 휴머노이드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면 더 많은 중국 기업의 수혜가 예상된다. 2021년 중국 전기차 시장 침투율이 10%를 돌파하며 가파르게 성장함에 따라 중국 2차전지 업종 주가가 크게 상승한 바 있다. 다만 현재 중국 휴머노이드 시장은 이제 막 개화하고 있는 단계로 미래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24년 세계인공지능대회에서만 20개 이상의 중국 휴머노이드가 공개됐으며, 향후 시장 성장 및 규격화가 진행되면서 중국 전기차 시장처럼 후발주자가 추가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유비텍 이외에도 지속적으로 중국 휴머노이드 및 관련 밸류체인 기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3월 초 개최된 2025년 양회에서 중국은 새로운 육성 산업으로 로봇 산업을 제시했다. 실제로 선전시 및 광동성이 지원 정책을 발표했으며, 다른 지방정부들도 지원 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기업의 지속적인 기술 혁신을 통해 중국 휴머노이드 산업의 성장이 기대되는 만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박주영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리서치팀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