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고백의 카메라 앞에서 <올파의 딸들>
봄날의 스크린, 놓치기 아까운 영화 셋···영화 <올파의 딸들>외 2편

이번 달 2일 개봉한 카우타르 벤 하니야 감독의 <올파의 딸들>은 튀니지 여성 올파와 그녀의 딸들이 겪은 충격적인 실화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튀니지에 사는 네 딸의 엄마 올파. 그 중 고프란과 라흐마는 10대 시절 이슬람국가(IS)에 가담했고, 현재는 리비아에 수감 중이다. 영화는 남겨진 가족들이 직접 자신을 연기하는 독특한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감독은 이 작품을 “기억을 되살리는 치료적 실험실”이라 부르며, 실화와 픽션, 연기와 고백이 겹쳐지는 과정을 통해 진실에 접근한다. 특히 올파는 자신의 고통과 모순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나쁜 엄마’로 비쳐질 수 있는 위험마저 감수한다. 남성 캐릭터들을 모두 한 명의 배우가 연기하게 한 설정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올파 가족의 삶에서 반복된 ‘남성의 부재’를 상징하며, 여성 중심 서사를 더욱 부각시킨다. <올파의 딸들>은 단순한 사건 재현이 아닌, 기억을 마주하고 고백하는 행위 자체에 집중한 영화다. 여성의 목소리로 이루어진 이 강렬한 실험은, 다큐멘터리가 어디까지 감정과 진실에 다가설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다시 돌아온 인생 로코의 여왕 <브리짓 존스의 일기: 뉴 챕터>
봄날의 스크린, 놓치기 아까운 영화 셋···영화 <올파의 딸들>외 2편

전 세계적으로 8억 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리며 사랑받은 '브리짓 존스의 일기' 시리즈가 9년 만에 신작 '브리짓 존스의 일기: 뉴 챕터'로 돌아온다. 이번 작품은 시리즈의 원년 배우들과 새로운 얼굴들이 함께해 더욱 풍성한 이야기를 선사한다. 주인공 '브리짓' 역에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에 빛나는 르네 젤위거가 다시 돌아와 50대 싱글맘이 된 브리짓의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특히, 전작에서 브리짓의 연인이었던 '마크 다아시'(콜린 퍼스 분)는 수단에서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중 폭탄 테러로 사망한 설정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브리짓은 젊은 대학생 '록스터'(레오 우달 분)와의 연애를 통해 새로운 사랑을 찾고, 아이들의 과학교사 '월리커'(치웨텔 에지오포 분)와도 특별한 관계를 형성하며 다양한 감정의 변화를 보여준다. 또한, 전작에서 유쾌한 매력을 선보였던 '다니엘 클리버'(휴 그랜트 분)가 다시 등장해 극에 활력을 더한다. 원작자 헬렌 필딩이 각본을 맡아 브리짓의 이야기를 이어가며, '레슬리에게'로 제35회 시카고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한 마이클 모리스 감독이 연출을 맡아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영화는 브리짓이 사랑과 일, 육아에서 겪는 좌충우돌을 유쾌하게 그려내며,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그녀의 매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한편 '브리짓 존스의 일기: 뉴 챕터'는 오는 4월 16일 개봉 예정이다.

15년 만에 돌아온 걸작, <예언자>
봄날의 스크린, 놓치기 아까운 영화 셋···영화 <올파의 딸들>외 2편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에밀리아 페레즈>로 13개 부문 최다 후보에 오르며 다시 주목받고 있는 프랑스의 거장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대표작 <예언자>가 15주년을 맞아 이번 달 2일 재개봉했다. 작품은 19살의 이민자 출신 청년 말리크가 프랑스 감옥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적응하고, 점차 조직의 중심 인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밀도 있게 그려낸 범죄 누아르다. 냉혹한 현실과 개인의 변모를 치밀하게 묘사한 이 작품은 제62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고, 이후 런던, 뤼미에르, 영국 아카데미 등 유수 영화제의 상을 휩쓸며 오디아르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강렬한 인장을 남긴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배우 타하르 라힘의 진정성 있는 연기,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음악, 감옥이라는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권력과 생존의 역학, 이민자 계층의 구조적 불평등까지 폭넓게 포착한 이 영화는 단순한 범죄 드라마를 넘어선 사회적 성찰로 이어진다. 2009년 개봉 당시 이동진 평론가는 “하드보일드가 신비주의를 만나 빚은 기적 같은 순간”이라는 평과 함께 별점 4.5점을 부여하며 극찬했고, 그의 유튜브 채널 파이아키아에서도 “외국 갱스터 영화 TOP7” 중 하나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