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문서 균열 나타나
'최악의 상황' 아직 오지 않았다는 가능성도

블룸버그의 경고..."韓, 글로벌 비은행 금융 최약체"
한국이 글로벌 그림자 금융(비은행 금융)에서 면밀히 주시해야 할 약점으로 떠오른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3일 평가했다. 금리상승 이후 한국 국내외 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에서 균열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 집계에 따르면 국내 비은행권이 보유한 부동산 그림자 금융 규모는 926조원이다. 전년 886조원 보다 4.5%늘어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10년 전보다는 4.2배 늘었다.

또 작년 말 기준 저축은행 연체율은 6.55%로 전년보다 3.14%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연체율 5.8% 이후 12년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올해 1분기 연체율도 작년 말보다 상승한 것으로 전해진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채 규모를 111조원으로 추정하며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 자료에 의하면 2020년 말 3.37%였던 증권사 PF 관련 대출 연체율은 작년 3분기 말 13.85%, 4분기 말 13.73%로 증가했다.

저금리와 부동산 가격 상승 시기에 PF 규모가 커졌고, 증권사들은 PF 대출을 증권화해 투자들에게 판매해왔다. 그 가운데 태영건설 워크아웃과 같은 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티로웨프라이스의 쿠엔틴 피츠시몬스 글로벌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한국의 현 상황에 대해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축소판”이라면서 “우려된다”고 말했다.

노무라증권 박정우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정부가 (부동산 부문) 구조조정에 속도를 낼 것"이라면서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끝이 아니며, PF 부채 스트레스의 시작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블룸버그는 전례 없는 부동산 경기 둔화 속에 1천300억 달러(약 179조원) 이상의 회사채가 채무불이행에 빠진 중국과 다르게, 한국에서는 신용 위험이 경제 전반에 타격을 가하지는 않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한국 부동산 문제에 아직 최악은 오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씨티그룹 김진욱 이코노미스트는 PF 부채 구조조정으로 인해 하반기 경제 성장률이 0.2%로 둔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국장은 "한국 당국이 위험을 관리하고 있지만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면서 "일부 소형 기관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윤소희 인턴기자 ys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