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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연결 시대, 인간 관계는 더 어렵다

    사람인지라 때로는 가벼운 관계가 더 힘을 줄 때가 있다. 반면 끈끈한 관계에 불편을 느끼기도 한다. 겨울 바다에 일렬로 서 있는 비치파라솔이 쓸쓸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디지털 네트워크 위에 존재하는 초연결 사회란 필터를 통해 다시 보면 이 사진은 조금 달라 보인다. 사람들이 붐비는 여름 바닷가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에너지는 아니지만, 파라솔 사이에 소소하나 따스한 연결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얇은 관계가 큰 힘이 될 때도 있다  새로운 직장을 구할 때 ‘누구에게 부탁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보면, 나와 끈끈한 관계에 있는 직장동료나 절친 또는 가족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실제로 학연, 혈연, 지연 등으로 오랜 시간 얽힌 ‘강한 관계(strong tie)’가 새로운 직장이나 자리로 이동하는 데 ‘힘’으로 작용하는 사례는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물론 이 관계의 힘이 부적절할 때 발생하는 문제 사례도 보게 된다).하지만 역설적인 주장도 있다. 건너 건너 알게 된 ‘얇은 관계(weak tie)’가 오히려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데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최신 정보의 습득이나 창의적 아이디어를 떠오르게 하는 데 더 유리하다는 주장인데, 이유를 들어보면 꽤 설득력이 있다.아무래도 끈끈한 관계는 유사성이 큰 영역에 존재하기 쉽다. 예를 들어 의사는 아무래도 동료 의사들끼리 자주 만난다. 전문 지식에 기반한 깊은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빠르게 변하고 있는 디지털 세상에서 첨단 기술에 대한 정보의 습득이나 이런 정보를 기존 의학과 연결시키는 창의적 확장 사고에는 끈끈한 관계

    2023.01.30 14:21:37

    초연결 시대, 인간 관계는 더 어렵다
  • 타인의 슬픔을 잘 위로해주려면

    [한경 머니 기고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해외 학회 기간 중 바닷가의 ‘명상 맛집’으로 유명한 곳을 우연히 지나가게 됐다. 4개의 기둥이 거친 바다를 잠재우는 상징을 표현한 예술 작품이라고 설명돼 있었다. 파도를 잠재우는 상징물 근처가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명상 맛집’이라니, 그 자체가 힐링을 주었다. 우리 인생도 그리고 마음도 파도만큼이나 때론 거칠게 출렁거린다.물끄러미 4개의 기둥과 바다를 보고 있는데 명상을 하던 사람 둘이 꼭 포옹을 한다. 연인인지 친구인지 알 수 없지만 최근 힐링에 중요한 키워드인 ‘연민(compassion)’이 느껴졌다. 필자는 연민을 추앙이라 표현한다. 개인적으론 추앙이란 단어가 더 마음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힘이 크다고 느꼈기 때문이다.“저는 나쁜 엄마인가요?”란 질문을 받는 경우가 늘어났다. 우선 “당신은 훌륭한 엄마다”라고 답변한다. 자녀의 정상적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이상 성격의 부모도 극히 일부 존재하겠지만 이런 경우는 대체로 자기인식이 결여돼 스스로의 문제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나쁜 엄마인지 묻는 엄마는 자녀 양육에 한계를 느끼고 그 원인을 자신 안에서 찾으려는 자기인식 기능이 작동하는 상황이다. 좋은 엄마인 것이다.학부모들에게 “자녀를 키울 때 부모가 얻는 최고의 유익은 끝없는 인내의 단련과 자기 성숙”이라고 우스개처럼 이야기하면 대체로 공감하며 크게 웃는다. 아이를 키우는 것이 실제로 만만치 않다. 여러 미디어 채널을 통해 제공되고 있는 부모와 자녀 관계나 자녀의 심리 등 다양한 양육 관련 정보가 인기 있는 이유일

    2022.12.02 13:57:15

    타인의 슬픔을 잘 위로해주려면
  • 내 기억에 해시태그 '#힘들었지만 대견해'

    [한경 머니 기고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친한 선배가 오랜만에 재래시장에서 소주 한 잔 기울이자고 해서 한 음식점에 방문했다. 음식점 대기가 길어 놀랐고, 평균 연령을 확실히 올리는 것이 우리인 것을 알고 또 놀랐다. 바로 다음 주 그 음식점에 맛집 소셜미디어를 운영하는 유명 가수가 방문한 후 영상을 올렸다고 해 신기하기까지 했다. 추억을 되살리려고 간 것인데 동시에 ‘인싸’가 되는 묘한 경험을 했다. ‘뉴트로’는 뉴(new)와 레트로(retro)의 합성어다. 젊은 세대에게 복고 문화는 ‘향수’가 아닌 ‘새로운 문화 경험’이라는 데 일리가 있다.디지털 음원으로 주로 음악을 즐기는 시대에 사라져 버릴 줄 알았던 ‘레코드판’이 다시 뜨고 있다. 레코드판 세대가 향수를 못 잊어서 다시 찾아서인가 싶었는데, <아날로그의 반격>이란 책을 보면 그 반격을 이끄는 세대는 젊은 층이다. 실제로 레코드판 전문점에 가보면 젊은 층이 주 고객이다. 연인들이 레코드플레이어 앞에서 헤드폰을 끼고 다정히 음악 감상을 하는 것을 보게 된다. 아날로그의 반격은 ‘맛’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미식과 관련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검색해보면, 노포(老鋪) 마니아들이 눈에 띈다. 이들은 최소 20년에서 심지어는 90년이 된 노포, 즉 오래된 가게들만 찾아다니며 정보를 공유한다. 자기 나이보다 더 오래된 가게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상당수다. 5년 전만 해도 노포에서 회식하자고 하면 싫어하는 젊은 후배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핫 플레이스가 돼 버렸다. 원래 그곳이 단골이었던 어르신들은 젊은 사람들이 많이 방문해 자리가 없다며

    2022.11.01 12:37:24

    내 기억에 해시태그 '#힘들었지만 대견해'
  • [2022 서울대 캠퍼스타운 스타트업 CEO] 윤정현 블루시그넘 대표, “디지털 치료제로 개인 맞춤형 정신건강 가이드 제공합니다”

    [한경잡앤조이=이진호 기자] “블루시그넘은 개인 맞춤형 정신건강 가이드를 제공합니다. 정신건강은 다각도로 접근해야 하므로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블루시그넘은 처음부터 모든 종류의 데이터를 한 번에 수집하기보다 콘텐츠 모듈을 작은 단위로 개발하며 이를 일상용 서비스에 탑재해나가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블루시그넘은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는 헬스케어 스타트업이다. 윤정현 대표가 2019년 11월에 설립했다. 윤 대표는 “블루시그넘은 사람들이 더 나은 감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도록 일상용 정신건강 관리 서비스와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이고 소개했다.블루시그넘이 처음 출시한 것은 ‘하루콩’이라는 하루 기록 애플리케이션이다. 일상에 대해 기록하고 싶지만 일기를 쓰는 것이 귀찮은 사람들을 위해 몇 번의 탭만으로 하루의 감정과 패턴에 대해 남기고 다양한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앱이다. 최근 누적 다운로드 300만건을 돌파했다. 윤 대표는 “하루콩 서비스는 정신건강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중요하게 다뤄지는 무드 데이터와 라이프레코드 영역을 다룬다”고 말했다.두 번째 아이템은 심리테라피 서비스 ‘라이트아일랜드’다. 프리미엄 셀프케어 서비스로 사용자의 취향과 성향, 그리고 지금 겪고 있는 심리적 문제의 특징에 따라 수백 가지의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다. 사용자는 채팅 형태의 심층 트레이닝 콘텐츠를 이용하면서 게임 같은 액티비티와 과제를 데일리 퀘스트로 받을 수 있다. “라이트아일랜드는 사용자를 가장 잘 이해하는 셀프케어 서비스를 목표로 개발 중입니다. 명상

    2022.10.25 10:59:33

    [2022 서울대 캠퍼스타운 스타트업 CEO] 윤정현 블루시그넘 대표, “디지털 치료제로 개인 맞춤형 정신건강 가이드 제공합니다”
  • 삶의 행복감을 증가시키는 방법은

    [한경 머니 기고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삶의 행복감을 증가시키는 방법으로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자잘한 것들은 버리고 간간이 강한 것 하나씩 터트리는 방법이다. 화끈해 보이지만 우리 마음에는 적응이란 기전이 있어 아무리 강해도 지속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다. 심지어 더 강한 것을 터뜨리지 않으면 마음에 기별이 없는 ‘행복에 대한 내성’마저 생긴다. 다른 방법은 강력한 자극보다 삶의 소소한 자극에도 내 마음이 반응할 수 있도록 행복 반응의 역치를 낮추는 것이다. 강도 위주의 접근보다 효과적으로 행복감을 지속시켜준다. ‘가을의 파란 하늘이 느껴지시나요’라는 질문을 통해 상대방의 마음에 여유로움이 존재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이 질문에 의외로 가을이 온 줄도 몰랐고 느껴지지도 않는다고 답변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우울증이 찾아오면 우울감을 느끼는 것이 당연한데 우울증이 심해진 경우 우울한 감정마저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이상한 색안경을 낀 것처럼 세상이 잿빛으로 보이고 내 감정이 다 말라 버린 듯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 마음속 감정을 느끼는 시스템이 정지해 버려 무감정의 상태가 돼 버린 것이다. 우울할 수 있다는 것은 그래도 내 감정 기능이 작동하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가을을 타는 것’은 가을이라는 계절에 내 마음이 반응하는 정상적인 감정이다. 파란 하늘을 보면 너무 아름답다가도, 이렇게 좋은 날이 또 흘러가고 있기에 삶의 유한성이 주는 슬픔을 동시에 느낄 수도 있다. 가을을 탈 때도 다양한 감정 반응이 존재한다. 앞의 질문에서 가을을 느끼고 있다면 마음 상태가 괜찮은 것이라

    2022.08.30 07:00:04

    삶의 행복감을 증가시키는 방법은
  • “우울하고 불안해요”…‘직장인 금쪽이’ 180만 명 시대[직장인 금쪽이①]

    [스페셜 리포트]“요즘 정신건강의학과 초진 예약이 티케팅 수준이에요.”증권회사에 다니는 A(30) 씨는 최근 팀장과의 갈등으로 집 근처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 “네게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는 말이 A 씨의 마음을 갉아먹는 씨앗이 됐다. 하지만 병원에서 “초진 상담은 두 달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A 씨는 수소문 끝에 다른 지역의 예약이 필요 없는 병원을 찾아가 상담을 받았다. A 씨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은평구에 있는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 평일 오후인 데도 대기실은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볐다. 오후 4시부터 당일 진료 환자가 꽉 차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지난해 우울증·불안 장애 환자 180만 명 심각한 문제지만 나쁘지 않은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 수치로만 보면 한국인들의 정신 건강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5년간 우울증과 불안 장애를 겪는 환자는 급격하게 증가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진료 통계를 토대로 산출된 우울증·불안 장애 환자만 180만 명에 달한다. 우울증 환자 수는 93만3481명으로, 2017년 대비 35.1% 증가했다. 불안 장애 환자 역시 86만5108명으로, 같은 기간 32.3% 늘었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만 추린 숫자다.긍정적 신호는 우울감과 불안감을 느낄 때 혼자 앓지 않고 병원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증가세를 ‘건강한 변화’라고 분석한다. 정신적으로 어려운 상태임을 인정하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하주원 연세숲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조현병처럼 유전적 요인이 발병 원인인 정신 질환이 아니라 우울증

    2022.08.20 06:00:01

    “우울하고 불안해요”…‘직장인 금쪽이’ 180만 명 시대[직장인 금쪽이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