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부터 열흘간 열렸던 서울지역 대형백화점들의 세일때는을지로 영등포등 서울시내 도심이 예년과 달리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따라 이들 백화점의 매출신장률은 지난해대비 5~11% 증가에 그치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신장률은 지난해 7월 삼풍백화점 붕괴로 5일간 열렸던 세일매출을 단순 배증해 비교한 것이라 정확한 수치라 볼수는 없지만 어쨌든 예년의 세일매출증가율20~30%에 비하면 절반에도 훨씬 못미치는 것이었다.더욱이 일부백화점들은 마이너스성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서울지역에 앞서 세일을 실시했던 지방백화점들의 경우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지방백화점의 경우 20%이상 매출이 줄어든 곳도 다수 눈에띄었다.올 상반기 역시 백화점들의 매출신장률은 지난해보다 크게 낮아져저성장의 서막이 아닌가 업계는 벌써부터 우려하고 있다. 국내 백화점업계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롯데백화점의 경우 신규출점한 점포를 제외한 기존 점포의 상반기매출이 전년동기대비16.6% 늘어나 지난해 상반기 신장률보다 5.4% 포인트 낮아졌다.2위업체인 신세계도 지난해 상반기보다 매출신장률이 8.3% 포인트떨어졌다.지난 한해동안 국내 89개 백화점은 모두 10조7천2백3억원의 매출을올려 점포당 평균 매출액이 전년대비 13.6% 증가했다. 그러나 매출총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매출총이익률은 20.0%로 전년대비 0.9%포인트 하락,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점포대형화·다점포화로 대응업계관계자들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경기가 나빠지는데 따른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볼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할인점등 신업태의시장잠식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더욱이 세계유수의 유통업체들이 할인신업태를 앞세워 국내시장공략을 가속화하고국내업체들이 여기에 맞대응, 업태다각화에 박차를 가할 경우 백화점의 성장둔화현상은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다.백화점매장은 업체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지하층은 식품, 지상층은 잡화 남녀의류 가전 가정용품 스포츠용품 등으로 구성돼 있다.백화점의 식품매장은 생식품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대량매입과 가격파괴를 무기로 내세운 할인신업태에 의해 경쟁력을 잃어가고있다.가전매장의 경우 가전양판점의 확산에 따라 입지가 축소되고 있다.가정용품이나 스포츠용품도 선진국의 예에서 보듯이 한가지 아이템을 특화한 카테고리킬러매장이 고객을 빼앗아갈 것이 확실시되고있다.앞으로 백화점이 설수 있는 땅은 의류품목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것도 패션성이 뛰어난 여성의류외에는 할인신업태나 전문점들에 맞서 경쟁할수 있는 품목이 거의 없다는데 백화점의 고민이 있다.백화점이 내리막길을 걷게 된데는 소비자들의 구매행태의 변화도한 몫을 하고 있다. 상품의 공급자가 시장구조를 결정하던 세일러즈마켓시대에서 소비자들은 하위구성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수요자가 우위를 점하는 바이어즈마켓시대에서 소비자들은 자기 취향에맞는 상품만을 선택해서 구매한다. 과거 유명 브랜드에 맥을 못추었던 소비자들은 브랜드홍수시대를 맞으면서 상품의 가치를 따지기시작했다. 즉 품질과 가격을 동시에 저울질하는 쪽으로 양상이 바뀐 것이다. 신업태의 발흥은 이같은 소비트렌드변화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이 때문에 대부분의 백화점들은 신업태와의 차별화를 위해 여름비수기를 이용, 일제히 매장개편에 나서고 있다. 이번 매장개편의 가장 큰 특징은 「고급화」로 요약된다. 롯데백화점이 잠실점에 명품관을 설치, 수입브랜드위주의 고급의류를 취급키로 한 것을 비롯,신세계백화점이 가전매장을 본점에서 철수시켜 별도 건물로 옮기는작업을 진행중이다. 양판점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던 뉴코아백화점이 고급백화점으로 변신을 추진중인 것도 결국 유통혁명의 한 가운데 놓인 백화점이 살아남기위한 단적인 사례이다.백화점들은 또 점포대형화와 다점포화로 개방과 변혁의 소용돌이를헤쳐나가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지난해말 개점한 부산점은 매장면적이 1만4천평에 이르며 오는 11월 중동신도시에 점포를 여는 LG백화점은 매장면적이 1만3천평에 달한다. 뉴코아백화점의 경우 지난91년 수원점을 연 이래 92년 과천점 순천점 동수원점, 94년 평촌점, 95년 분당점 구월점 평택점을 잇따라 개점, 다점포화전략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