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정부」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종합주가지수 6백55로 출발한문민주가는 투자자들에게 산뜻한 기대감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다.비단 선거운동의 대미를 증권거래소 방문으로 장식했다는 점에서만은 아니었다. 뭔가 꼬였던 물길이 제대로 흐르면서 주가도 「제자리」를 잡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주가에 관한한 지금 와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YS가 즐기던 등산을 마치고 다시 산을 내려온 것인지도 모른다. 94년말 1천1백고지를 넘었던 종합주가지수가 지금은 7백까지 떨어졌으니까. 물론실물경기의 사이클을 따라 주가도 상응하는 궤적을 그렸겠지만 말이다.따지고 보면 출범초기부터 주가는 YS의 발목을 잡았다. 지수6백55로 시작한 주가는 출범 10일만에 6백대로 곤두박질쳤고 투자자들의 원성도 높았다.그래도 93년초를 고비로 산업경기가 침체국면을 벗고 되살아나기시작하면서 주가도 다시금 대세상승 무드를 탔다.종합주가지수가 7백선을 훌쩍 뛰어넘은 93년 8월 12일저녁 금융실명제 실시가 전격 발표됐다. 이튿날인 13일부터 이틀간 지수는60포인트 가량 내려앉는 참담한 상황을 연출했다.『(90년10월10일의) 깡통사태와 함께 증권생활 10년만에 비참한 꼴을 2번이나 당해본다』는 증권사 직원의 자조섞인 한탄과 함께. 실명제 3일째인 16일엔 다시 25포인트나 뜀박질해 충격에선 다소 벗어나는 양상이었다.이어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을 필두로 한 대그룹회장들과 YS와의 독대가 이어지는 등의 화해무드와 경기회복을 바탕으로 주가는 천장을 모르고 치솟았다. 이윽고 94년 9월 16일엔 종합주가지수가 5년여만에 다시 대망의 1천고지를 정복했고 두달 뒤인 11월 8일엔 1천1백38.75라는 산봉우리의 정상을 밟았다.◆ 내년말 종합주가지수 1천2백선 점친다숱한 증권분석가들이 몇년 후면 「종합주가지수 4천」하는 식의 장미빛 청사진을 내놓을 무렵 주가는 어느새 미끄럼틀 위에 놓여 있었다. 작년 5월말께는 8백50선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다시 출렁거리며 단기고점과 저점을 낮춰가는 추세를 보였다.지난해 9월엔 1천고지를 다시 넘었고 올해초에 8백대로 추락했던것이 5월 7일엔 9백86선으로 치닫기도 했다. 그랬던 것이 지난 8월20일엔 8백고지마저 빼앗기고 지난 6일에는 7백고지가 무너져 6백대로 미끄러지는 심각한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이처럼 주가가 출렁이는 동안 투자자들은 수많은 애환을 주식시장에 묻어야 했다. 주가가 1천 고지를 뚫고 오르던 무렵에도 「경기양극화」니 「주가차별화」니 하여 일반인들이 많이 보유한 중소형주나 은행주는 별볼일 없었기 때문이다.삼성전자와 포철을 필두로 한 대형 우량주들이 초강세를 보이면서주가고지를 올라간 탓에 일반인들 입장에선 상대적 박탈감도 대단했다. 대형 우량주만 올랐다면 또 모르겠지만 중소형주들은 오히려내림세를 보였다.그러는 한켠에선 우선주도 주식이냐는 논쟁을 몰고온 「우선주파동」에 시달리기도 했다. 보통주보다 1% 많은 배당을 받는다는 메리트에 취해 사들였던 우선주가 본격적인 M&A(기업매수합병)시대를맞아 의결권이 없다는 이유로 「찬밥신세」로 밀려났던 것이다.제도적인 변화도 많아 92년 증시개방 당시 10%였던 외국인한도는이제 20%로 늘어났고 금융소득 종합과세 방안도 정해졌다. 90년에설립된 증안기금은 지난 5월부터 청산절차를 밟고 있고 올해 5월엔주가지수선물시장이 열렸다.앞으로 주가는 여러 차례 출렁거리겠지만 차츰 고점을 높여갈 것이라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성급한 전망이긴 하나 내년말엔종합주가지수 1천1백에서 1천2백선을 내다보는 전문가들이 많은 실정이다. 이는 물론 내년중 경기저점을 확인하고 대선과 맞물린 경기진작책을 감안한 전망이다. 문민주가는 이제 또다른 산을 정복할채비를 갖추느라 한창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