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동수퍼데크(Super-Deck)가 건설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있다. 철근을 요철형 철판 거푸집에 붙인 바닥판 합성체로 지난1월부터 건설현장에 등장한 수퍼데크가 관계자들로부터 공사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꿀 「물건」이라는 평을받고 있는 것이다. 제품이나온지 1개월 남짓만에 이미 2년치 물량을 확보한 것도 이런 호평에서 비롯된다. 한마디로 건자재업에서 「혁명」을 일으킨 것이다. 해동이 새해들어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업체로 부상한 것도수퍼데크가 미칠 파장 때문이다.◆ 주력제품 대부분 KS마크 획득(주)해동금속은 전형적인 한국의 중소기업이다. 90여명의 직원에매출액은 지난해 기준으로 2백억원쯤 된다. 직원수에 비하면 매출액이 상당히 많다. 비록 중소기업이지만 투자를 아끼지 않아 공장을 자동화한 결과다. 해동은 지난 83년 설립된 이래 철강회사 외길을 걸어왔다. 한때는 철강경기가 나빠 깊은 좌절감도 맛봤다. 더욱이 한국적인 상황에서 중소기업이 겪는 어려움은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최첨단 시설을 갖추려 해도 자금이 여의치 못해 경영진의 진을 빼기도 했다. 주변에서 같은 처지에 있는 중소기업들이 하나둘씩 힘없이 쓰러질 때마다 임직원들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하지만 요즘 해동 가족들은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다. 한 가족인(주)코스틸과 (주)해동메쉬 임직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2년여동안 회사가 심혈을 기울여 개발을 추진해온 「수퍼데크 개발」이마침내 빛을 보게 됐기 때문이다.해동이 수퍼데크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95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융인이면서도 20년전부터 철강업을 해온 김건세 부회장이 철강제품을 이용해 공사판을 근본적으로 바꿀 새로운 형태의 건설설비를 만들겠다는 마음을 다지면서 본격화됐다. 김 부회장은 이번에 발족한 금융개혁위원회의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일은 김 부회장의 뜻대로 그렇게 쉽게 풀리지 않았다.될 듯 될 듯하면서도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건축구조물 전문가인 이문곤씨를 사장으로 영입, 전체 프로젝트를 맡겼다. 일의 추진에 속도가 붙었고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곧바로 회사측은 포항의 코스틸, 충주의 해동메쉬, 군포에있는 해동금속에 관련 생산라인을 설치하고 본격 생산에 들어갔다.해동은 원래 연강선재 전문제조업체다. 지난 83년 대아철강이라는이름으로 첫발을 내디딘 이후 꾸준히 설비투자를 확대해왔다. 해동금속이라는 상호는 90년부터 사용하고 있다. 주력제품은 아연도철선, 소둔선, 철못, 보통철선으로 이미 대부분 KS마크를 획득,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회사측은 여기에다 이번에 새로 개발한 수퍼데크를 추가해 해동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해동이 업계에서 인정받는 업체로 성장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경영진의 피나는 노력과 집념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모든산업구조가 대기업 중심으로 짜여진 현실에서 중소기업의 불리함을극복하고 우뚝 섰다는 점에서 오너인 김건세 부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노고를 빼놓을 수는 없다는 것이 회사 안팎의 공통된 지적이다. 특히 경기가 좋지 않아 회사가 어려울 때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철강업에 매달린 집념은 높이 사줄만하다는 분석이다. 사실김 부회장은 회사가 어려울 때마다 뭣 때문에 그렇게 힘들게 사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매출액 3백50억원대에 이를 전망연구에 대한 활발한 투자도 해동의 오늘을 만드는데 한몫했다. 해동은 중소기업이면서도 연구부문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수퍼데크 역시 이러한 노력의 산물이라는 것이 회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개발단계부터 광운대 정홍배 교수 등 20여명의 전문연구인력을 투입, 연구를 거듭한 끝에 결실을 보았다. 또 해동이 연구의 중요성을 얼마나 크게 여기고 있느냐 하는 점은 지난해 구조기술사출신의 이문곤씨를 대표이사로 영입한 데서도 알 수 있다. 이 사장은 이런 회사의 바람에 보답이라도 하듯 입사하자마자 자신이 데리고 있던 설계인력을 수퍼데크 개발에 투입, 일을 깔끔하게 마무리지었다. 노사간의 화합 역시 해동이 자랑하는 무기다. 해동은 이제껏 단 한차례도 노사분규에 휘말리지 않는 등 모범적인 노사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직원들은 한결같이 회사측에서 알아서 잘 챙겨주기 때문에 구태여 뭘 요구할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입금협상 때도해마다 서로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하는 까닭에 노사 양측 모두별 불만이 없다.그러나 뭐니뭐니해도 해동의 장점은 일관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한 가족인 코스틸과 해동메쉬가 해동금속과 함께 수직계열화 체계를 이루고 있어 생산성이 높고 원자재 공급에 아무런문제가 없다. 코스틸이 고철을 이용해 철근이나 철선 등을 만들면해동메쉬와 헤동금속이 이를 가져다가 수퍼데크, 와이어메쉬(철망)등의 완제품으로 만든다. 3개 회사가 서로의 역할을 분담해 철강관련 제품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수퍼데크에 대한 시장규모를 파악하기란 지금 단계에서는 쉽지 않다. 이제 막 시장에 진출한 까닭에 섣부른 예측을 불허한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의 경우 적어도 수백억원대는 될 것으로전망한다. 게다가 앞으로 아파트건설 등에도 사용될 경우 그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수조원대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이에 따라 해동은 곧 공장을 증설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수퍼데크에 대한 수요가 앞으로 많이 늘 것에 대비, 지금의 군포공장에 있는 생산라인 외에 새로운 생산시설을 갖춘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8월 예정으로 2호기를 건설하고 있고11월께는 3호기를 가동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연간 총 2백70여만㎡의 수퍼데크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총매출액도 올해보다 70%이상 늘어난 3백50억원대에 이를 전망이다.지난해 적자였던 수익구조도 대폭 개선돼 철강업계가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수십억원대의 흑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해동수퍼데크의 위력을 실감케하는 대목이다. 해동은 또한 늦어도7월쯤에는 수퍼데크가 신기술로 지정될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다.그 만큼 제품에 대해 자신있다는 얘기다.★ 해동수퍼데크란 무엇인가철근을 철판에 붙인 바닥판 합성체이번에 (주)해동금속이 내놓은 수퍼데크는 한마디로 트러스형으로배근된 철근을 요철형 철판 거푸집에 붙인 바닥판 합성체다. 건설현장에서 쓰이도록 개발된 것으로 슬라브 공법으로 공사를 할 때철근을 하나하나 바닥에 까는 수고를 덜어준다. 회사측은 인건비상승 및 기능인력의 부족으로 인한 건설환경을 개선하여 부실시공을 방지하고 시공중 공사의 안전도를 높이며 공사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개발했다고 설명한다. 실제 건설업계는 수퍼데크가 나오자크게 고무된 분위기다. 그동안의 이런저런 문제점을 한꺼번에 씻을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미 동아건설이 공사에 이용하고 다른 유력 건설업체에서도 곧 건설현장에 투입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해동수퍼데크의 장점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우선 수퍼데크는 고정밀의 공사를 할 수 있다는 잇점이 있다. 전에는 공사를 할 때 철근을 눈대중으로 깔았으나 이제는 공장에서 철근과 철판이 붙어나오는 까닭에 그대로 가져다가 설치만 하면 된다. 공사비 역시 크게 절감된다. 건설현장에서 쓰이는 동바리라든가 거푸집 제작이 불필요해 원자재를 대폭 아낄 수 있는 것. 인력도 예외는 아니다. 회사측의 설명에 따르면 2백명의 인력이 필요하던 공사의 경우 단 6명만 있어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거기다가 안전성면에서도 아주 우수하다는 설명이다. 동아건설이 짓고 있는 시티백화점 부천점 건설현장 정찬옥 관리부장은 『지난 1월1일부터수퍼데크를 이용해 공사를 하고 있는데 성과가 아주 좋다』며 『모든 면에서 완벽한 제품이라고 생각된다』고 설명한다.★ 인터뷰 / 이문곤 (주)해동금속 사장'해동수퍼데크' 신기술지정 눈앞에(주)해동금속 이문곤 사장은 원래 건축구조설계 전문가 출신이다.구조기술사 자격증도 갖고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건설 관련 전문가인 셈이다. 그러다가 지난해 해동이 수퍼데크 개발을 의욕적으로추진한다는 얘기를 듣고 뒤늦게 실무라인에 합류했다. 비록 한발늦게 뛰어들었지만 그는 예의 능력을 십분 발휘, 제품개발을 무난히 마무리지었다. 사내외에서 수퍼데크 개발에 일익을 담당했다는얘기를 듣고 있는 이 사장을 만나보았다.▶ 사령탑으로서 해동수퍼데크 개발을 마친 소감은 어떻습니까.아주 홀가분합니다. 묵은 체증이 싹 풀린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아울러 성공리에 제품개발을 끝낸 점에 대해 함께 땀흘린 모든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2년여에 걸친 대장정이었지만 협조가잘 돼 무리없이 일을 마무리지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불철주야 개발에 매달린 연구인력들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개발하면서 가장 힘든 것은 무엇이었습니까.사실 중소기업 입장에서 쉬운 것이 어디 있었겠습니까. 처음부터끝까지 다 어려웠습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특히 힘들었던 것을 말하라면 머리 속의 구상을 구체화하는 것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같습니다. 특히 설계는 아주 힘들었습니다. 미지의 땅에 뛰어들어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건지 새삼 느꼈습니다. 아작도 중소기업 입장에서 뭘 개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것 같습니다.▶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특별히 어려웠던 점은 없었습니까.물론 있었지요. 더구나 최근의 경기상황을 보면 우리 같은 철강업종의 경우 아주 어렵습니다.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도 아주힘든 상황이지요. 그런 상태에서 막대한 개발비가 소요되는 신제품을 개발하다보니 벅찬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작은 살림살이에 적잖은 개발비를 대기가 쉽지 않았던 거지요.▶ 건설업계의 반응은 괜찮은지요.사실 그동안 건설업계는 인력부족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뜻하지 않은 부실공사도 항상 골칫거리였지요. 이런 상태에서 해동수퍼데크가 등장하니 무척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제품으로 나온지 한달밖에 안됐지만 관심이 대단합니다. 특히 수퍼데크를 쓰면 인력을 크게 줄 일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어요. 안정성이 우수하다는 점에 대해서도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요.▶ 실제로 주문도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까.자랑같지만 그렇습니다. 예상 외에 주문이 아주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미 일부 대형 건설사들이 공사에 이용하고 있고 다른 곳에서도 우리 제품을 쓰겠다는 제의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미 2년치 주문이 확보돼 있을 정도입니다. 이제는 어떻게 물량을 공급할까가 걱정된다고나 할까요.▶ 제품생산에 어려움은 없습니까.아시다시피 우리 회사는 코스틸, 해동메쉬, 해동금속으로 이어지는생산생산체제가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경영인으로서 아주 다행인셈이지요. 사실 중소기업을 하다보면 앞뒤가 잘 맞지 않아 고생할때가 많은데 그런 걱정은 없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원자재 조달에도별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신기술로 지정받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가능성은 어떻습니까.지금으로서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미 다각도로 검토를 했고 자신도 있습니다. 우리도 이제는 보람을 좀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만 한가지 이번 기회에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아직도 산업계에는 누군가가 힘들여 개발해놓은 신기술을 슬쩍 바꿔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주 비열한 행위이지요. 우리경제를 살린다는 각오로 모든 국민이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습니까.당분간 해동수퍼데크 생산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올해 안으로 생산라인도 증설하고 직원도 충원할 예정입니다. 물론 기존 제품도 계속해서 만들어낼 생각입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수퍼데크의 제품을 더욱 다양화해 많은 분야에서 폭넓게 쓰일 수 있도록 노력할방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