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년동안 부동산시장은 안정을 유지해 왔으나 지난해 말 이후서울이나 수도권 신도시지역의 아파트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점차 부동산시장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부동산경기 10년 주기설이나 연말의 선거를 들먹이며 앞으로 주택이나토지같은 부동산가격이 점차 회복국면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반면에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정리와 관련하여 앞으로 부동산가격이폭락하고 금융위기가 도래할지도 모른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일본을 위시한 몇몇 나라에서 나타났던 경험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보아진다. 그동안 부동산은 투기의 대상으로 치부되어 왔으며, 가격상승은 나쁘고 가격이 내리는 것은 좋다는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부동산가격의 폭락 역시 금융체제나 경제에 심각한 부작용을 미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주목하였다는 점에서 이러한 주장은 상당히 관심을 끌고 있다.부동산가격의 폭락 주장과 부동산경기 회복이라는 전혀 다른 두가지 주장이 제기되면서 향후의 부동산시장의 움직임에 대하여 상당한 혼란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부동산시장이 앞으로 어떤 상황을 보일 것인지를 살펴보려면 이들 주장의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있다.먼저 부동산가격의 폭락가능성을 검토해 보자. 80년대말 일본의 지가폭등과 뒤이은 폭락에 의한 금융위기와 경제침체 현상을 자세히살펴보면 일본과 우리나라는 지가상승의 배경이나 금융기관의 자금운용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알수 있다. 87년에서 90년 사이에 나타났던 일본의 지가폭등은 외환시장에서 발생한 대규모의잉여유동성자금이 토지시장에 유입된 것이 주된 이유로 여겨진다.또한 일본 경제·사회의 국제화, 자본자유화, 금융자유화 등도 지가폭등의 한가지 배경을 이루고 있었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경우80년대 후반의 3저 호황에 의한 높은 경제성장이 지가상승을 유발한 측면이 크다. 따라서 일본의 지가에는 상당한 거품이 존재하였으며 이 거품이 빠지면서 지가도 폭락했다고 보아진다. 우리나라의지가에도 어느 정도는 거품이 있겠지만 지가폭락을 유발할 정도는아니라고 판단된다.◆ 경기회복 없는 10년주기설 무리 있어특히 일본에서는 당초 부동산관련 금융여신의 제약을 받지 않았다가 지가폭등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부동산대출을 제한하면서지가의 폭락을 초래한 측면이 강하다. 반면 우리나라의 금융기관은부동산에 대한 여신규제가 있으며 부동산담보 부실여신의 규모도적은 편이다. 96년말 현재 우리나라 은행의 부동산담보 부실채권은총 여신의 3∼4% 수준이며 부실채권의 담보부동산이 토지시장에서모두 매물로 나온다고 해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부실채권정리는 부동산가격의 하향안정에는 도움을 주겠지만 가격폭락을 유발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보여진다.전세값 상승이나 부동산 10년주기설이 부동산경기회복에 도움을 줄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의 과거 움직임으로 볼 때 경제적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부동산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부동산경기 회복에는 늘 경제호황이 바탕이 되었다는 점에서 경제상황의 호전없이 단순히 10년 주기설만으로 부동산경기 회복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다.부동산경기의 회복을 주장하는 또다른 배경에는 금년말의 선거가주요한 변수로 제시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선거는 부동산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선거로 인하여 돈이 풀리고각종 개발공약사업이 제시되면 부동산가격이 오른다는 주장이다.그렇지만 과거의 몇 차례 선거후에 나타난 부동산시장의 동향을 보면 선거와 부동산시장간에 뚜렷한 관계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80년대 중반이후 2차례의 선거가 있었던 87년과 92년의 선거후 지가동향을 살펴보면 87년 선거후에는 큰 폭으로 오른 반면 92년 선거후에는 도리어 떨어졌다.87년 선거이후는 3저 호황으로 경제가 호황을 보였고 대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로 시중자금이 풍부한 시기였다. 반면에 92년 선거이후는 경제적 여건이 부동산경기를 뒷받침할만한 여력이 없었다고 보아진다. 선거에 따른 통화공급증가가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은 87~89년 기간과 92~94년기간 사이에 통화공급규모가 별차이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시장의 동향은 뚜렷하게 다르게 나타났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설득력이 별로 없다.통화공급 보다는 도리어 경상수지의 흑자 또는 적자여부가 부동산시장에는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아진다. 이는 핫머니 성격이 아닌 단순한 통화공급증가는 물가상승압력으로는 작용하지만 부동산같은 실물자산에 대한 수요로 직접 연결되지는 않기 때문이다.결국 금년말의 선거는 현재의 경제회복 지연, 경상수지의 대규모적자 등을 고려할 때 부동산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다.부동산경기는 경제적 상황, 정책운용방향 및 수급동향에 의하여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부동산주택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이러한 요인들을 살펴보면, 먼저 경제상황은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는 높아지고 있지만 회복속도는 비교적 느릴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게다가부동산실명제같은 투기억제장치가 마련되어 있고 연 50만호 내지60만호의 주택이 건설 공급될 예정이다. 또한 주택부족문제가 상존하고 있는 수도권에 대한 택지공급도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따라서 부동산의 수급상의 불균형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주택의 가치재편·수요차별 지속될듯최근 주택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주목할 만한 현상은 주택수요의구조적 변화현상이다. 주택가격의 지속적인 안정으로 대체수요인임대수요가 증가하는 한편, 소득향상과 주거선호패턴의 변화로 인해 쾌적한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는 주택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주택의 선택기준에서 주변환경이나 생활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보아진다.주택가격은 전반적인 안정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년 초에서울 일부지역이나 신도시의 아파트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진 것은 이러한 주택수요의 구조적 변화에 기인한 바가 크다. 결국 최근에 나타난 일부지역의 아파트가격 상승은 부동산경기의 회복이라기보다는 주택의 가치재편 현상에 기인한 현상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주택의 입지, 주거편의성, 주거환경을 바탕으로 한 주택가치의 재편과 주택수요의 차별화현상은 시장의 구조적 변화이며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주택시장에서 금년 하반기에 예상되는 특징은 지역이나 주택유형,입지여건에 따른 차별화현상의 심화를 들수 있을 것이다. 수도권의입지여건이 좋은 아파트와 나머지 주택간의 가격차별화 현상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수요증가가 전국적으로 확대되기는 어려우며, 주택시장의 안정기조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토지시장의 동향을 살펴보면 토지의 거래는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지가는 비교적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토지규제 완화에 따른 투기우려가 있었지만 아직은 그런 조짐이 별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선거를 전후한 각종 개발사업공약, 사회간접자본투자의 확대, 토지관련규제의 완화같은 토지시장을 교란시킬 불안요소가 어느 정도 있지만, 지가안정을 위한 각종 제도적 장치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기때문에 금년 하반기의 토지시장은 안정국면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토지시장의 회복은 시중유동성자금이토지시장으로 유입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경상수지 적자의 확대,통화공급의 안정에 따라 토지경기를 부추길 만한 대규모의 시중유동성자금이 형성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토지시장에 대한 심리적 불안요인을 사전에 차단한다면 금년 하반기의 토지시장은 대체로 안정을 유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