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제 227호 (2000년 04월 10일)

보장의 위험성

기사입력 2006.09.04 오전 11:57

무엇인가 보장됐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보장이 주는 위험과 그것의 폐해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특히 어린이들이나 젊은 세대에게 너무 일찍 모든 것을 보장하는 것은 그 사람을 망치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이는 개인에게도 기업이나 국가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지구촌 어디에서도 하와이만큼 아름답고 환경이 좋은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맑고 투명한 에머랄드빛 바다, 내리쬐는 태양빛에 은빛 물결을 자랑하는 백사장 등 아름다운 자연과 붉은 용암 잔재물 등 화산으로 인한 각종 볼거리, 지천으로 널린 먹거리, 일년 내내 기분좋은 날씨 등…. 게다가 섬나라지만 거친 태풍도 없다. 특히 수심이 얕은 산호섬으로 상어의 접근이 쉽지 않아 해수욕을 맘껏 즐길 수 있는 안전한 곳이다. 그야말로 하나님이 축복한 젖과 꿀이 흐르는 곳이다.

그래서 그곳에 사는 교민들은 하와이를 천국 바로 밑의 나라인 ‘999국’이라 부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주민이 자꾸 줄어 하와이 당국은 걱정을 많이 한다. 공짜로 대학을 보내 준다 해도 공부하지 않고, 애도 잘 안 낳는다. 무엇보다 모든 것이 보장이 돼 있는 탓에 아무런 욕망도 의욕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하와이 출신 중에는 유명한 사람이 별로 없다. 기껏 생각나는 사람이 일본 스모계에서 활약중인 고니시키와 아케보노 정도다.

반면 NHK 뉴스를 보면 일본은 참 살기 험한 나라다. 걸핏하면 태풍과 지진으로 나라가 떠들썩하다. 우리나라도 홍수나 태풍은 자주 오지만 일본은 그 강도에 있어 한 수 위이다. 저런 악조건에서 어떻게 살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동시에 일본의 발전은 저런 자연재해와의 투쟁에서 얻어진 에너지에 기인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요즘은 인기가 한풀 꺾였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프로권투에 대한 인기가 대단했다. 권투 해설자는 으레 챔피언의 파이팅을 헝그리 정신과 연결하여 얘기하곤 했다. 배가 고프니 어금니를 꽉 깨물고 연습을 한다. 죽기 살기로 하는 것이다. 챔피언만 되면 먹고 사는 것은 해결되니 엄청난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김기수, 김덕팔, 허버트 강, 김태식 등 수많은 스타가 탄생했다. 하지만 소득이 올라간 지금 딱 떠오르는 선수가 없다. 우리 사회에 이미 헝그리 정신은 사라졌다는 얘기다.

무엇인가 보장됐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또 우리는 무엇인가를 보장받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학생들은 대학 진학이나 취직을 위해 밤새워 공부하고, 운동 선수들은 연봉 액수를 높이기 위해 몸만들기에 최선을 다한다. 직장인들은 노후를 보장받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 매면서 연금도 붓고 보험에도 가입한다. 반면 평생 먹고 살 것을 순식간에 다 벌어둔 사람도 있고 부모를 잘 만나서 아무 것도 안해도 되겠다는 사람도 있다. 아무 것도 안해도 되고 무엇을 하더라도 얽매일 필요가 없으니 얼마나 좋겠는가. 보장이 주는 자유는 정말 부럽다.

하지만 우리는 보장이 주는 위험과 그것의 폐해를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특히 어린이들이나 젊은 세대에게 너무 일찍 모든 것을 보장하는 것은 그 사람을 망치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아무런 부족함이 없이 너무 풍요롭게 자녀를 키운다든지, 정신적인 준비가 안된 자손에게 유산을 왕창 물려주는 등의 일은 위험하다. 이는 개인에게도 기업이나 국가에도 해당된다. 축성(築城)보다는 수성(守城)이 어렵다는 말이나 기업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가 성공에 도취해서라는 교훈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이루는 것도 어렵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게 더 어렵고 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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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