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도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그렇지만 아직도 사정상 휴가를 떠나지 못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8월 중순쯤엔 모든 피서지가 비교적 한산해 숙소예약 걱정은 안해도 되겠지만, 한여름 동안 뭇 사람들에게 찢기고 밟힌 ‘상흔’만은 곳곳에 남아 있을 터. 이런 유명 피서지 대신 깨끗하고 한적한 곳을 찾는다면, 관광공사가 추천한 ‘8월에 가볼만한 곳’이 하나의 대안이다. 비교적 덜 알려지고 개발도 안돼 편의시설이나 교통편은 다소 불편하지만 손때 묻지 않은 ‘천연의 맛’을 느끼기엔 그만인 곳들이다.● 국화도(경기 화성)=행정구역상으론 경기도지만 지리적으론 충남에 더 가깝다. 화성군 매향리 포구에선 1시간 남짓 걸리지만 당진군 장고항에서는 뱃길로 20분 거리. 22가구 60여명이 살고 있는 단출한 섬이다. 국화도 선착장 마을에서 야트막한 언덕을 넘으면 조개껍질과 모래가 적당히 어우러진 천혜의 해수욕장이 자리잡고 있다. 경사가 급하지 않고, 서해안답지 않게(?) 물이 맑아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 적당하다. 해수욕은 물론 갯벌탐험에 고동잡는 재미도 쏠쏠하다.섬주변에 고동이 지천으로 깔려 있어 입이 심심할 때 자연산 군것질거리로 ‘짱’이다. 국화도의 또 다른 재미는 바로 옆 5백m 거리에 막내동생처럼 자그맣게 떠 있는 무인도 토끼섬. 썰물 때 물이 빠지면 토끼섬으로 건너가 ‘나만의 섬생활’을 즐길 수도 있다. 토끼섬에서 건너다 보이는 마을은 일출과 석양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왜목마을. 여유가 있다면 왜목마을에서 하루쯤 묵으며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체험하는 것도 색다른 추억거리가 될 듯. 화성군청 문화관광과(031)370-7063~5), 당진군청 문화관광과(041-350-3224).● 원산도(충남 보령)=대천항에서 배로 40분 거리에 있는 멧돼지 모양의 섬. 멀리서 보면 마치 흰색 띠가 섬을 감싸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섬 전체가 모래밭에 둘러싸여 있다. 그중에서도 오봉산해수욕장, 원산도해수욕장, 저두해수욕장 등이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원산도해수욕장은 드넓은 모래밭으로, 오봉산해수욕장은 최근에 지어진 현대식 민박집 등이 특징이다.썰물 때는 물이 3백m 정도만 빠져나가는데, 서해안의 다른 해수욕장들에 비하면 썰물량이 많지 않은 편. 해변 갯벌에서는 바지락이나 낙지잡이가 가능하며, 해수욕장 양쪽끝 갯바위에선 낚시도 즐길 수 있다. 지하수가 풍부해 식수걱정이 없는 것도 이 섬의 장점이다. 보령시청 문화관광과 (041-930-3541), 신한해운(041-934-8772).● 월성계곡(경남 거창)=남덕유산(1507.4m) 동쪽 월성천을 따라 형성된 길이 5.5㎞의 계곡이다. 흔히 거창의 피서지로는 수승대와 금원산 일대를 최고로 꼽지만 호젓하기로는 월성계곡이 한수 위다. 계곡의 폭은 넓지 않지만, 주변 산세가 워낙 웅장해 수량이 풍부한 편이다. 널찍한 바위들이 많아 물놀이 후 몸을 말리거나 선탠을 하기에 알맞다. 상류로 올라가면 장군바위쉼터 등이 나타나고 월성1교에 이르기까지 계곡욕을 즐기기에 좋은 장소들이 줄지어 나타난다.숙소는 거창읍내나 계곡아래 월성리 민박집에서 해도 되지만, 계곡근처에 텐트를 치는 것도 한 방법. 자그마한 모래톱이나 넓적한 바위 위에 쳐놓고, 한밤중 다투듯 우당탕거리며 흘러내리는 계곡 물소리에 귀를 씻어보는 것도 계곡피서의 색다른 맛이다. 거창군청 문화관광과(055-940-3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