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됐던 소비자 심리 정상화 과정으로 이해해야...기술주 여건 불투명, 상승장 기대 일러

연초부터 지난 상반기 내내 한국 경제에 대한 설명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된 캐치프레이즈는 ‘강한 소비동향’이었던 것 같다. 국민 총생산의 수요측면은 소비 투자 정부지출 그리고 순수출로 구성된다.(Y=C+I+G+(X-M)) 강한 소비동향이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라는 선전 문구에 대해 정부와 강세 장을 고대하는 증권사 모두 의기투합했던 것 같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불안하기 그지 없었던 수출여건이나 투자에 대해 별다른 주목을 하지 않은 채로 말이다. 신문지면에서는 강한 백화점 매출과 활발한 대미 자동차 수출에 대해 예외적으로 1면을 할애하는 특혜를 여러번 시행했다. 경제 현상이란 마치 코끼리 같아서 전체를 설명하지 않은 채 좋아 보이는 부분을 비체계적으로 나열해서 제한된 지면에 낙관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것을, 그것도 여러 번 집중적으로 하면 쉽게 반대론이 등장하기 어렵다. 두가지가 상호작용하면서 이와 같은 경제 평가에 공헌했다. 태평양 신세계 현대자동차 등 몇가지 소비재 주식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주가상승을 토해냈고 1월부터 5월까지 지속적으로 올라온 소비자 심리지수도 부추김 역할을 했다.전년동기대비 기준으로 소비는 분명한 하향추세다. 가장 광범위한 소비동향 지표인 국민계정상 소비는 1분기에 전년동기대비 0.4% 증가로 작년 1분기의 9%를 피크로 계속 증가세가 내려앉았고 계절조정치도 오랫만에 감소했다. 가장 자주 거론되던 소매판매지수 동향도 아래 <그림 designtimesp=21236>을 보면 완연하게 증가율 둔화세가 계속됐고 2분기에 들어서야 바닥을 확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강한 소비동향은 뭔가 찜찜한 평가로 보인다.소비자 심리지수는 지난해 12월 64.6까지 내려앉은 이래 5월까지 중립선인 100 근처까지 계속 올라왔다. 이것이 강한 소비동향론자의 단골 메뉴다. 이렇게까지 설명하는 것이 좀 이상하지 않은가. 먼저 소비자 심리지수는 너무 짧은 역사를 갖고 있다. 지난 98년 11월부터 시작됐을 뿐이다. 지난해 12월 64까지 찍을 정도로 소비가 나빴나를 생각할 때 너무 짧은 경험 때문에 과도하게 심리가 반응한 것은 아닌가 의심된다. 다시 말해 소비자 심리지수는 지난해 겨울 IMF 사태의 악몽을 준거로 삼아 응답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소비는 전년동기대비 기준으로 97년 경제위기를 제외하고는 지난 30년 이래 단 한차례만 감소했고 대체로 증가세가 강화되거나 둔화될 뿐이다. 따라서 5개월 연속 중립선인 100으로 근접하는 것은 지나쳤던 심리악화가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맞다고 생각한다.소비재 주식 주가 소비동향과 별 상관관계 없어지난 10년 동안을 대상으로 소비재 주식의 주가와 소비동향의 상관관계를 보면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거의 상관관계가 없다. 그렇다면 몇몇 소비재 주식의 상반기 주가상승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두가지 요인이 상정된다. 소위 기술주의 독주 속에서 소외되다 보니 너무 저평가된 가치, 그리고 영업환경이 상대적으로 가장 안정적인 기업들이 불확실한 주식시장에서 부각된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GDP의 수요요인들이 대부분 매우 불확실하거나 하향 추세인 바에야 그 중 가장 안정된 소비재 업체의 수익이 그래도 ‘방어적’이다. 거기에 그동안 가치를 냉대받았던 업체들이 대체로 상반기중 뛰어난 소비재 업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들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아 주식시장 전체를 떠받치기는 역부족이다. 주력 업종인 기술주의 상승 여건은 아직 다가오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방어적인 영업환경(하락의 변동폭이 적은)과 가치를 비교해서 손때가 덜 묻은 주식들로 채우는 전략을 당분간 더 지속하는 것이 안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