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도 명품시대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의 명품관.이 백화점 4층에는 스위스 속옷 브랜드 한로(Hanro)와 포갈(fogal), 프랑스 브랜드 니나리찌(Nina Ricci)와 리즈 샤멜(Lis Shamel) 등 11개 유럽 속옷 브랜드를 판매하는 6개 매장이 일렬로 위치해 있다.최근 니나리찌 매장을 찾은 주부 한경화씨(35)는 30만원 상당의 브라세트를 두 벌 구입했다. 한씨는 “친구가 권해서 한 번 입어봤는데 편하고 몸에 잘 맞아 종종 구입한다”며 “이웃끼리 모이면 때때로 이런 명품 속옷얘기를 한다”고 말했다.속옷산업을 움직이는 요인 하나는 명품화 바람이다.이들 매장 중 하나인 ‘꾸뛰르’는 6개의 해외 브랜드를 취급하는 편집매장이다. 롯데백화점 본점과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 2곳에 입점해 있다. 이곳에서 팔리는 속옷의 가격은 20만~160만원까지 천차만별. 지난해 8월에 신규 입점한 롯데백화점 매장의 경우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 매장의 직원인 하금주씨는 “지난해 8월만 해도 1일 매출이 30만~40만원이었는데 요즘은 100만~200만원 정도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10월에 입점한 갤러리아 백화점의 경우 보석가공회사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이 전면에 박힌 1세트에 85만원 하는 브라세트를 이미 5세트나 팔았다. 매장 직원 박현숙씨는 “이렇게 장식성이 강한 고가 제품이 팔릴까 싶었는데 우리도 놀랐다”고 말했다.매장 점검을 위해 갤러리아 백화점에 들른 꾸뛰르 판매담당 이재규 대리는 “명품 속옷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고 있는 만큼 현재는 매장이 2군데지만, 오는 5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시작으로 현대백화점 본점과 지방 2곳 등 계속해서 매장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앙드레김 브랜드 ‘엔카르타’도 런칭이런 명품화 바람을 반영하듯 최근에는 디자이너 앙드레김의 속옷 브랜드가 출시되기도 했다. ‘엔카르타’라는 이름의 이 브랜드는 지난 2일 런칭 패션쇼를 가졌다.이 브랜드의 제작과 판매는 ‘앤프리인터내셔날’이 맡고 앙드레김은 최종 감수자의 역할을 하게 된다. 디자이너는 모두 6명. 앙드레김의 디자인 컨셉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일주일에 한 번씩 앙드레김 살롱을 찾는다. 제품 출시를 준비 중이던 지난해 9월부터는 최근 10년간의 앙드레김 패션쇼 비디오를 감상하기도 했다.패션케이블TV 사장을 거친 앤프리인터내셔날의 이성수 사장은 유럽 란제리 쇼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이 사업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인 속옷 브랜드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6~7년 전부터 앙드레김을 꾸준히 설득해 왔다는 것이 이사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유럽에서 유행하는 T자형 속옷은 만들지 않기로 약속하는 등 앙드레김의 기존 이미지를 지키는 선에서 제작에 들어가기로 했다.이사장은 “우선 국내에선 수입 브랜드만 즐비한 명품관에 입점하는 것이 목표”라며 “2년 내에 유럽 란제리 쇼에도 나갈 계획”이다.건강기능성, 체형보정 기능성 속옷90년대 내의류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키며 등장한 기능성 속옷. 기능성 속옷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건강기능성 제품과 체형보정 기능성 상품이 바로 그 것.건강기능성 속옷은 신체에 좋다는 옥, 쑥, 숯, 은, 황토, 키토산, 알로에 등의 소재를 사용한다. 좋은사람들 마케팅부 임정환 대리는 “옥은 빈혈증과 호흡질환에, 키토산은 민감성 피부에 효과적”이라며 “황토는 노화방지, 은은 전자파 차단기능을 지닌다”고 말했다.이와 같은 신조재를 이용한 건강기능성 상품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 98년. 자연물을 가공한 건강제품이 봇물을 이루던 사회 분위기가 속옷에도 반영된 셈이다. 건강기능성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BYC의 경우 자사 기술연구소에서 ‘데오니아’라는 항균, 방취 목적의 제품을 2년간의 개발 끝에 지난 2000년 출시했다. BYC 홍보실 신현인 차장은 “‘데오니아’ 제품이 전체 매출액의 약 10%, ‘데오니아’를 포함한 건강 기능성 속옷은 전체 매출액 중 20% 정도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또 좋은사람들은 대학과의 산학연구를 통해 지속적으로 신소재를 개발해 내고 있다.고가인 맞춤형도 인기체형보정 기능성 상품은 소위 ‘맞춤형 속옷’이라고 불린다. 거들, 니퍼, 보디슈트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진 이들 제품은 고객에 원하는 배, 허리, 허벅지 등의 신체부위를 교정해 준다. 비비안에서는 ‘BBM’, 신영와코루에서는 ‘PMC’라는 맞춤형 속옷을 선보이고 있는 등 각 사의 상품 출시는 활발하다. 비비안의 상품기획팀 정막동 차장은 “고객 신체를 측정해 주는 정밀 기계를 보유하고 있다”며 “‘보디 클리닉 시스템’으로 소비자 체형을 정확히 파악해 속옷을 맞춰준다”고 말했다. 체형보정 기능성 상품의 가격은 평균 12만~17만원으로 비맞춤 기성 제품보다 50% 정도 비싼 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맞춤형 제품이 전체 체형보정제품 시장에서 팔리는 비율은 30%에 이른다는 것이 신영와코루 홍원기획팀 김명대 차장의 설명이다.인터뷰 CJ39쇼핑 란제리 브랜드 ‘피델리아’ 디자이너 이신우씨“세계적 명품속옷 만들어봐야죠”“이제 병을 고치는 속옷이 나오는 시대도 곧 올 겁니다. 사람 몸에 직접 닿는 속옷은 과학과 패션의 발달이 가장 먼저 적용되는 분야거든요.”지난해 6월 출시 이후 속옷 업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는 CJ39쇼핑의 피델리아는 디자이너 이신우씨의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출시 때부터 화제를 낳았다.이씨는 각종 설문조사에서 20세기 국내 패션계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 디자이너 5위안에 들었던 톱 디자이너. 최근 2~3년간 디자인 현장에서 사실상 떨어져 후진양성에 힘써왔던 그가 란제리 업계에서 새롭게 디자인 인생을 출발한다는 그 자체가 화젯거리였다.“고급화된 속옷 브랜드를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찾기 힘들잖아요. 우리나라 패션 트렌드는 이미 유럽보다도 앞서가고 있는 상황에서 속옷도 고급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지난해 홈쇼핑 채널에서 속옷 브랜드를 만들어보자는 제의를 받고 별 망설임 없이 이 일을 택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내가 언제부터 유명세에 매달렸나 싶더라고요. 좋은 디자인을 소비자와 공유할 수만 있다면 내게도 소비자에게도 좋은 일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이씨는 피델리아의 성공에 대해 스스로도 놀랐다고 말한다. 제대로 된 제품을 내놓기 위한 마케팅 담당자, MD(상품기획자), 디자이너 등 모두의 노력이 하나로 모여 이러한 결과를 낳았다고 자평하기도 했다.최근에 런칭 패션쇼를 가진 앙드레김의 속옷 브랜드 ‘엔카르타’에 대해 경쟁의식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일류 디자이너들이 속옷 브랜드에 진출해 한국 명품속옷을 만들어나가는 노력은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대답했다.“예전엔 명품이라는 말이 참 싫었어요. 명품하면 모두들 외국 제품을 말하니까요. 하지만 이 브랜드를 세계적 명품으로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듭니다. 지난 2월 유럽 란제리 컬렉션에서 접한 제품들도 우리 것보다 뛰어나지만은 않더군요.”이런 그의 확신을 바탕으로 피델리아 관계자들은 현재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제품 수출계획을 세워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