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 디자인(Personal Design)을 아십니까.’신종 틈새사업을 찾아내고 키우는 데 일가견을 가진 예비 창업가들이 득실거리는 일본시장에서 ‘퍼스널 디자인’이란 용어가 뉴 비즈니스의 새로운 화두로 등장했다.장사나 사업에 어지간히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도 퍼스널 디자인의 개념을 단번에 간단히 이해하기는 힘들다. 첨단공학이나 산업분야에서 쓰이는 용어로 받아들이기 십상이다. 상품을 개발하거나 모델을 바꾸는 작업에 관련된 일 정도로 짐작할 가능성이 높다.그러나 일본의 뉴 비즈니스 시장에서 통용되는 퍼스널 디자인의 의미는 그게 아니다. 사람의 내면적 개성과 겉으로 드러난 모습의 차이를 찾아낸 후 메이크업, 헤어스타일 및 복장 등을 대담하게 변화시켜 전혀 다른 인상을 전략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고객은 기업체 경영자, 의사, 변호사, 교수 등 고도의 전문직 직업인나 높은 소득이 보장된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1차 대상이다. 즉 업무상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접하는 전문가들이 상대방에게 첫 대면에서부터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도록 이미지와 스타일을 가꿔주고 변형시켜 주는 일이 퍼스널 디자인이다.‘사브리네트’ 최초 창업 … 성장세퍼스널 디자인의 파이어니어업체로 주목받고 있는 회사로는 도쿄 시부야에 본사를 둔 ‘사브리네트’가 으뜸으로 꼽힌다. 이 회사의 창업자이자 퍼스널 디자인 시장의 선두주자로 화제를 몰고 다니는 가라자와 리에 사장(40)은 건강식품, 미용 관련 용품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맹렬 여성이다. 그녀는 에노비아라는 회사에서 창사 이후 최초로 여성 임원의 별을 달았지만 이를 박차고 나와 지금의 회사를 차렸다. 판매 일선에서 갈고 닦은 그동안의 경험과 정보를 모두 활용한다면 퍼스널시장에서 얼마든지 금맥을 캘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다.가라자와 사장은 에노비아에서 일하던 시절 판매를 담당하는 주부의 얼굴이 자신도 모르게 변해 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사람의 ‘얼굴’에 커다란 관심을 갖게 됐다. 영업에서 뛰어난 실적을 올리고 당사자의 내면에 자신감이 붙으면 어느새 얼굴 화장과 복장이 달라진다는 것을 실감했다. 안과 밖으로부터 계속해서 자극을 받게 되면 얼굴 자체가 변한다는 것을 가라자와 사장은 확신하게 됐다.하지만 퍼스널 디자인 사업에 눈을 돌리게 된 계기는 정작 다른 데서 찾았다. 그녀는 후쿠시마현의 한 중소도시에서 지점장을 맡고 있던 92년 무렵, 회사 내 각종 목표달성 경쟁에서 1위를 도맡아 차지했다. 94년 32세의 젊은 나이로 임원 자리에 오른 후에는 사장을 대신해 게이단렌 등 일본의 굵직한 경제단체 회의에 수시로 참가하는 경험을 쌓았다. 이때 그녀는 눈을 떴다.“기업체 사장들 중에는 용모가 준수한 사람도 많은데 어째서 겉모습에 그렇게 무신경한 것일까? 자신의 내면적 가치와 매력을 외모와 일치시키는 데 아예 관심을 갖지 않는 경영자들이 너무나 많다.”가라자와 사장은 최고경영자들이 자신의 스타일과 외모, 인상 등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오랜 관찰을 통해 밝혀냈다. 그리고 이 같은 허점을 역이용한다면 상당한 사업 기회를 붙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서자 지난 2000년 주저 없이 지금의 회사를 차렸다.이 회사의 가장 큰 특징은 가라자와 사장이 자신의 인맥을 통해 동원한 43명의 각계 전문가가 외부 어드바이저로 포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의 직업은 미용연구가와 패션전문가에서 사진작가, 발성법 트레이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풍부하다. 이들은 사브리네트의 고객에게 메이크업, 헤어스타일뿐만 아니라 발성법, 복장 등 대인관계에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귀중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이용방식은 회원제이며, 고객은 등록과 동시에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 복장 어드바이스 등과 관련된 기본서비스(3시간ㆍ12만엔)를 받도록 돼 있다. 서비스 중에는 고객이 옷을 사러갈 때 전문가가 같이 따라가 상품선택에 조언을 해주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전문가는 서비스비용으로 3시간을 기준으로 6만엔을 별도로 받는다. 전문가들의 빼어난 안목 덕분에 옷 고르기가 훨씬 수월해졌다며 고객들 중에는 1시간에 무려 100만엔어치를 구입한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사브리네트는 이 같은 출장서비스와 별도로 사진촬영 및 발성훈련 등을 포함한 종합서비스료로 1년에 120만엔을 받고 있다.사람의 이미지를 가꾸고 변형시켜 주는 대가로 돈을 번다는 일 자체가 수월한 것은 분명 아니지만 사브리네트는 벌써 상당한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이미 약 100명에 달하는 일본 사회의 유명인사가 이 회사의 프로작업 과정을 거치면서 이미지변신에 성공했다. 도쿄대학 생산기술연구소의 하시모토 히데노리 교수는 사브리네트가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는 인물이다.유명인사를 단골 고객으로 확보하시모토 교수는 연구실에 파묻혀 일에 몰두하는 지식인답게 바깥세상의 변화와는 담쌓고 사는 분위기가 강하게 묻어나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사브리네트는 오히려 이 같은 점에 과감히 메스를 댔다.“피부가 희고 눈이 아름다운 매력을 가졌는데도 장발과 안경에 가려 귀한 개인적 자산이 그냥 묵혀 있더라고요. 이를 뜯어 고쳐 행동파 아티스트의 이미지로 바꿔 놓은 게 본인과 주위 사람들 모두 대만족할 만큼 적중한 겁니다.”(가라자와 사장)벤처기업가로 거부대열에 올라 있는 젊은 사장도 이 회사의 고객이 되면서 이미지를 180도 바꿨다. 퓨처시스템스의 가네마루 야스후미 사장이 그 주인공.가네마루 사장에게 머리를 짧게 치고, 블랙톤의 양복을 받쳐 입도록 조언함으로써 강인하고 의지가 굳센 벤처기업인의 인상을 잘 살려냈다는 평을 듣고 있다.가네마루 사장은 “일본에는 남자는 겉만 봐서 잘 모른다는 가치관이 존재하는 탓에 남성들이 스타일과 이미지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풍조가 강하다”고 지적한 후 “그렇지만 현실은 외양을 중시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해 퍼스널 디자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음을 시사했다.사브리네트의 고객은 현재 기업경영자가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한편 의사와 학자, 변호사들이 단골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가라자와 사장은 기업은 물론 사회활동에서 커뮤니케이션의 초기 매듭은 첫인상에 크게 좌우된다고 말하고, 특히 외국인들과의 접촉이 빈번한 회사의 최고경영자일수록 퍼스널 디자인의 중요성은 커진다고 전했다.사브리네트는 지난 3월 결산에서 약 5,000만엔의 매출을 기록, 아직 외형에서는 이렇다할 큰 성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어드바이저들에게 보수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내실 또한 적자를 면치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신규고객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어 내년 3월로 끝나는 새 영업연도에서는 1억5,000만엔의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물론 흑자전환과 기업공개로 주식시장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는 것도 당면한 최대목표 중 하나다.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