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미백제, 치과시술, 미백치약 등 지난해 640억원 매출 올려

‘하얀 얼굴’을 원하는 소비자 덕에 미백화장품이 속속 등장했다. 이제는 얼굴뿐만 아니라 ‘하얀 치아’ ‘하얀 미소’를 원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치아미백제시장의 덩치가 커지고 있다. 치아 탈색의 주범으로 알려진 커피와 담배의 애호가뿐만 아니라 ‘미’에 민감한 사람들도 치아미백 제품이나 시술에 집중하고 있다.예전에는 치과가 중점적으로 치아미백을 맡았다. 그러나 최근 치과시술 없이 소비자 스스로 치아를 하얗고 반짝이게 만들 수 있는 원리의 제품이 출시돼 대박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LG생활건강에서 지난 2월 출시한 치아부착형 미백제 ‘클라렌’은 5월20일까지 60억원어치(소비자가 기준)나 팔렸다. 클라렌 출시 전인 2002년 리서치회사 AC닐슨은 치과의사와 치약회사, 홈쇼핑회사의 치아미백제 바이어와 인터뷰한 결과 국내 치아미백시장 전체 규모를 연 640억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이중 치과미백시술이 480억원 규모로 75%, 홈쇼핑 미백제품이 100억원으로 16%, 미백치약이 60억원으로 9%를 차지하고 있다고 추정했다.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치아미백제시장 규모를 1,0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클라렌의 올해 예상매출액만 400억원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치과미백시장과 홈쇼핑 미백제품의 매출액은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또 미백치약시장은 10% 이상의 성장세를 보여 연말에는 지난해보다 10억원의 매출이 증가한 70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클라렌은 LG생활건강이 자체 기술력으로 약 6년에 걸쳐 개발한 후 승부수를 던진 제품이다. 구강제품에 관한 한 수년간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장석윤 팀장을 비롯한 5명의 연구원들이 개발에 성공한 건조슬립형(Dry-type) 치아미백제품이라는 설명. 건조형은 액체 타입이나 젤 타입에 비해 격상된 기술력을 자랑한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전세계 29개국에 특허출원됐다.윗니용 28개와 아랫니용 28개로 총 56개입이 든 클라렌 한 박스를 2주 동안 사용하는 방식이다. 하루 2회 30분씩, 14일 동안 착용하는 ‘클라렌’ 한 박스는 7만2,000원. 저렴하지 않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히트를 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치아의 가치를 중시하게 된 시대적 배경과 클라렌의 독특한 마케팅 전략이 바로 그것.클라렌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김윤태 과장은 “치아의 미와 건강에 관심이 높아진 사회 트렌드가 ‘오럴 케어 비즈니스’를 발전시켰다”며 “치아미백의 효능을 소비자가 직접 확인하도록 한 마케팅 전략이 적중했다”고 말했다.제품의 이용법과 성능을 소비자에게 직접 보여준 TV홈쇼핑과 인터넷쇼핑몰에서 올린 매출규모가 전체의 35%를 차지하며 백화점에서 올린 매출도 전체의 30%다. 백화점에서는 제품사용법을 직접 시연하는 마케팅을 펼쳤다. 할인점과 약국 등에서 판매하는 비중이 35%다.제품의 타깃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여성으로 잡은 후 일관된 관점에서 제품을 개발하고 마케팅까지 연결시킨 6년여의 과정이 대히트로 이어진 것. 이 과정에서 클라렌 홈페이지는 치아미백 포털사이트 역할을 하며 4만5,000명의 온라인 회원이 활동하기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미국 등지에서 수입요청이 들어와 해외영업팀에서 수출을 검토하고 있기도 하다.클라렌이 출시되기 전 지난해 말부터 TV홈쇼핑에서 판매한 미국 내추럴화이트사의 ‘5미니트’(5minute)도 판매호조를 보였다. 지난해 LG홈쇼핑과 농수산TV에서 판매하기 시작한 후 최근 CJ홈쇼핑에서 판매된 6만2,000원 상당의 이 제품은 4개월 동안 20만개가 팔렸다.지난 90년 화이트-E껌 등이 출시되며 시작된 국내 미백시장은 92년 한일양행이 해피스마일을 수입하며, 94년 대웅제약에서 렘브란트를, 부광에서 덴탈화이트 등을 수입하며 점차 확대됐다.97년 미약치약이 출시됐고, 인터넷쇼핑몰이나 TV홈쇼핑에서 미국산 치아미백제를 판매하며 이 시장은 성장해갔다. 올해 ‘클라렌’이 출시되며 한층 업그레이드된 치아미백시장은 ‘오럴 케어 비즈니스’라는 뉴비즈니스를 성숙시키고 있다.돋보기 / 달라진 치과 비지니스&마케팅스타 의사부터 프랜차이즈 까지대한치과의사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집계된 전국의 치과의사수는 1만9,039명이다. 지난 1960년에는 1,369명에 지나지 않던 치과의사는 70년 2,122명, 80년 3,620명, 90년 9,562명으로 증가했다. 95년에는 1만명을 넘어서 1만3,550명으로 증가한 치과의사들은 이제 경쟁상황에 처하게 됐다.올해 1월 치과의사 1인당 인구수는 2,754명으로 지난 60년 1만8,228명의 15% 수준으로 줄었다. 역으로 생각하면 선택할 수 있는 의사수가 많아졌다고 볼 수 있다.흔히 ‘치과의사는 돈을 잘 번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치아건강에 관심이 많아져 ‘오럴 케어 비즈니스’가 성장하고 있지만, 불황을 잘 타는 진료과목 중 하나가 치과라고 치과의사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불황에는 신체를 위협하는 위독한 병에 걸리지 않는 한 참는 환자가 늘어서다. 이런 이유로 치과는 병원 비즈니스와 마케팅에 새바람을 몰고 온 주역으로 자리잡았다. 달라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서울과 경기지역에 치과의사가 과밀돼 있다는 것도 치과의사들이 경쟁력을 키우려는 핵심이유다. 서울의 치과의사는 3,626명, 경기지역에는 2,257명으로 전체의 30.9%다.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홍지호ㆍ이신정치과의 홍지호 원장은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충치환자가 줄었다”면서 “반대로 미백이나 보철 등 하얗고 고른 치아를 원하는 환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홍원장은 “실제로 치아를 교정한 후 웃는 습관이 달라져 아름다운 얼굴 형태를 갖게 된 사례가 많다”며 “뷰티산업 중 치아 비즈니스는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잡았다”고 덧붙였다.치과의사들은 보통 하루평균 20명, 무리하면 50~60명 정도의 환자를 진료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강남에 소재한 치과병원의 월 평균매출액은 1,500만~2,000만원, 인건비와 시설비 등을 제외한 순이익은 매출액의 50%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진료할 수 있는 환자수에 한계가 있고 불황에는 환자가 대폭 감소하므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도 평소에 병원경영을 잘 해야 한다는 것.친절서비스는 병원 경영의 기본. 더 이상 환자 위에 군림하는 의사는 통하지 않는다. 환자의 불안감과 긴장을 제거할 수 있도록 편안한 느낌의 ‘인테리어’에 신경 쓴 치과도 늘고 있다. 대기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인터넷카페를 설치한 곳도 있다.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치과의 프랜차이즈화를 이룬 병원도 있다. 예치과의 박인출 원장은 전국에 41개 체인망을 갖췄다. 체인에 가입하려면 3,000만~5,000만원의 가입비를 내고 매달 매출액의 1% 안팎을 회비로 낸다. 매스컴에 등장해 치아컨설팅을 하는 이른바 ‘치과의사 스타마케팅’도 최근 부쩍 늘고 있다. 병원홍보를 대행해주는 ‘치과PR대행업체’도 등장했다.미국 펜실베이니아치과대학을 졸업한 홍지호 원장은 “미국의 치과대학에서는 ‘환자 대하는 법’을 졸업 전에 가르친다”고 말했다. 옷차림으로 환자의 경제능력을 판단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강조하기도 하며, 환자와 진료비를 협상할 때 먼저 시선을 돌리는 쪽이 진다는 것 등의 내용도 수업과정에 포함돼 있다는 것. 의술과 함께 병원을 경영하는 법도 가르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