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5일 도쿄 도심 한복판에 문을 연 초고층빌딩 ‘록본기힐스’는 개관 전부터 일본언론과 일반시민들로부터 비상한 관심과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17년이나 걸린 사업기간에서 10만평이 넘는 연면적, 그리고 초일류 점포가 수두룩하게 들어선 부대상가에 이르기까지 록본기힐스는 기존의 빌딩 인기판도를 완전히 바꿔놓을 태풍의 눈이기 때문이다.주변의 예상이 빗나가지 않았음을 뒷받침하듯, 이 빌딩은 개관 직후부터 연일 수십만명의 방문객을 끌어모으며 숱한 화제를 뿌리고 있다. 그러나 일본언론이 주목한 수많은 화제 가운데 최근 부쩍 일반인들의 시선을 강하게 잡아당긴 것은 이 빌딩 49~50층에 자리잡은 도서관이다.‘록본기 라이브러리’라는 이름의 회원제로 운영되는 이 도서관은 명칭만 놓고 볼 때 다른 도서관들과 차이점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운영시스템과 제공하는 정보의 내용 등을 알게 되면 인식이 확 바뀌게 된다. 지식을 넓히고 지혜를 연마하는 ‘지(知)의 피트니스클럽’이 바로 이 도서관의 컨셉이기 때문이다.도심의 서재를 표방하며 24시간 문을 여는 이곳의 얼굴은 하루에도 수차례씩 달라진다. 샐러리맨과 기업인, 자영업자 회원들이 주로 이용하는 평일 낮시간에 록본기 라이브러리는 마르지 않는 최신정보의 샘이 된다.8,000여권의 장서와 100종 이상의 정기간행물 등 서가를 가득 메운 책과 첨단통신설비는 회원들이 별 불편 없이 정보의 바다를 여행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경영, 마케팅 및 유통 관련 서적 등 산업과 시장의 흐름을 읽어내는 데 필수적인 자료가 갖춰진데다 정보검색까지 할 수 있으니 회원들 입장에서는 도심에서 오아시스를 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최고 월 6만엔만 내면 공동자료실에서 개인독서실까지 모든 시설을 24시간 이용할 수 있어 회원들은 매우 만족스러워한다.자격증 공부장소로 각광 ‘월 6,000엔’도쿄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오카야마현에 거주하는 기업인은 “도쿄에 올 때마다 찾는다”며 “경영에 도움이 되는 정보도 얻고 세상 돌아가는 흐름을 파악하는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샐러리맨들이 귀가를 서두를 저녁시간이면 록본기 라이브러리는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려는 사람들의 준비장소로 옷을 갈아입는다. 월 6,000엔만 내면 이용할 수 있는 공동열람실에서 이들은 유망직종의 자격증을 따내기 위한 시험공부와 정보습득에 전력을 쏟는다.미국계 손해보험회사에 근무하면서 미국공인회계사 시험준비를 하고 있는 한 여성회원은 “합병, 폐업으로 샐러리맨들의 위기의식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공부장소로 록본기 라이브러리를 요긴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심야의 록본기 라이브러리는 못다 이룬 꿈을 향해 각오를 다지는 중ㆍ노년 회원들의 은밀한 공부방으로 탈바꿈한다. 젊은 샐러리맨과 기업인들이 내일의 일을 위해 집으로 돌아가고 난 후 생긴 자리를 인근의 중ㆍ노년층들이 메우며 독서와 정보수집으로 밤을 지새운다.인재파견회사를 경영하는 한 여성노인은 50여년 전 게이오대학을 다니다 그만둔 것이 한이 돼 4년 전 복학했다. 그후 밤 깊은 시간이면 이곳에서 시험공부와 리포트 작성 등 뒤늦은 학업에 땀을 흘리고 있다.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3시까지 머물다간다는 이 여성노인은 “집에서 공부할 때보다 능률이 다섯 배는 더 오르는 것 같다”며 “최고로 행복한 공간”이라고 만족해했다.록번기힐스의 소유주인 모리 트러스트씨는 도서관이 문화도심 도쿄의 새시대를 열 지적 창조의 거점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축 고층빌딩의 부대시설이 상업 및 스포츠, 레저 일색으로만 기울어서는 균형발전을 기대하기 어렵고, 도시가 너무 삭막하지 않으냐는 메시지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