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지를 받으러 왔습니다. 올해 초부터 평균 일주일에 한 번씩 이용하는데 몸과 마음이 매우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지요. 점심시간을 이용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데다 비용도 비교적 저렴해 크게 부담되는 것도 없습니다.”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스포츠마사지 전문점에서 만난 보험영업맨 양모씨(39). 영업을 다니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일주일에 한 번씩 이런 방식으로 푼다. 예전에는 특별히 갈 만한 곳이 없어 차에서 잠깐씩 낮잠을 자는 것으로 피로를 해결했는데 지난 1월 회사 동료의 소개로 마사지숍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정기적으로 가지 않으면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 정도로 푹 빠져있다.요즘 남녀 직장인들 가운데 마사지 전문점이나 토털 스킨케어 전문점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받게 되는 스트레스를 푸는 공간으로 이런 곳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무실이 밀집돼 있는 서울 강남 일대에는 관련 전문점들이 한 건물 건너 하나씩 들어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이는 역으로 생각하면 그만큼 이용자들이 몰리고 있다는 의미다. 청담동 소재 스킨앤스파의 한 직원은 “지난해 이후 크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최근 들어서는 대형화, 기업화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인천, 대구, 부산 등 지방 대도시에도 예외는 아니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이뿐만이 아니다. 자영업자나 주부들이 즐겨 찾는 찜질방과 스파(Spa) 역시 또 다른 스트레스 해소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들 시설물은 주로 대도시의 도심보다는 변두리나 교외지역, 또는 지방에 자리를 잡는 것이 일반적인데 최근 1~2년 사이에 수적인 증가 외에 시설 면에서도 한단계 레벨업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스파만 해도 최근 2년 사이에 안면도 오션캐슬 패밀리스파, 아산 스파비스, 제주 나인브릿지 스파, 대명 아쿠아월드 등이 잇달아 개장하면서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이 가운데 아산 스파비스의 성공사례는 업계에서 연구대상으로 떠오를 정도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2001년 3월 개장한 스파비스는 뛰어난 시설과 효과적인 마케팅, 그리고 수도권 인근(서울에서 차량으로 1시간3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는 장점 때문에 2년 만에 자리를 확고하게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특히 스파비스의 주요 시설인 바데풀(Bade Pool)은 단연 돋보인다. 650평 규모의 특수 원형 풀로 온천수의 여러 가지 기능(수압, 기포 등)을 이용해 전신 마사지가 가능하고, 스파비스 내의 건강나눔클리닉에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제공하는 입욕 프로그램을 통해 전신마사지를 받으며 수중운동을 할 수 있다. 피로회복과 피부미용에 효과가 있는 커피탕과 레몬탕, 가족끼리 오붓하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가족탕 등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스파비스측은 “올해 60만명 이상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가운데 70%는 서울 등 수도권 손님”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체 이용객 중 10% 정도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채워진다. 한국을 찾는 동남아 관광객들이 여행코스 가운데 하나로 스파비스를 찾아 피로를 풀고 간다는 것. 스파비스는 마케팅 차원에서 이들 동남아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국내 관광업체들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최근 릴랙세이션 비즈니스가 인기를 끄는 이유로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어느 특정 요인을 거론하기는 그렇고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가장 대표적인 요인은 역시 쉴 공간에 대한 수요증대다.요즘은 누가 뭐래도 스트레스가 심한 시대다. 누구나 할 것 없이 심신의 피로를 호소한다. 정년이 짧아지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자영업자들 역시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는 사람들도 느는 추세다.하지만 쉴 곳은 마땅치 않다. 예전에는 고작해야 목욕탕 정도였다. 하지만 목욕탕은 탕에 들어갔다 나오면 그것으로 끝이다. 물로 샤워하는 정도다. 피로가 제대로 풀릴 리 만무하다. 또 시간도 많이 든다. 적어도 1시간은 족히 든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이에 비해 스포츠마사지 등은 전문마사지사가 몸의 구석구석에 쌓인 피로를 풀어주는데다 시간도 30분이면 끝낼 수 있다. 매우 간편한 셈이다. 자연 하루의 시간을 쪼개 쓰는 바쁜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밖에 없다. 점심시간이나 일을 마친 오후시간에 얼마든지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사무실 부근에 입점해 있다는 점도 매력을 끈다.릴랙세이션 관련 비즈니스의 이미지가 크게 개선됐다는 점도 성장에 큰 도움이 됐다. 마사지숍의 경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음란한 일이 벌어지는 곳이 아니냐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또 몸에 이상이 생긴 사람이 이용하는 곳이 아니냐는 얘기도 들렸다. 양지라기보다는 음지였던 셈이다.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마사지를 해주는 공간은 탁 트였다. 옆사람과 대화를 나누며 같이 받을 수도 있다. 외부에서 내부가 보이도록 투명유리를 사용한 곳도 적지 않다. 마사지 전문점의 이미지도 건강한 사람이 잠깐 들러 피로를 풀고 가는 장소로 바뀌었다. 토털 스킨케어 전문점이나 스파도 마찬가지다. 대중화 과정을 거치며 내부를 개방했다. 찜질방 역시 남녀노소가 쉬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상은 한국마사지총연합회 홍보팀장은 “마사지의 이미지를 바꾸고 대중화하면서 이용자들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국민들의 인식변화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해외여행의 기회가 많아지면서 동남아나 유럽 등지에서 마사지나 스파 등의 서비스를 접해본 고객들이 국내에서도 이용하면서 고객층이 더욱 넓어졌다는 분석이다. 태국관광청의 한 관계자는 “여행코스 가운데 피로를 풀어주는 것이 있는데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이밖에 주5일 근무제도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스파나 찜질방 등은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야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주5일 근무제로 여유가 생긴 직장인들이 주말을 이용해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후문이다. 아산 스파비스측은 “주말 이용객의 대부분은 가족단위로 들른다”며 “이는 주5일 근무제의 영향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국내 릴랙세이션 비즈니스의 규모는 이제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특히 당분간은 해마다 20~30%씩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종사자만 8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관련센터나 전문점, 숍 등도 크게 늘어 거의 7만여개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체 시장규모는 1조원대로 추정된다.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점이 남아있다. 우선 릴랙세이션 비즈니스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마사지사에 대한 관련 법규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2000년 대법원에서 ‘스포츠마사지는 의료행위가 아니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지만 여전히 치료 목적인 안마와의 경계가 모호하다. 마사지사의 자격 역시 좀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은 각 단체에서 자체적으로 자격증은 주고 있는데, 이를 통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선진적인 경영기법이 도입돼야 한다는 점도 지적된다. 아직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는 업소들이 많아 파악조차 안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조만간 증시에 상장하는 업체가 등장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역시 투명하고 건강한 기업문화를 가진 업체들이 많이 나와 업계 전체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양재용 강남대 교수는 “릴랙세이션 비즈니스의 미래는 아주 밝다”면서 “이제는 위상에 걸맞게 운영 등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하길 기대해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