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하락 ‘대세’…5월 이후 ‘구입 찬스’

‘컴퓨터를 가장 싸게 사려면 죽기 전에 사라’는 말이 있다. 매일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는 정보기술(IT) 제품 가격을 생각하면 맞는 말이다. 수백만 원을 주고 구입한 노트북 PC를 헐값에 넘겨버린 사람이라면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가격이 내릴 것은 알지만 IT 제품이 주는 효용을 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구입해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하지만 조만간 PC를 구입하려고 생각했던 소비자들이라면 딱 한 달 정도만 더 기다리는 것이 좋을 듯하다. PC에서 가장 비싸고 중요한 CPU 가격이 이달 대폭 인하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또 CPU와 더불어 PC 가격을 결정하는 메모리가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며 떨어지고 있고 다이렉트X 10을 지원하는 고성능 그래픽카드도 5월에 집중적으로 출시될 것으로 예정돼 있다.CPU 가격 4월 중 인하PC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각 업체들의 경쟁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최근 인텔이 코어2듀오를 앞세워 소비자들을 공략하자 경쟁 업체인 AMD가 가격 인하로 맞대응했기 때문이다. AMD는 올 하반기까지 신제품 출시 계획이 없기 때문에 가격 인하라는 마지막 카드를 사용했다. 여기에 인텔 역시 가격 인하를 꺼내 들어 맞불 작전을 펼칠 예정이다. 두 업체 모두 하반기부터 코어가 4개 달린 ‘쿼드코어’ CPU를 주력 제품으로 내세울 계획이기 때문에 기존 듀얼코어 제품 판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메모리 가격 하락도 윈도비스타 출시와 관련해 많은 업체들이 메모리 수량 확대를 예상하고 제품 출하량을 늘린 것이 원인이다. 특히 국내에는 기존 PC 메모리 시장을 주도하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제품 외에 대만산 메모리 유입이 늘어나면서 가격 인하를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해 10여 개에 불과하던 메모리 유통 업체들은 현재 20여 개로 늘어났으며 다른 PC 부품 유통 업체들도 메모리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런 업체들 간 경쟁 덕분에 소비자들은 고성능 PC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게 됐다.AMD는 이달 내로 주요 CPU 가격을 최대 50% 인하할 계획이며 인텔도 주요 제품 가격을 최대 40% 인하할 예정이다. 업계는 이번의 대대적인 가격 인하가 그동안 PC 구입 및 업그레이드를 미뤄 왔던 소비자들을 자극해 PC 부문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AMD는 4월 9일 전 세계에 걸쳐 ‘애슬론64+’를 비롯해 전체 CPU 제품군 가격을 인하하며 가격이 높은 고성능 제품일수록 가격 인하 폭을 높였다. 인텔도 4월 22일 쿼드코어 제품 및 코어2듀오 E6300 E6420 E6700 등 주요 제품에 대해 20%에서 최대 40%까지 가격 인하를 단행할 예정이다. 30만 원대에 팔리는 CPU 가격은 10만 원가량 하락할 것으로 보여 조립 PC를 구입하는 소비자는 CPU 비용 절감 부문을 다른 곳에 쓸 수 있다. 브랜드 PC 및 노트북 PC의 경우에도 5월부터는 CPU 가격 인하가 적용돼 현재보다 10%가량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PC에서 CPU가 차지하는 가격이 가장 높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CPU 가격 인하 혜택을 체감할 것으로 예상된다.하지만 보급형 PC를 구입하려고 생각하는 소비자라면 구입을 미룰 필요가 없다. AMD와 인텔 모두 가격 인하를 제품별로 다르게 하고 있는데, 10만 원 미만 보급형 CPU 가격 인하는 미미하기 때문이다. PC 업계는 CPU 가격이 4월 급락한 뒤 코어가 4개 달린 쿼드코어가 등장하는 올 하반기까지는 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메모리 가격은 연중 최저치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10만 원 이상을 호가했던 제품이 5만 원대에 팔리고 있다. PC용 메모리 가격은 올 초와 비교해도 50% 이상 하락했으며 앞으로도 소폭 하락이 예상된다. 가장 인기 있는 삼성전자 DDR2 1GB 메모리는 올해 1월 초 13만 원선에 거래됐으나 현재는 6만 원대에 구입할 수 있으며 512MB 메모리 가격도 6만 원에서 3만 원대로 절반이나 하락했다.브랜드 PC는 좀 더 기다려야이렇게 메모리 가격이 내려간 것은 윈도비스타 수요가 예상에 못 미치면서 메모리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가격이 급락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는 PC를 새로 사거나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최적의 기회다. 메모리 가격 하락으로 대용량 시스템을 구축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4GB 시스템을 갖추려면 올 초만 해도 50만 원 가까이 들었으나 이제는 20만 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특히 윈도비스타는 윈도XP에 비해 고용량 메모리를 갖출수록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고성능 시스템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메모리 구입 적기로 판단된다.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다이렉트X는 PC 구입과 전혀 상관이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화려한 그래픽을 제공하는 게임을 즐긴다면 다음달 PC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다음 달부터 다이렉트X 10을 지원하는 엔비디아 지포스 8000 계열 그래픽카드가 대거 출시되기 때문이다. 현재도 다이렉트X 10을 지원하는 그래픽카드는 나와 있지만 출시 초기라서 가격이 비싸고 제품 수도 많지 않다.다이렉트X는 마이크로소프트웨어가 개발한 ‘멀티미디어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s)’의 집합으로 1995년 다이렉트X 1이 발표된 이후 기능을 강화해 지난 2003년 다이렉트X 9가 나왔으며 올해 출시된 새로운 PC 운영체제인 윈도비스타에서는 다이렉트X 10을 지원하고 있다. 최신 다이렉트X를 지원하는 게임일수록 사실적인 그래픽과 사운드 성능을 발휘한다.그래픽카드 전문 업체 이엠텍아이엔씨는 5월에 다이렉트X 10을 지원하는 지포스 8600GT, GTS를 출시하고 8500GT, 8400 등 후속 제품을 연이어 내놓을 계획이다. 유니텍전자도 8600GT, GTS, 8500 등 다이렉트X 10을 지원하는 제품군 5종을 준비 중이다. 렉스테크놀로지 아처테크놀로지 등 다른 그래픽카드 업체들도 5월 지포스 8000 시리즈를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20만 원대의 가격이 주류지만 다음 달에는 10만 원대 후반 제품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4월부터 CPU 가격이 인하되지만 삼성전자 주연테크 한국HP 도시바코리아 등 브랜드 PC 업체들에까지 가격 인하가 적용되는 것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각 업체들은 이미 대량 구매를 통해 낮은 가격에 CPU를 공급받고 있어 인하 폭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또 CPU 가격 인하 전에 제조한 제품도 상당수 남아 있어 당분간 큰 가격 인하는 기대하기 어렵다.그러나 전반적으로 PC 부품 가격이 하락하고 있으며 중소업체 및 조립 PC의 가격 인하를 견제해 단계적으로 가격을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노트북 PC를 중심으로 100만 원 미만 보급형 노트북 PC가 가격 하락을 이끌고 있어 각 브랜드 업체 데스크톱 PC 및 노트북 PC 가격이 계속 인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형근·디지털타임스 기자 bass00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