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 안전 자산 - 채권

최근 주가 급락에 따른 주식 펀드의 손실이 장기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가 장기 회사채 펀드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부여함에 따라 관련 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최근 회사채 금리가 연 8%를 넘어서면서 높은 수익률에다가 비과세 혜택까지 얹어져 투자자들의 눈길을 모으기에 충분하다.대표적 안전 자산인 채권이 부각되고 있기는 하지만 최근까지 채권 펀드는 수익률 부진에 빠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의 여파로 국내 금융 회사에 대한 신용 리스크 부각, 금융 회사의 유동성 확보를 위한 채권 매각과 거래 부진 등이 작용하면서 채권시장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 10월 22일 기준, 채권 단기 펀드는 1년간 4.25%, 중기 펀드 4.35%, 장기 펀드 3.97%로 나타났다. 은행 예·적금 금리보다 다소 낮은 실정이다.하지만 채권 펀드와 은행 상품은 엄연히 성격이 다르고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단순하게 비교하기엔 문제가 없지 않다. 은행 예금 상품은 중도에 해지할 경우 금리가 떨어지는 반면 채권 펀드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언제든지 환매하더라도 수익률이 떨어지지 않는 장점이 있다. 은행 예금 상품이 확정 금리인데 반해 채권 펀드는 시장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더 나은 성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최근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화 대책의 일환으로 회사채 펀드에 대해 1인당 3000만 원까지 3년간 배당소득을 비과세하기로 함에 따라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게다가 경기 침체 우려로 회사채 금리가 급등해 고수익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AA-급 회사채 금리가 연 8% 이상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회사채 펀드는 수익률이 높을수록 투자 위험도 높다는 점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채권 발행 회사에 문제가 생겨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수익만 바라보고 펀드에 집중 투자하기보다는 전체적인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일부 분산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일반 투자자가 채권에 접근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채권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다. 하지만 채권 펀드는 주식 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낯선 것이 사실이다. 채권 펀드란 국공채와 회사채를 비롯해 양도성예금증서(CD), 기업어음(CP) 등에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채권 펀드가 주로 투자하는 채권은 일종의 차입 증서라고 할 수 있다. 정부와 기업 등이 자금을 조달할 목적으로 일정 기간 이후 원금과 이자를 돌려주기로 약속하고 발행하는 유가증권의 일종이다. 채권은 발행하는 기관이 망하지 않는 한 미리 약속한 이자와 원금을 돌려준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채권 펀드는 구분 기준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어떤 채권에 주로 투자하느냐에 따라 국공채 펀드, 회사채 펀드, 투기채 펀드 등으로 구분한다. 국공채는 국가와 공공기관이 발행한 채권이어서 부도 위험이 없지만 그만큼 금리도 낮다. 반면 회사채나 투기채 펀드는 국공채에 비해 부도 위험이 높은 만큼 금리도 높다.또 채권의 만기 길이에 따라 단기형, 중기형, 장기형으로 나눌 수 있다. 채권의 만기 길이가 길수록 금리가 높으므로 장기 펀드의 기대 수익률 역시 단기 펀드보다 높다. 이는 1년짜리 적금보다 2년짜리 적금의 금리가 높은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채권시장의 상황에 따라 단기 펀드가 장기 펀드보다 수익률이 높을 수도 있다. 이는 채권시장이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변동하기 때문이다.채권 펀드의 수익률은 채권 펀드 내에 들어 있는 채권의 가격에 따라 결정된다. 채권의 시장 가격은 시장에서 형성되는 유통수익률(금리)과 서로 반대의 움직임을 가진다. 즉, 시장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하락해 채권 펀드 수익률 역시 떨어진다. 반대로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 가격이 올라 채권 펀드의 수익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채권 펀드에 호재가 되고 기준 금리를 올리면 악재로 작용한다. 결국 채권 펀드의 성과는 금리의 영향이 가장 크다.그런데 이 금리를 움직이는 요인 역시 매우 다양하다. 각종 경기지표와 물가 등에 따라 금리가 오르락내리락 한다. 경기에 따른 금리의 영향을 도식화하면 ‘경기 상승→ 소비 증가, 생산 증가→ 저축 감소, 대출 증가, 투자 증가→ 채권 발행 증가, 채권 수요 감소→ 금리 상승(채권 가격 하락)’, ‘경기 하락→ 소비 감소, 생산 감소→ 저축 증가, 대출 감소, 투자 증가→ 채권 발행 감소, 채권 수요 증가→ 금리 하락(채권 가격 상승)’이 된다.금리 변동에 따른 채권 가격의 움직임은 채권 만기의 기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편입된 채권의 만기가 길수록 금리 변동에 따라 가격이 민감하게 변한다. 즉, 장기 채권 펀드가 단기 채권 펀드보다 금리 움직임에 따른 수익률 등락이 심하다. 따라서 금리가 떨어질 때(채권 가격이 오를 때)는 장기 채권이 유리하고 금리가 오를 때(채권 가격이 떨어질 때)는 단기 채권이 유리하다.펀드매니저들은 금리가 내릴 것 같으면 펀드 내 채권의 만기 길이를 길게 해서 펀드 수익률을 극대화하고 반대일 경우엔 채권의 만기 길이를 짧게 해서 수익률 하락을 피한다. 이때 금리 선물을 이용해 채권의 만기 길이를 단기적으로 조정한다.채권 펀드를 운용하는 전략은 서너 가지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유형은 매우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경우로서 투자 자금의 70~80%를 국공채나 회사채에 투자하되 채권 가격 변동으로 인한 위험을 피하기 위해 펀드의 만기와 투자 채권의 평균 만기를 일치시킨다. 즉, 한 번 산 채권은 만기 때까지 기다렸다가 미리 정해진 이자와 원금을 받는 방식으로 운용한다. 또 추가적인 수익률을 올리기 위한 단기적인 채권 매매나 금리 선물 매매를 최대한 제한한다. 이러한 전략은 시장금리 정도를 얻기 위한 것으로 초과 수익률을 기대하긴 어렵다.둘째 유형은 최대한 위험을 부담하면서 고수익을 지향하는 투자 방법이다. 펀드 내 약 30~40%의 채권을 펀드의 만기와 일치시키고 나머지 60~70%의 자산은 적극적으로 채권을 사고파는 방법이다. 수시로 시장금리의 변화를 예측해 채권의 잔존 만기를 늘리거나 줄여서 시세 차익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또 금리 선물을 이용해 채권 투자 비중을 높이거나 낮추기도 한다. 단기적인 금리의 움직임을 잘 맞추기만 하면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운용 방법이지만 위험이 높아 수익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셋째 유형은 중간 정도의 위험을 부담하는 것으로 펀드의 절반 정도는 채권에 고정적으로 투자하고 채권 거래와 금리 선물 사용도 약 20~30%내에서 사용한다. 수익을 올리기보다는 손실 방지 쪽에 운용의 초점을 맞추고 채권도 가능하면 부도의 위험이 없는 우량 기업의 채권만 투자한다. 이런 유형의 펀드는 시장금리보다 약간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구체적인 채권 펀드의 운용 전략은 투자 설명서 등을 보면 자세히 나와 있다.채권 펀드는 자체적인 장점보다는 주식 펀드 등과 적절하게 분산 투자할 때 위력을 발휘한다. 즉, 주식과 결합했을 때 수익성과 안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 더 크다.민주영·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연구위원 watch@miraease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