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734호 (2009년 12월 28일)

‘빅4’ CEO, 1점차 이내 박빙의 승부

기사입력 2009.12.22 오전 11:24

‘올해의 CEO’ 평가자에게는 설문지와 함께 2008년 하반기와 2009년 상반기를 합한 1년 동안의 경영지표가 함께 제공된다. 그러나 선정 결과는 이런 경영지표와의 상관관계가 일정하지 않다는 점이 특징이다. 우수한 경영 성과가 해당 최고경영자(CEO)의 노력으로 일군 것인가, 아닌가에 대해 평가자들이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또 지난 1년 동안 뚜렷한 족적을 남긴 CEO와 그렇지 않은 CEO와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종합 대상

종합 대상은 160개 기업의 CEO 중 유효 추천 횟수(4회 이상)를 획득한 총 44명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받았다. 정 회장의 경우 4개 분야에서 고른 점수를 얻으며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어느 한 과목만 잘해서는 우등생이 될 수 없듯이 특정 문항에서 최고 점수를 받지는 않았지만 모든 분야에서 우수한 ‘균형 잡힌’ 경영인으로 볼 수 있다.

‘빅4’ CEO, 1점차 이내 박빙의 승부

총점 78점 이상을 얻은 CEO는 총 4명으로 정 회장 외에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 이석채 KT 사장,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이다. 삼성전자를 1년 7개월 동안 이끌었던 이윤우 부회장의 경우 확고한 입지를 다졌던 전임 윤종용 삼성전자 고문과 대조적인 스타일이어서 평가자들의 점수는 기대보다 낮은 편이었다.

◇제조업 부문

김반석 LG화학 부회장 역시 고른 점수를 받으며 제조업 부문 1위에 올랐다. 매출액·순이익 등을 기준으로 한 경영지표에서 LG화학은 6위에 그쳤지만 김 부회장의 경우 2006년 3월 취임 이후 2009년(추정치) 영업이익 5배 이상의 성장을 이끈 역량이 크게 평가됐다. 개인적 역량 평가에서도 제조업 부문으로는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재무 성과를 바탕으로 한 양적 평가에서도 포스코 다음으로 점수가 높았다.

제조업 부문 1~4위는 비교적 매출 규모나 시가총액 규모에서 손에 꼽을 수 있는 기업의 CEO가 선정됐으나 5~10위는 회사의 덩치와 상관이 없었다. CEO 순위 5위인 삼성전기(박종우 사장)의 경우 기업 순위는 22위, 7위인 아모레퍼시픽(서경배 사장)은 25위, 8위인 LS산전(구자균 부회장)은 31위, 9위인 LG생활건강(차석용 사장)은 28위다. 특히 제조업 부문 CEO 10위인 넥센타이어의 경우 기업 순위는 58위다. 홍종만 넥센타이어 부회장은 1997년 이후 삼성자동차 대표이사, 삼성코닝정밀유리 대표이사 사장을 거친 전문경영인이다보니 회사보다 CEO 개인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보인다. 경영 성과와 CEO평가 결과가 다른 데 대해 묵묵히 일만 열심히 한 CEO에겐 다소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인기가 많은 우등생과 인기가 없는 우등생의 차이처럼 소비자와 업계에 대한 친화력의 차이로 분석할 수 있다.

◇비제조업 부문

비제조업 부문에서는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과 이석채 KT 회장이 근소한 차로 경합을 벌였으나 김중겸 사장이 1위의 영광을 차지했다. 특히 현대건설에 입사한 뒤 현대건설을 비롯한 현대그룹에서 잔뼈가 굵은 현장 경험이 잘 알려져서인지 개인적 역량 평가에서는 부문과 상관없이 최고 점수를 얻었다. 총점에서는 종합 대상에 근소한 차로 뒤지기는 했지만 거의 올해의 CEO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평가자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석채 회장은 올해 4월 취임한 뒤 조직 개편과 마케팅 혁신, 신제품 출시 등 숨 가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본사 인력을 현장으로 대거 내려 보내고 유선통신 브랜드 ‘쿡(Qook)’을 출시하며 이동통신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히트작인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경쟁사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3위에 오른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은 기업 순위는 비제조업 부문 3위지만 올해 출시된 온라인 게임 ‘아이온’이 히트하며 인상적인 족적을 남긴 것이 점수로 이어졌다.

◇금융업 부문

불과 1년 전 이맘때만 해도 글로벌 금융 위기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펀드의 명가 미래에셋증권은 이번 최현만 부회장의 1위 등극으로 자존심을 회복하고 있다. 평가자들도 미래에셋에 대한 시각이 우호적으로 돌아섰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기업 순위에서는 12위인 미래에셋증권은 삼성화재해상보험·한국외환은행·중소기업은행·신한금융지주회사·삼성카드·대우증권 등 쟁쟁한 금융 업체의 CEO를 제치고 1위에 올라 여전히 금융 업계의 핫 이슈임을 보여주고 있다. 기업 순위 23위로 금융 업종 선정 대상에서는 마지막 순위인 키움증권을 이끌고 있는 권용원 사장은 9위에 오르며 역시 금융 업계의 다크호스임을 과시하고 있다. 모든 증권사들이 이미 거래 수수료를 최저치로 낮춘 상황에서도 특화된 마케팅으로 여전히 ‘개미(소액 투자자)’들에게 사랑받으며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 기업 부문

성장 기업 부문은 유효 득표(추천 횟수 4회 이상)를 한 CEO가 4명뿐이다. 아쉬운 것은 4명 모두 비제조업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선정 대상 기업은 제조업 부문(코스닥)이 26개로 가장 많지만 13개인 비제조업 부문(코스닥)에서 나왔다는 것은 과거처럼 제조업에서 스타 CEO가 나오기 힘든 업계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또 성장 기업에 속하는 제조업은 소비재보다 산업재를 주로 생산하다 보니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고 또 전문가 집단에서도 관심도가 낮았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이해선 CJ오쇼핑 대표(부사장)는 올해 5월 CI(Corporate Identity: 기업 이미지) 변경이 좋은 평가를 받으며 홈쇼핑 업체로 함께 코스닥에 상장한 GS홈쇼핑보다 가파른 주가 상승을 주도한 바 있다.

돋보기 이렇게 선정했다

각계 전문가 의견 반영…다면적 평가

선정 방식은 우선 한경비즈니스가 매년 ‘한국의 100대 기업’을 정하는 방식에 따라 선별한 코스피 상장사 120개, 코스닥 상장사 40개의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했다. 한국신용평가정보가 자체 데이터에 따라 2007년 하반기와 2008년 상반기의 연간 실적을 기준으로 매출액·시가총액·순이익을 종합 평가해 대상 기업을 정했다. 오너와 공동 대표인 경우에는 전문 경영인만을 평가 대상으로 정했다. 전문경영인이 경영 성과에 더 민감한데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반영하기 위해서다.

평가자는 이들 기업과 CEO에게 늘 관심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국내 유수의 일간지 산업부와 경제 전문지의 기자, 8개의 증권사 애널리스트, 서울 소재 대학 경영학과 교수, 경제·경영 분야 연구소 연구원, 헤드헌터, 컨설턴트 등 총 104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공정성을 위해 한 집단에서 평가자가 5명이 넘지 않도록 조절했다.

설문은 단순히 CEO의 추천 횟수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양적 평가 △질적 평가 △개인적 역량 평가 부문으로 나눠 각각의 항목을 1~5점으로 점수를 부여하도록 했다. 양적 평가의 경우 재무성과·주주중시 경영을, 질적 평가의 경우 이사회와의 관계·이해관계인과의 관계·비전을, 개인적 역량 평가는 리더십·글로벌 역량·윤리의식 등 세부 항목으로 나눠 평가했다. 평가자들에게는 설문지와 함께 기본적인 재무제표가 제공됐다.

추천 횟수에 따른 오차를 줄이기 위해 평가자 1명당 5명의 CEO를 추천하도록 했고 순위 산정은 추천 횟수 4회 이상을 받은 총 44명을 대상으로 했다.

제조업·비제조업·금융업별로 평가자가 겹치지 않도록 했다. 성장 기업(코스닥 상장사) 부문은 위 세 업종을 모두 합해 최고 점수에 따라 순위를 매겼다. 제조업은 순수 제조업체만을 대상으로 했고 비제조업은 서비스·유통·통신·건설·인터넷 업체들이 망라됐다.

이번 평가에서는 추천 횟수 비중을 낮춰 상대적으로 선정 대상 기업과 평가자가 가장 많은 제조업체 CEO가 타 분야에 비해 유리하지 않도록 조정했다.

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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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9-12-22 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