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756호 (2010년 06월 02일)

추진력·아이디어 ‘굿’…‘비상 경영’ 지휘

‘경제 관료 출신 CEO’들이 금융계는 물론 산업계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사실 그동안 이들에 대해 ‘낙하산’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양한 아이디어와 뚝심 있는 추진력으로 뛰어난 경영 실적을 내는 것은 물론 관련 산업 전반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한국 최고 엘리트’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경영 활동으로 한국 경제의 검증된 리더로 거듭나고 있는 이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경제 관료 출신 최고경영자(CEO)들의 경영 성적표가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금융 위기 이후 출렁대는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관가에서 갈고닦은 업무 추진력과 조직 장악력으로 회사를 안정적으로 이끌며 호평을 받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관료 출신들은 거시적인 안목에서 사안을 살피는 글로벌한 감각과 조직 장악력, 관리 능력이 강점”이라면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들의 능력이 더욱 돋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간에는 ‘낙하산’이라는 오명 속에 수동적인 경영으로 일관하며 퇴진한 관료 출신 CEO들이 많았는데, 최근 들어서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열린 사고로 변화가 더딘 조직에 활력소를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는 CEO들이 늘고 있다.

추진력·아이디어 ‘굿’…‘비상 경영’ 지휘

낙하산? No…조직에 활력소

추진력·아이디어 ‘굿’…‘비상 경영’ 지휘
눈길을 끄는 것은 이전에는 경제 관료 출신들이 주로 금융권에서만 활동했지만 최근에는 제조업 및 서비스 분야에 진출하며 뛰어난 경영 실적을 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 중 통신 서비스는 경제 관료 출신 CEO들의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업종이다.

KT를 이끌고 있는 이석채 회장은 관가에서 승승장구해 온 거물급 관료다. 1967년 행시 7회로 공직에 입문한 이후 대통령 경제비서관과 경제기획원 예산실장, 농림부 차관, 재정경제원 차관, 정보통신부 장관, 대통령 경제수석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 회장의 가장 큰 강점은 남다른 추진력과 풍부한 경험이라는 평이다. 화려한 경력만큼 경제 감각과 조직 장악 능력, 통신 정책 등에 이해가 모두 높다.

일례로 장관 시절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신생 기술인 부호분할다중접속(CDMA)을 세계 첫 상용화해 통신 강국의 기틀을 다진 게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여러 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아이폰 도입을 강행해 국내에도 ‘스마트폰 열풍’을 불러일으킨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추진력·아이디어 ‘굿’…‘비상 경영’ 지휘
SK텔레콤 정만원 사장은 이 회장과 같이 관료 출신이면서도 기업에서의 성과로 더 큰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1994년 동력자원부 과장을 마지막으로 민간으로 자리를 옮겨 관가 경력에서는 이 회장에게 크게 못 미친다.

하지만 SK글로벌 사태를 맞아 ‘특급 소방수’로 떠오르며 그룹 내서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당시 워크아웃 상태이던 회사를 공적자금 한 푼 없이 4년 만에 정상화하는 능력을 발휘한 것.

또 SK(주)에서는 오케이캐쉬백, SK네트웍스 재직 시에는 모네타와 네이트 등을 안정시키는 활약을 했다. 그 결과 정 사장은 최근 성장 정체 타개의 특명을 받고 SKT로 복귀했다.

통신업은 관료 출신 CEO ‘전쟁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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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점은 관료는 아니지만 통합LG텔레콤 이상철 부회장도 정보통신부 장관 출신이어서 통신 3사의 수장 모두가 정부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산업 부문에서 눈에 띄는 또 한명의 관료 출신 CEO는 이희범 STX에너지·중공업 총괄회장이다. 이 회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후 공대 출신 최초로 행정고시에 수석 합격한 이력에서부터 뭔가 남달랐다.

특히 상공부에서 공직을 시작할 당시 대통령에게 업무 보고를 하면서 뛰어난 브리핑 실력을 선봬 ‘차트맨’이라는 별명을 얻은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후 이 회장은 공직 생활 내내 상공부와 통상산업부, 산업자원부에만 몸담으며 에너지와 무역 부문 전문 관료로 성장했다. 2002년 산자부 차관을 끝으로 관가를 떠나 한국생산성본부장, 서울산업대 총장을 지낸 후 2006년 산자부 장관을 역임했다.

장관 부임 시절 수출 부흥과 외국인 투자 유치, 대중소기업 상생, 국토 균형 발전 등의 정책을 추진해 좋은 평가를 받은 그는 퇴임 후 2009년까지 대표 민간 단체인 한국무역협회 회장으로 활약했다.

STX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전공’을 살려 에너지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STX는 이 회장을 중심으로 발전 사업, 오일 및 가스 사업, 석탄 등 광물자원 개발 사업 등을 적극 추진해 에너지 부문의 핵심 축으로 확대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 회장은 해외 에너지 및 자원 개발 사업과 자원 운송에 필요한 선박 건조, 해상 운송, 에너지 관련 플랜트 및 인프라 구축까지 진행하는 ‘에너지 자원 중심의 개발형 사업’을 집중 추진 중이다.

서경석 GS 부회장 역시 경제 관료 출신 대표 CEO 중 한 명이다. 행시 9회 출신인 서 부회장은 국세청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 재무부 소득세제과장, 조세정책과장과 주 일본대사관 재무관을 지낸 정통 경제 관료다. 서 부회장은 지난 1991년 당시 LG그룹 회장실 고문으로 영입되면서 민간으로 방향을 바꿨다.

이후 회장실 상무와 전무, 전략사업개발단 부사장 등을 거치면서 비즈니스 감각을 익혔으며 1997년부터는 LG투자신탁운용 사장, LG종합금융 사장, LG투자증권 사장 등 주로 금융 계열사의 CEO를 맡아 기업을 직접 이끌었다.

특히 GS그룹의 성공적 탄생 뒤에는 서경석 부회장의 역할이 컷다는 평가다. 재무통인 그의 경력에서 보듯 ‘돈 관리’에 있어서는 허창수 GS 회장도 깊은 신뢰를 보이고 있을 정도로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 임종순 웅진홀딩스 사장도 산업계에서 비교적 드문 경제 관료 출신 CEO다. 정 부회장은 행시 17회 출신으로 재정경제원 국장, 기획예산처 예산관리국장을 지냈으며 임 사장은 행시 24회 출신으로 경제행정조정관실 과장, 경기도 경제투자관리실 실장, 국무총리실 경제조정관 FTA국내대책본부장(차관보) 등을 거쳤다.

사실 경제 관료 출신 CEO들이 가장 각광을 받는 곳은 금융계다. 규제 산업인 금융의 특성상 이들이 공직 생활을 하며 쌓은 네트워크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귀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관료 출신 CEO들이 뛰어난 경영 실적까지 보여주며 업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추진력·아이디어 ‘굿’…‘비상 경영’ 지휘
박종원 코리안리 사장은 관에서 민으로 이직해 성공한 대표 케이스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1998년 관료에서 코리안리 대표이사로 변신한 박 사장은 당시 순손실 2800억 원이 예상되던 이 회사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당기순이익 37억 원의 흑자 회사로 탈바꿈시켜 놓았다.

이후 작년까지 무려 11년 동안 흑자 행진을 기록하고 있는 코리안리의 승승장구는 박 사장의 공이 크다는 평가다.

그 결과 금융업에서는 이례적으로 5연임 성공의 대기록을 달성하며 국내를 대표하는 금융CEO로 거듭났다. 행시 14회 출신인 박 사장은 공직 시절 재무부 결산관리과장·총무과장, 통계청 조사국장, 재경부 공보관 등을 거쳤다.

추진력·아이디어 ‘굿’…‘비상 경영’ 지휘
박 사장 외에도 행시 14회 출신의 굵직한 CEO들이 또 있다. 특히 행시 14회는 2000년대 중반 한국신용정보·수출입은행·산업은행·한국증권전산·기업은행 등 수많은 금융사들의 수장직을 휩쓸며 관료 출신 CEO의 황금기를 열었던 기수다.

현재는 박 사장과 함께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과 유지창 유진투자증권 회장이 행시 14회를 대표하는 CEO로 자리 잡고 있다.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은 재정경제부 세제실장, 중부지방국세청장, 조달청장을 차례로 역임한 정통 경제 관료로 계명대 경영대 교수를 거쳐 2008년 현대증권 사장으로 취임했다.

최 사장은 취임 후 불필요한 비용을 대폭 줄이고 부실 우려를 사전에 제거하는 비상 경영을 추진해 현대증권의 내실을 다졌다는 평가다. 이 결과 2008년 금융 위기 속에서도 1492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현대증권의 업계 순위가 4위권으로 점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추진력·아이디어 ‘굿’…‘비상 경영’ 지휘
유지창 유진투자증권 회장 역시 남부러울 것 없는 화려한 경력을 가진 공직 출신 CEO다. 특히 행시 합격 후 35년간 줄곧 금융정책 분야 한 우물을 판 금융통이다.

재무부 산업금융과장·금융정책과장,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금융감독위 부위원장, 금감위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 등 유 회장의 주요 경력 모두가 금융과 관련돼 있다.

공직을 떠난 뒤에는 산업은행 총재로 재직하면서 LG카드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며 은행연합회장을 거쳐 2009년부터 유진투자증권 회장직을 맡고 있다. 특히 유 회장은 활달한 성격과 뛰어난 조직 친화력을 바탕으로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방식으로 일을 처리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의도 40대 기수’ CEO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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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로 기업은행장 역시 경제 관료 출신 CEO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행시 14회에 이어 차세대 ‘황금기수’로 거론되는 행시 21회 출신인 윤 행장은 재경부 외화자금과장, 은행제도과장, 금감위 공보관과 감독정책2국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역임했다.

특히 1994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파견 근무를 하며 국제 금융 감각을 익혔으며 현안에 대한 분석과 대처가 빠르다는 평가이다. 일례로 은행제도과장 시절 수협의 부실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 공무원답지 않은 공무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기업은행을 맡은 이후로는 금융 위기 때 중소기업 대출을 적극 늘려 경제 안정에 역할을 했고 개인 영업 부문에서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윤 행장의 은행 경영 실적이 합격점을 받음에 따라 최근에는 KB금융지주의 회장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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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한국투자증권 부회장으로 영입된 유영환 부회장 또한 윤 행장과 같은 행시 21회 출신이다.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유 부회장은 1978년 행시 합격 이후 대부분의 관료 생활을 경제기획원에서 보냈다.

1996년에는 정통부로 자리를 옮겨 국제협력국장, 정보통신 정책국장, 산업자원부 산업정책국장을 거쳤다. 이후 2005년 3월부터 2006년 3월까지 1년간 한국금융지주 부사장을 역임, 한국투자증권과의 인연을 쌓았고 2006년 3월 정보통신부 차관으로 복귀, 2007년 9월 정보통신부 제11대 장관을 역임한 다채로운 경력을 가지고 있다.

행시 23회 출신의 이주형 수협은행장은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한 번 붙기도 힘든 행정고시에 두 번이나 합격하고 나서야 공직에 들어간 것이다. 대학 시절 유신 반대 시위에 가세해 구류된 전력 때문인지 1977년 행시에서 1, 2차에 모두 합격했지만 면접에서 떨어졌고 2년 후 다시 시험을 봐 최종 합격한 것. 이 때문에 나이가 행시 서너 기수 위와 비슷하다.

이 행장은 이후 재경부 복지생활과장과 생활물가과장,물가정책과장, 예금보험공사 부사장을 거쳐 2009년 수협은행장으로 취임했으며 취임 후에는 당기순이익을 76억 원에서 330억 원으로 끌어올리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추진력·아이디어 ‘굿’…‘비상 경영’ 지휘
이형승 IBK투자증권 사장과 이현승 SK증권 사장은 ‘여의도의 젊은 피’로 거론되는 인물들이다. 특히 둘 모두 관료 출신인 데다 40대 증권사 CEO로 주목받고 있는 것.

이형승 사장은 행시 29회로 재경부 서기관 시절 옷을 벗고 증권사에 뛰어들어 삼성증권 이사, CJ그룹 경영연구소장, IBK투자증권 부사장(자산관리사업부장 및 IB사업부장)을 거쳐 2009년부터 IBK투자증권 사장직을 맡았다.

행시 32회인 이현승 사장은 는 경제기획원, 공정위를 거쳐 재정경제부 초임 서기관 때였던 2001년 훌쩍 관가를 떠나 글로벌 컨설팅 업체 AT커니로 옮겼다.

이후 메릴린치 기업 및 국제금융담당 이사, GE에너지코리아 사장을 역임하고 2008년엔 SK증권을 맡으면서 국내 증권업계 최연소 CEO 기록까지 세운 인물이다.

추진력·아이디어 ‘굿’…‘비상 경영’ 지휘
이들과 함께 김범석 더커자산운용 사장도 여의도의 대표적인 경제 관료 출신 CEO다. 행시 24회 출신인 김 사장은 재무부, 재정경제원, 금융감독위원회 등을 두루 거친 금융통으로 1999년 키움증권 초대 사장을 역임했고 동원투신운용 사장, 한국투신운용 부회장 등을 거쳤다.

특히 금감위 시절에는 은행권 구조조정의 첨병으로, 한국투신운용 시절에는 ‘히트 상품 제조기’로 뛰어난 추진력을 보인 바 있다.

한편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도 경제 관료 출신은 아니지만 40대 공직 출신 CEO로 주목받고 있다. 기술고시 21회(행시 27회) 출신인 권 사장은 1987년 상공부 전자정책과, 정보진흥과, 산업기술기획과 등을 두루 거쳤다. 20년 가까이 근무하며 반도체와 멀티미디어 등 정보기술(IT) 분야 전반에서 경험을 쌓았다.

이후 키움증권의 모그룹인 다우그룹으로 자리를 옮겨 여러 계열사를 이끌며 이들을 내실 있는 회사로 만들었다. 이후 2009년부터 키움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온라인 증권의 강자인 키움증권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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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0-06-03 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