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비스산업 개방 가속화

중국이 서비스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조업 수출이 주도하는 대외 무역 구조 개선, 저부가가치 제품 생산 위주의 제조업 수준 향상, 소비 진작 등 3마리의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카드이기 때문이다. “서비스산업 발전이 중국 경제 발전 방식 전환과 경제 구조조정의 주요 방향(원자바오 총리)”이라는 얘기다.

지난 5월 28일 베이징 국가회의중심에서 개막된 제1회 중국국제서비스무역교역회는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닷새 일정으로 열린 이 교역회는 가사(家事)·교육·의료·여행·문화·체육 등 서비스산업에 특화된 중국의 첫 번째 국제 박람회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영국·호주 등 9개 국가 업체가 참가하는 등 중국의 서비스 시장을 놓고 외국 기업들의 경쟁에 불이 붙었다.
[중국] 연 20조 위안 규모…외국 기업 경쟁 치열
중국 서비스산업의 불균형 발전
중국의 서비스 무역 규모는 2000년만 해도 660억 달러에 머물렀다.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2001년 이후 연평균 18.3% 고성장하며 2011년엔 4191억 달러로 불어났다. 중국 서비스 무역의 세계 비중도 2.2%에서 5.2%로 커지며 글로벌 순위도 12위에서 4위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미국 서비스 무역 규모(9600억 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등 절대 규모는 여전히 낮은 편이다. 서비스산업이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3.1%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80%는 물론 세계 평균(70%)에도 크게 못 미친다. 인도 55%, 브라질 67%,러시아 59%, 남아프리카공화국 66% 등 경쟁 개도국에도 뒤진다. 중국 내 지역 간 서비스산업 불균형도 심각하다. 베이징의 서비스 무역은 국내총생산(GDP)의75%에 달하지만 서부 일부 지역은 10%도 안 된다.

서비스 무역의 65%가 베이징·상하이·광둥성에 집중 돼 있다. 서비스산업 가운데 금융 컨설팅 같은 신흥 서비스업의 비중은 20.8%로 부가가치가 낮은 건축 등 전통 서비스업이 주도하는 불균형도 문제다. 원자바오 총리는 교역회 개막사를 통해 “서비스산업의 지역 간 장벽과 산업의 독점 고리를 깨야 한다”며 “민간 자본의 서비스산업 참여를 적극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언론들은 연간 20조 위안에 이르는 서비스산업이 민간 자본에 전면 개방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천더밍(陳德銘) 상무부장(장관)도 “서비스 무역의 대외 개방을 한 단계 높여 개혁과 혁신 및 발전을 가속할 것”이라며 “금융·물류·에너지절약 및 환경보호 분야에서의 대외 개방을 확대해 외국의 선진 디자인과소프트웨어 개발 등 지식집약적 서비스산업을 유치함으로써 중국도 관련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빨라지고 있는 서비스산업의 외국인직접투자(FDI)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서비스산업의 외자 유치는 지난해 552억 달러로 사상 처음 제조업FDI를 넘어섰다.

중국 상무부는 2015년까지 연간 서비스 무역 규모를 6000억 달러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WTO의 파스칼 라미 사무총장은 “중국이 WTO 가입 이후 10년 만에 세계 1위 수출국과 2위 수입국에 오르는 등 상품 무역이 최대 수혜를 봤다”며 “다음 10년은 상품과 서비스 무역이 협력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개시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은 한국 기업이 경쟁국 기업에 비해 유리한 위치에서 중국 서비스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 된다. 중국 정부가 과거 FTA 협상에서 서비스산업 개방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내부에서도 개방을 통한 경쟁력 제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왕뤄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 주임은 “한중FTA를 중국 서비스산업을 개혁해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무역협회가 디자인·물류·여행·의료 관광 분야의 한국 업체들을 이끌고 이번 교역회에 참가해 한중 서비스 무역 상담회를 연 배경이다.

베이징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