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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살 때 무조건 외국 브랜드만 선호하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랑하는 국내 명품을 만들고 이를 역으로 해외시장에 유통할 계획입니다.”

국내 브랜드 란쯔(Lantz)시계의 윤용선 대표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현재 국내 시계 업계는 유럽 명품 브랜드와 중국산 저가 제품의 협공으로 이중고를 겪는 상황이다.

1960년대 중반 국산 괘종시계 조립에서부터 시작된 우리나라의 시계 산업은 주요 외장 부품의 국산화를 통해 한때 눈부시게 성장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유명 외국 브랜드들에 내수 시장이 잠식당했다. 윤 대표는 “현재 시장이 저점을 찍었지만 우수한 품질과 경제적인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표가 이끌고 있는 란쯔시계는 그가 1996년에 설립한 회사다. 란쯔(Lantz)와 지그재그(zigzag) 등을 시작으로 자체 고유 브랜드의 개발·생산·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대리점이나 백화점, 자체 온라인 숍, 기업체 특판, 청와대와 공공 기관을 통해 유통하고 있다.

또한 인천공항을 비롯해 서울·제주·부산 등 전국 총 17군데의 면세점에도 입점하는 등 그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어 왔다. 현재는 레노마시계의 국내 수입 유통을 전담하고 란쯔를 동남아 12개국에 수출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꾀하며 국내 브랜드의 명품화 및 글로벌화를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윤용선 란쯔시계 대표 “토종 브랜드의 글로벌화를 꿈꿉니다”
약력 : 1992년 경희대 행정대학원 사회복지학 석사. 엠엘상사 근무. 1996년 노리꼬시계 창업. 1999년 란쯔시계 상호변경. 란쯔시계 대표(현).

란쯔에 대한 윤 대표의 애착은 남다르다. 자신의 손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소비자들이 고가의 해외 유명 브랜드만 찾는 분위기 속에서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신생 브랜드를 만들고 입소문을 내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론칭 이후 유명 백화점에 입점하며 판매량을 늘렸지만 명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자리를 빼앗기고 대형 마트 등으로 밀리면서 사업을 접을까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레노마시계의 수입 유통을 성사시키고 란쯔의 기술 개발에 주력하면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는 대부분의 공장이 가격 등을 이유로 중국으로 제조 공장을 이전할 때에도 개성공단 등 오직 국내 생산 방식을 고집했고 이렇게 뚝심 있는 전략이 위기 속에서 오히려 빛을 보게 됐다.

“전문성을 갖춘 고급 국내 인프라를 구축해 둔 것이 큰 강점이 됐죠. 우리 회사에는 8명의 전문 연구 인력과 조립만 별도로 하는 인력이 일하고 있죠. 말 그대로 ‘정예멤버’들과 함께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어요. 저 또한 여전히 개발에 참여하고 있고요.”

이처럼 란쯔는 경력이 오래된 전문가들과 함께 품질의 우수성을 추구하는 동시에 현재의 트렌드를 발 빠르게 반영한 세련된 디자인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레노마시계는 클래식한 면을 부각하며 20~50대를, 란쯔는 시계를 넘어 패션 아이템이라는 콘셉트를 강화하면서도 저렴한 가격대로 젊은층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 윤 대표는 국내에서의 사업 확장에 이어 해외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방신기·카라 등 해외에서 인기가 많은 아이돌 가수들이 란쯔의 시계를 착용하면서 제품 문의가 쇄도했고 이 같은 ‘한류’ 열풍을 타고 동남아·일본 등 해외 각국에 수출하고 있다. LA 1160, 6615, 725 시리즈 등이 인기가 높다.

윤 대표는 향후 레노마의 지갑·벨트·가방 등을 판매하는 복합 의류 매장에 종합 패션의 개념으로 란쯔시계를 입점하고 해외 에이전시와 연예인 마케팅을 통해 수출의 판로를 개척하는 등 파이를 더욱 넓힐 계획을 갖고 있다. “무조건적으로 확장만 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그냥 스스로가 란쯔라는 생각으로 시계 시장에서 한길만을 열심히 가고 싶어요.”



김민주 기자 vitamin@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