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리포트

이번 주 화제의 리포트는 토러스투자증권 유지웅 애널리스트가 펴낸 ‘흙의 전쟁 희토류 패권, 춘추전국시대로’를 선정했다. 유 애널리스트는 희토류의 패권을 쥐고 있던 중국의 지배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전망했다. 이유는 일본·미국·한국 등 희토류 소비국이 수입원을 다변화하고 ‘도시광산’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희토류에서 패권을 쥐고 있던 중국의 독점력이 약화되며 춘추전국시대에 돌입하고 있다. 희토류는 주기율표상 란타넘족 원소 17종으로, 정보기술(IT) 및 자동차 산업에서 갈수록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필수 소재다. 쉽게 말해 희토류는 약간의 첨가만으로 제품의 완성도가 크게 좋아지는 조미료 같은 원소들이다.

이들 원소들은 부존량이 극히 적은 반면 광학적·자기적 성질을 지니고 있어 충전용 배터리와 컴퓨터·휴대전화·액정표시장치(LCD)·발광다이오드(LED) 및 하이브리드 모터, 풍력 터빈 등 첨단산업에서 필수적으로 쓰이고 있다.

희토류의 매장지는 중국·미국·호주·말레이시아·브라질 등으로 매우 제한적인 장소에서만 발견된다. 그중 현재 활발하게 생산이 진행되는 지역은 중국에 불과하고 나머지 지역에서는 많이 채굴되지 않는다. 현재 추정되는 글로벌 희토류의 총매장량은 1억1000만 톤 수준이다. 이 중 중국의 매장량은 5500만 톤,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이 1900만 톤, 미국이 1300만 톤 수준으로 파악된다.

희토류는 첨단산업에 쓰이는 특성상 미국이 글로벌 생산량의 대부분을 도맡아 왔다. 그러나 광산의 채산성 및 환경오염 등의 문제가 대두되며 1980년 이후부터 미국의 생산량이 줄고 대신 중국의 생산량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중국은 현재 전 세계 희토류 소비의 60%를 차지하는 수준이며 생산량은 90%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국인 중국은 이를 바탕으로 각국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최근 일본·미국 등 희토류의 수요국들이 이에 맞대응하며 독점력이 약화되고 있다. 중국의 독점력 약화는 지난 수년간 중국이 공급 조절을 통해 통제해 왔던 희토류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2009년 이후 10배 이상 올랐던 희토류 원소 가격들은 2011년 이후 다시금 하향 안정화 추세에 진입했다.
흙의 전쟁 희토류 패권, 춘추전국시대로 “중국 영향력 줄어…도시광산 ‘주목’”
미일 등 희토류 확보에 총력

일본은 중국에 이은 제2의 희토류 수요처다. 일본은 2010년 중국과 센카쿠열도에 대한 갈등 시 희토류를 무기 삼은 중국에 ‘사실상’ 무릎을 꿇기도 했다. 2006년 기준으로 일본의 중국산 희토류 수입 비중이 90%에 육박할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본은 해외 자원, 도시광산 자원 확대, 대체재 연구 강화, 자원 비축 확대라는 네 가지 로드맵에 따라 중국에 대한 희토류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최근 일본은 인도산 희토류를 연 4000톤 공급 받기로 계약하는 것을 포함해 2013년까지 중국산 희토류 수입 의존도를 70% 아래로 낮출 계획이다.

미국은 최근 의회 차원에서 희토류의 자체 공급 능력을 확대할 것으로 결정했다. 중국 이전에 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 국가였던 미국은 2002년 이후 희토류 생산을 멈춘 상태다. 희토류 광산에서 채굴에 따라 발생하는 환경문제와 채산성 등의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희토류 수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짐에 따라 세계 제2의 희토류 광산인 마운틴 패스 광산의 생산량을 재개하기로 했다. 2013년 말까지 4만 톤 규모의 증설이 계획돼 있다.

기타 주요국 역시 중국 일변도의 희토류 수입을 다양화하는 추세다. 이 가운데 한국 역시 중국 의존도 감소, 수입처 다변화 및 해외 자원 개발, 비축량 확보 등을 희토류 정책으로 삼고 있다. 일례로 한국은 2014년까지 비상시 수급 확보를 위해 1500톤의 희토류 비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의 희토류 소비량은 4000톤 수준이다.

금속 자원 확보를 위한 패권 싸움은 비단 희토류를 넘어 희소금속 전체에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희토류를 중심으로 안티몬·텅스텐 등은 중국이 세계 대부분의 생산량을 차지하고 있다. 브라질은 니오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로듐과 백금, 칠레는 리튬의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을 만큼 특수 지역에 대한 편중이 심하므로 자원 확보를 위한 각국의 노력이 더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보면 지하자원은 결국 한정돼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지상자원의 재활용, 즉 도시 광산의 규모가 세계적으로 빠르게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자원 빈국 혹은 산업 고도화가 진행되고 있는 국가는 희토류의 부족을 대체할 수 있는 도시 광산업이 갈수록 부각될 것이라는 뜻이다.

도시광산은 자동차 및 IT 제품 등에서 축적된 폐금속 자원을 ‘회수·분리·선별·제도·정련’의 과정을 거쳐 고순도화하는 리사이클링 산업이다. 국내시장의 총매장량은 46조 원 규모이며 매년 4조 원 규모의 도시광산 자원이 발생한다.

이처럼 금속 자원의 확보가 점차 중요시됨에 따라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들의 도시 광산업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기존 도시광산 업체들의 인수 및 신규 출자 등으로 자원 순환형 비즈니스 모델의 밸류 체인이 구축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의 대표적인 도시광산 기업은 LS니꼬동제련·고려아연·포스코엠텍 등이다. LS니꼬동제련은 LS산전으로부터 동·금·은·황산 등의 제조 기반으로 양수받아 현재 국내 최대의 동 제련 업체로 성장한 기업이다. 이 회사는 2008년 1200억 원을 투자해 충북 단양에 GRM이라는 금속 제련 공장을 설립해 2011년부터 폐 금속 자원을 이용한 금·은·동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또 폐 금속 자원 확보를 위해 토리컴·리싸이팩코리아를 인수했으며 폐 배터리 리사이클링 전문 업체인 화창을 인수했다. 이와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 최대 전자 스크랩 업체인 ERI의 지분 10%를 확보해 해외 원료 조달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도시광산 자원의 수집에서부터 제련까지 밸류 체인을 완성한 것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자동차 폐차 잔재 영역에까지 사업을 확대해 기존의 고철 및 비철금속 회수의 수준을 넘어 희토류 수집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흙의 전쟁 희토류 패권, 춘추전국시대로 “중국 영향력 줄어…도시광산 ‘주목’”
고려아연·포스코엠텍 희토류 수혜주

포스코엠텍은 기존 도시광산 자회사들을 합병해 도시 광산업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포스코엠텍은 작년 도시광산 전문 업체인 나인디지트와 리코금속을 흡수 합병했다. 리코금속은 폐기물의 수거·해체·파쇄 등 1차 가공에 특화된 회사이고 나인디지트는 습식 제련을 통한 자원 추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또 포스코엠텍은 희소금속 제련 능력을 확대해 그룹 내 소재 전문 업체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고려아연은 아연 및 연금속을 생산하면서 희소금속을 부산물로 함께 생산·판매한다. 고려아연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련 및 부산물 추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또 올해 이 회사의 동 생산능력은 전년 대비 1만 톤 정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부산물 처리 역시 늘어나 희소금속 생산량 증가 역시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포스코엠텍의 목표 주가는 1만6000원으로 상향 조정한다. 글로벌 희토류 업체인 바오강희토의 2013년 주가수익률(PER) 하단이 20배 수준으로 포스코엠텍 역시 이 정도 수준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의 목표 주가는 55만 원을 유지한다. 고려아연의 주요 생산품인 은 등의 가격 상승이 예상되지 않지만 전체적인 생산량이 많아지고 있고 희소금속 회수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