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 - 마리오 드라기 총재

“유 럽중앙은행(ECB)은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유로를 지킬 것이다. 내 말을 믿어라. 이번에는 충분히 가능하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인 2012년 7월 한창 유럽 재정 위기의 그림자가 짙었을 때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한마디가 세계경제에 파장을 미쳤다. 이 발언 이후 한동안 드라기 총재가 마음속에 어떤 것을 품고 있는지 그리고 까다로운 독일 분데스은행 은행장 등 다른 ECB 정책 결정자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 세계경제가 주목했다.
[SUPER MOUTH] 유럽 재정 위기 불길 잠재운 ‘슈퍼 마리오’
일단 드라기 총재의 확신에 찬 발언으로 이후 글로벌 주식시장은 바로 급등세로 돌아섰다. 우리나라 코스피 지수도 2012년 7월 27일부터 3거래일 동안 5.2%나 올랐다.

결국 그는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지듯 국채 매입 프로그램(OMT)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ECB는 일단 단기채권의 무제한 매입에 나섰다. 당시 많은 유럽 전문가들은 ECB 총재가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금리 인하, 국채 매입, 장기 대출(LTRO) 재개뿐이라고 보고 있었다. 이 3가지 카드 모두 효과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이미 낡은 대책이며 독일의 반대로 ECB 총재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당시 ECB의 기준 금리는 0.5%인데 금리를 추가 인하하더라도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Whatever-it-takes)’라는 말이 대표 수식어가 된 드라기 총재는 결국 그리스·스페인·이탈리아 등 유럽 재정 불량국의 위기 확산을 막았다. 유럽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했다고 보는 이는 아무도 없지만 드라기 총재의 대책으로 독일과 재정 위기 국가의 차입 비용의 격차를 줄여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잠재적으로 조달 비용을 낮추는 혜택을 얻게 됐다. 재정 파탄으로 번질 급한 불은 끈 셈이었다.

이탈리아의 은행가이자 경제학자인 드라기 총재는 ‘슈퍼 마리오’라고 불린다. 이탈리아 재무장관으로 일할 당시 공공 지출 삭감, 민영화 등을 통해 급증한 재정 적자로 위기에 빠진 이탈리아를 구해내 얻은 별명이다. 그는 세계은행 이사, 이탈리아 재무부 국장, 골드만삭스 부회장 등을 거쳐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2005~2011년) 등을 역임했다. 그는 2011년 11월 장 클로드 트리셰의 뒤를 이어 제3대 ECB 총재에 취임해 2019년 10월까지 임기가 정해져 있다.

드라기 총재는 실용주의자(Pragmatist)로서 대중 앞에 나서길 좋아하지 않으며 냉정하고 신중한 성격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드라기 총재는 위기에 빠진 유럽의 구원투수로 가장 적합한 인물로 평가됐다. ECB의 총재를 맡기 전 학계·산업·공공 영역에 걸쳐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둬 왔기 때문이었다. 이와 함께 칼같이 냉철한 성격이지만 정중한 매너와 협상가로서의 기술이 뛰어난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최근 한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이미지가 매우 편향된 것 같다”며 솔직한 감정을 보였다. 그가 ECB 총재직에 오를 때 독일의 한 타블로이드 신문은 그의 사진에 독일의 전통 전투모인 프로이센 헬멧을 씌워 ‘그를 두려워할 것 없다’는 메시지와 함께 희화화했다.
그리고 그의 유행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는 더욱 냉혈한으로 비치게 했다. 하지만 그는 위기의 유럽을 구제하기 위해 유럽중앙은행 총재의 사명에 충실할 뿐이며 이에 실용주의적 성향을 적절하게 섞어 결단하는 인물로 재평가되고 있다.

드라기 총재는 지난해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순위 8위에 올랐다. 그는 지난해 유럽 재정 위기 진행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며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올해의 인물’로도 선정됐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