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말 110주년 기념식을 하면서 경영대학 역사관(KUBS STORY) 컵스 월 오브 아너(KUBS Wall of Honor)를 만들었어요. 선배와 교우님들이 학교를 도와준 것을 기리고 기록했습니다.” 김동원(55) 고려대 경영대학장은 인터뷰에 앞서 먼저 역사 얘기를 꺼냈다. 8년 연속 1위를 차지한 고려대 경영대 경쟁력의 비결을 듣기 위해 찾아간 자리에서였다.
그는 “과거가 미래를 만들며 역사가 제일 중요하다”는 얘기로 경쟁력을 풀어갔다. 선배가 후배를 지원하고 신의와 의리를 체득하는 문화에서 ‘공선사후(公先私後)’ 정신을 배운다는 설명이었다. 이어 “한국 경제가 몇 개 제조업에 편중돼 있는 현 상황에서 새로운 모멘텀을 일으킬 힘은 융합형 인재에 있다”며 “대학이 창의적인 벤처 사업가를 길러 내도록 경영 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때”라고 강조했다. 향후 중점 과제로는 ‘세계화’와 ‘MBA’를 꼽았다.

올해 110주년을 맞았는데요.
“경영대학의 역사를 보존해야 하는데, 지금 정리하지 않으면 앞으로 누가 언제 할지 알 수 없습니다. 이미 1940년대 학번 대부분이 돌아가셨고 자료가 멸실될 우려가 있어 단과대 차원의 박물관 개념으로 역사관을 개관했습니다. 세 개의 큰 건물이 있어 가능했죠. ‘진작 했어야 했는데 너무 늦은 것 아니냐’며 많이 호응해 주셨습니다.”

기부금도 많이 모였다고 들었습니다.
“기부금을 내신 분들은 ‘컵스 월 오브 아너’에 한 분 한 분 새겼습니다. 다이아몬드(50억 원 이상), 골드(10억 원 이상), 실버(1억 원 이상), 브론즈(1000만 원 이상) 등 4개 섹션으로 구성돼 있죠. 학교에 대한 사랑으로 기부금을 내고 이를 기록하고 기리면서 또 동기부여가 되는 선순환 구조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도너스 월은 40%만 채우고 나머지 60%는 후배들의 몫으로 남겨 뒀어요. 앞으로 계속 채워 나가면서 50년, 100년 후에는 엄청난 자산이 될 것입니다.”
경영대학이 수요자인 기업들에 좋은 평가를 받는 비결이 무엇입니까.
“법대가 없어지면서 문과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경영대학으로 옵니다. 무엇보다 사회에 나가 인재로 인정을 받는 비결은 인성에 있다고 봅니다. 500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중 단일 학과로는 고려대 경영대 출신이 가장 많습니다. 성실하게 일하고 조직에 충성하면서 조직에 기여한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려대 출신들은 공적인 것을 먼저 생각하고 개인적인 것을 후에 생각하는 공선사후 정신이 체득돼 있습니다. 굳이 가르치지 않더라고 선배가 후배에게 장학금을 주면서 키우는 문화가 면면히 흘러 내려오는 것 같습니다. 인사관리 측면에서 사람을 기용할 때 능력과 충성도를 봅니다. 능력이 있는데 충성도가 떨어지면 상당히 위험하고 능력도 없고 충성도가 낮으면 기업이 쓸 이유가 없겠죠. 충성도와 능력 모두 좋은 사람들이 우리 학교 졸업생들입니다.”

인재 양성 차원에서 어떤 인재상을 가지고 있는지요.
“현재 많은 변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스탠퍼드대·보스턴대·밥슨칼리지·펜실베이니아대 등 대학에서 벤처 인큐베이터를 키워 큰 기업으로 배출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한국의 대학에서는 아직까지 그렇게 하지 못했어요. 그동안 수동적인 직장인을 키우는 데 주력했던 것 같습니다. 기능적으로 재무·인사·생산관리 등을 가르치고 직장에서 일 잘하는 사람을 길러낸 것이죠. 지금 한국 경제는 먹을거리가 큰 고민입니다. 일부 제조업에 나라 경제가 매달려 있고 다른 성장 모멘텀이 없습니다. 핀란드는 노키아가 망하면서 300~400개 벤처로 쪼개져 더 진화했죠. 우리도 창의적인 사업가를 길러 내는 데 경영 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목표를 110주년 기념행사 때 축사를 하며 선포했어요. 이제는 창의적·융합형 사업가를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공학·인문학·경영학이 결합된 커리큘럼으로 빠르게 바꿔야 하고 이렇게 무장된 사람들이 나와 벤처를 일으켜야 합니다.”

구체적인 방안이 있습니까.
“이미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학교 안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엔젤 펀드를 조성했는데 상당한 액수가 모였습니다. 경영 본관 3~5층을 모두 KUBS 벤처지원센터로 바꾸고 그 안에 셀을 만들어 작은 벤처들을 키울 겁니다. 제2의 구글, 제2의 애플이 될 수 있겠죠. 앞으로 경영대학이 나갈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수진·공간·자금 등이 다 있고 이미 만반의 준비가 돼 있습니다. 경영대 부원장이 미국 밥슨칼리지의 커리큘럼을 벤치마킹해 왔습니다. 선배님들께 말씀 드리면 그 자리에서 기부할 정도로 반응이 좋습니다. 더 이상 수동적인 직장인 양성만으로는 장래가 보장되지 않아요. 사회를 리딩하는 새로운 인재상을 제시해야 합니다.”

추가로 보완할 것은 없는지요.
“세계적인 경영 교육의 트렌트는 MBA입니다. 이제 학부 전쟁은 끝났습니다. MBA로 중심축이 바뀌면서 학부에 경영학이 있는 곳이 많지 않아요. 고려대 경영대가 지난 110년간 학부 중심으로 왔다면 이제는 MBA에 힘을 쏟고자고 합니다. 또 하나의 과제는 세계화입니다. 최근 2~3년 사이 고려대 경영대에 외국인 학생들이 급증했습니다. 보여주기식 세계화가 아닌 진정한 세계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최근 자체적으로 경영대 평가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배경에서 입니까.
“지난 100년간 국내 대학들은 외국 대학의 평가 대상이었습니다. ‘텍사스 댈러스대(UTD) 랭킹’이 대표적이죠. 이제는 우리가 직접 평가할 만큼 국력이 강해졌습니다. UTD 평가에 대한 비판도 있죠. 이를 반영해 지난 8개월간 분야별 톱 저널 86개, 4만여 개의 논문을 분석했습니다. 저널에 게재된 논문 수를 집계한 랭킹이기 때문에 주관성이나 편견이 개입할 여지가 없죠.”

국내 경영학의 세계무대에서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입니까.
“단적으로 MBA 과정에서는 그동안 외국 최고의 대학에서 수업을 듣고 현지 글로벌 기업을 견학하는 IRP(international residency program) 과정을 운영했지만 이제는 해외 유수의 대학이 우리 경영대학을 찾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 대학들이 지식 수입국이었다면 이제는 지식 수출을 하는 단계에 와 있는 것 같습니다.”

대학 진학을 앞둔 수험생에게 학장님으로서 한말씀 부탁합니다.
“중요한 것은 사회에 나온 이후겠죠. 졸업생들의 면면이나 성과를 볼 때 고려대 경영대는 압도적인 차이를 보입니다. 무엇보다 인생을 멀리 내다보고 장래 목표에 맞는 대학을 선택해야 하는데, 성적에 따라 맞춰 가면서 후회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장래를 멀리 보고 자신의 철학과 맞는 대학을 선택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겁니다.”

약력 : 1960년생.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미국 위스콘신대(매디슨) 박사. 고려대 총무처장. 고려대 기획예산처장. 고려대 노동대학원 원장. 2014년 고려대 경영대학장 겸 경영전문대학원장(현). 2015년 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 회장(현).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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