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른 ‘제주’ 부동산, 막차 타도 괜찮나
제주도 부동산 시장의 나 홀로 질주가 심상치 않다. 치솟은 가격에 대한 부담과 공급과잉 우려가 부동산 시장 전반에 대한 관망세로 이어지며 거래 및 문의가 주춤한 가운데 제주도의 시장만 활기를 띠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12월 1일 발표한 2015년 11월 전국 주택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제주도의 매매가격은 지난 11월 대비 1.02%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국의 매매가격 상승 폭(0.31%)보다는 3배, 지방의 상승 폭(0.25%)보다는 무려 5배 가까이 올랐다. 월세 가격도 제주도는 꾸준한 임대 수요와 이주 수요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은 상승률(0.28%)을 기록했고 전셋값도 0.57% 상승하며 서울(0.75%)과 광주(0.64%)의 뒤를 이었다.

장경철 부동산세터 이사는 “관광객 증가는 물론 외지인 이주 수요 증가와 신공항 건설 호재 등이 집값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이라며 “사람과 돈이 몰리고 있는 제주도를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달아오른 ‘제주’ 부동산, 막차 타도 괜찮나
관광객과 도내 인구 급증…잇단 호재도

제주도 부동산을 전망할 때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역시 ‘관광객 증가’다. 제주관광협회 통계 자료에 따르면 12월 1일 기준 올해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1259만594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42만3783명)보다 10.3% 늘었다. 외국인 관광객은 244만4756명, 내국인 관광객은 1015만1187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내국인 관광객은 지난해(895만9447명)보다 무려 22% 증가했다. 내국인 관광객이 1000만 명을 돌파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제주도관광협회의 한 관계자는 “국내선 항공편 공급 좌석이 늘면서 산악·골프·올레길 등을 즐기려는 소그룹 단체 관광객과 개별 관광객, 가을 수학여행단이 증가한 것이 한몫했다”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지난해보다 감소한 외국인 관광객의 빈자리를 내국인 관광객이 채우면서 상승세를 이어 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관광객 증가는 ‘인구 증가’로 이어진다. 통계청이 11월 발표한 ‘2015년 3분기 지역 경제 동향’에 따르면 전 분기 대비 서울의 인구가 3만7520명 감소한 반면 제주도 인구는 4048명 유입됐다.

제주도의 순이동(전입자-전출자) 인구도 2010년 437명, 2011년 2343명, 2012년 4876명, 2013년 7823명, 2014년 1만1112명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제주도 인구는 내·외국인을 합쳐 2009년 56만7900명에서 2015년 10월 기준 63만8400명으로 6년 새 12.4%(7만500명) 늘었다. 단순히 관광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제주도에 정착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에서 신혼집을 찾고 있는 예비 신부 김모(34) 씨는 “최근 이효리 씨 등 연예인들이 제주도에 터를 잡았다는 소식을 듣고 제주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관광객과 인구가 늘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방법으로 수익도 창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개발 호재’도 잇따르고 있다. 제주 신공항 건설과 서귀포혁신도시 개발이 대표적이다. 최근 정부는 2025년 개항을 목표로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에 제2공항을 건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귀포혁신도시(113만5000㎡)도 올해 말이면 제 모습을 갖출 전망이다. 이미 지난 10월까지 전체 9개 이전 대상 공공 기관 중 7개 기관이 이전을 마친 상태다.

이 같은 대형 호재들은 제주도 부동산 시장을 과열시켰다. 한국감정원이 12월 1일 밝힌 자료에 따르면 제2공항을 짓는다는 정부 방침이 정해진 지난 11월 제주도 아파트 매매가격은 1.4% 뛰었다.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실제로 11월 구좌읍과 서귀포 대정·성산읍 등 신공항 후보지로 거론된 지역에서 나온 경매 물건 5건이 모두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액) 100%를 훌쩍 넘기며 낙찰됐다”며 “각종 개발 호재 덕분에 제주도 부동산 시장의 훈풍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지만 옥석을 가려야만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달아오른 ‘제주’ 부동산, 막차 타도 괜찮나
상승세 이어지겠지만 옥석 가리기 필수

제주도 부동산 가격은 이미 오를 만큼 올랐다. 이 때문에 더욱 신중히 접근해 거품을 걷어내야만 낭패를 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면 제주도 부동산 투자 시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먼저 아파트는 공항 접근성이 중요하다. 공항과 가깝거나 도로 등 교통 여건이 우수한 단지일수록 선호도가 높고 미래 가치도 높다. 환금성을 감안한다면 대형보다 중소형이 안전하다. 부동산114 통계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제주도 아파트 거래는 전용면적 60~85㎡ 이하의 거래가 90% 이상(2011년 95%, 2012년 95%, 2013년 96%, 2014년 94%)을 차지했다.

토지는 자연환경 보전지역 지정 여부를 토지이용계획 등을 통해 꼭 살펴야 한다. 이런 지역은 개발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전체 토지의 60% 이상이 자연환경 보전지역이다.

수익형 부동산을 고려한다면 관광객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품은 피해야 한다. 중국 경제 등 대외 상황은 물론 메르스처럼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2013년부터 제주도 내 물량이 쏟아지며 이목을 집중시켰던 분양형 호텔의 인기 하락도 같은 맥락이다. 유커(중국인 관광객)를 겨냥한 제주도 분양형 호텔은 높은 투자수익률을 보장한다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고 실제로 분양에 나서는 족족 ‘완판’ 행진을 이어 갔다. 하지만 공급과잉과 입지에 따라 수요 편차가 심하다는 것을 투자자들이 인지하면서 인기가 한풀 꺾였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비교적 공급이 적었던 오피스텔 등을 틈새 상품으로 지목하고 있다. 제주도에 주택 공급이 집중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아파트 공급량은 7311가구에 달했던 반면 오피스텔은 651실만 공급됐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그동안 수요가 충족되지 않아 공급이 뜸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공급 부족은 충분히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특히 제2공항 개발 사업이 원활히 진행된다면 관련 종사자나 관계자들이 거주해야 할 임대형 주택을 찾을 것이고 중·장기적으로 오피스텔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병화 기자 kbh@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국경제매거진 한경BUSINESS 제공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