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동시에 기회…전문화·서비스 강화 매진할 때”
약력 : 1940년생. 1961년 제13회 고등고시 합격. 1962년 서울대 법과대학 졸업. 1962년 해군 법무관. 1965년 대전지방법원 판사. 1975년 서울고등법원 판사. 1977~1979년 대법원 재판연구관. 1979년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2005~2012년 한국법학원 원장. 2008년 엄홍길휴먼재단 이사장(현). 2011년 대한변협법률구조재단 이사장. 2015년 김앤장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현).

이재후(75) 김앤장 대표변호사는 김앤장 역사의 산증인이다. 1973년 김영무 대표변호사가 설립해 42년의 역사를 지닌 김앤장에서 꼬박 37년을 함께했다. 이 대표변호사는 고등고시 13회 출신으로 서울고등법원 판사를 역임하고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났다. 1979년 김앤장에 합류해 현재 김영무·장수길 대표변호사와 함께 김앤장을 이끌고 있다. 이 대표변호사를 만나 변호사 2만 명 시대, 법률 시장 전면개방 등 ‘대변화의 시기’에 놓인 국내 법조계의 현실을 물었다.

김앤장에서만 37년입니다. 기억에 남을 만한 사건이 있나요.
“한두 사건을 꼬집어 말하기보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법치주의를 구축하는 데 김앤장이 일조했다는 점과 회사의 성장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저는 주로 소송 관련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1987년 6·29 민주화 선언 이후 노동 관련 사건들이 많았고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때는 회사 정리 관계 사건들이 많았습니다. 대형 사건에는 대부분 개입한 셈이죠. 여러 사건들을 처리해 가는 동안 회사도 동반 성장했습니다. 제가 합류했을 당시만 해도 변호사 수가 10명 미만이었는데 지금은 771명에 이릅니다.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변호사들을 영입한 결과입니다.”

이번 로펌 평가에서 전 부문을 석권했습니다. 비결이 궁금합니다.
“우수한 인재들의 팀플레이와 ‘원스톱 토털 서비스’를 꼽을 수 있습니다. 각자의 전문성과 경험, 시스템이 맞물려 사안별로 유연하게 작동하는 것이 우리의 강점입니다. 각 프로젝트마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로 팀을 구성, 고객의 다양한 고민을 완벽하게 해결하는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는 분야별로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가가 두껍게 포진돼 있기에 가능합니다. 원스톱 토털 서비스는 기업에서 요청하는 법률 서비스의 내용이 갈수록 복잡해지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비결은 고객과의 신뢰를 꾸준히 지켜 나갔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국내 법률 시장이 대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시장 경기는 갈수록 침체되고 법조계는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 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한 해 2000여 명에 가까운 법조인들이 사회에 배출되고 있고 시장 개방으로 외국 로펌들이 속속 출사표를 내고 있습니다. 법조계가 암담한 현실에 직면해 있는 셈이죠. 게다가 전문 직역 간의 경계마저 허물어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됩니다. 하지만 ‘위기는 동시에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 위기를 발판 삼아 고도의 전문화와 서비스 강화에 더욱 매진할 예정입니다.”

구체적으로 대응책이 궁금한데요.
“변호사의 본분은 고객에 대한 헌신에서 비롯됩니다. 법률 서비스는 대표적인 지식 서비스 산업입니다. 제아무리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고 훌륭한 결과물을 도출해 낸다고 하더라도 고객에 대한 투철한 서비스 마인드 없이는 지속 성장할 수 없습니다. 글로벌 로펌들의 경쟁력도 바로 철저한 고객 서비스 마인드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는 법률 시장 개방의 완전경쟁 체제 아래서 언제 어디서든지 고객이 원하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문성 측면에서도 영미 로펌들과 견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춰 나가고 있습니다. 외국 로펌을 경쟁 업체로 생각하기보다 협력적 관계 구축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제 살 깎아 먹기’ 식의 수수료 삭감밖에 방법이 없나요.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면 업계에선 비용을 낮추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고객에게 최고의 전문 지식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상당한 보수가 따릅니다. 결국 비용은 고객이 얼마만큼 우리 서비스에 만족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다른 법무법인과 차별화를 두고 ‘김앤장은 다르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앤장은 ‘인재 집합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조화가 쉽지 않을 텐데요.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인화가 잘되고 있습니다. 오랜 전통에 따른 결과라고 할 수 있죠. 선후배 간 유대 관계가 매우 좋습니다. 팀 단위로 운영되다 보니 사법연수원 출신과 로스쿨 출신 간의 갈등 없이 전문 분야별로 선후배가 함께 일하면서 같이 어울립니다. 새로 들어온 변호사들은 나름 회사에 자부심을 갖고 선배들을 잘 따릅니다. 물론 여기서 근무하다가 다른 곳으로 이직하는 변호사들도 있습니다만 회사 규모와 전체 숫자를 고려하면 이직률은 매우 낮은 편입니다.”

사회 요직에 김앤장 출신이 많다 보니 부정적인 시각도 있습니다만.
“그 문제는 사실 여부를 떠나 다소 과장돼 오해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대형 로펌에 대한 질시일 수도 있겠고요. 현재 우리 사무실에 재직 중인 국내 변호사만 600명이 넘습니다. 각자 맡은 전문 분야가 있다 보니 외부로부터 종종 추천을 받곤 합니다. 굳이 회사가 나서 막을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나갔다가 또다시 들어올 수도 있고요. 비단 우리뿐만 아니라 대형 로펌을 운영하다 보면 생기는 불가피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윤리적으로 문제가 생길 만한 일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사회 공헌에도 힘을 쏟고 있는데요.
“우리는 일찌감치 ‘상생을 통한 동반 성장’이 지속 가능 경영의 핵심이라고 여기고 이를 실천해 왔습니다. 법률 서비스는 물론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도 한국 로펌 업계를 선도할 수 있도록 노력해 왔습니다. ‘지속성·연관성·진정성’의 세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지식 나눔 활동을 통해 법률 사각지대를 없애고 소외된 이웃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나가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2013년 프로보노(무료 법률 서비스) 전담 기구인 ‘김앤장 사회공헌위원회(위원장 목영준)’를 출범했습니다. 변호사와 직원이 상주해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며 김앤장 공익 활동의 구심점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바쁜 사람들’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변호사들인데 봉사 활동을 할 시간이 있나요.
“물론 봉사 활동을 전문으로 하지는 않습니다만 바쁜 시간을 쪼개 다양한 활동을 합니다. 사회 공헌 사업뿐만 아니라 변호사 각자가 활동에 참여합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법조인은 사회의 혜택을 많이 받은 계층입니다. 물론 본인의 탁월한 능력과 피나는 노력으로 그 자리에 올랐지만 실제로 받고 있는 혜택의 반은 사회가 제공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므로 법률가와 같은 전문 지식인들은 사회로부터 받은 것의 일부를 어떻게 사회로 돌려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마찬가지로 전문 지식인의 사회적 책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김현기 기자 henr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