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수 부회장의 ‘신성장 사업’ 사랑
박진수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LG화학이 올해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을 올린 데 이어 최근에는 1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까지 따냈기 때문이다. 1GWh는 전기차 5만 대 이상을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GWh 규모의 공급 계약은 에너지 저장 장치(ESS) 분야에서 사상 최초다. 박 부회장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LG화학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 중이다.
LG화학과 12월 16일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한 기업은 세계 1위 ESS 기업인 AES에너지스토리지다. AES는 2009년 이후 전 세계 주요 지역에 400메가와트(MW) 규모의 ESS 프로젝트를 수행한 세계 1위 업체다. 이번 계약으로 LG화학은 AES가 2020년까지 전 세계에 구축하는 전력망용 ESS 프로젝트에 배터리를 공급하게 된 것이다.

배터리 기술력 특화로 승부수
이런 성과는 중국 저성장 우려와 유가 하락 등 어려운 국내외 시장 환경 속에서 신성장 사업을 육성하는 데 집중하도록 한 박 부회장의 판단이 적중했다는 평가다.
박 부회장은 2013년 12월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됐고 이듬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그의 경영 방침은 유망한 신사업과 연구·개발에 과감하게 투자하겠다는 것이었다. 신사업 발굴을 통해 어떠한 환경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판단이다.
박 부회장은 현장을 방문할 때 수행원도 없이 작업화를 신고 4~5시간 동안 공장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마주치는 직원들과 악수를 하기로 유명하다. 이는 곧 성과로 이어졌고, LG화학은 어느새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며 업계에서 가장 많은 일감을 수주하고 있다. 특히 LG화학은 전 세계 배터리 업체 중 유일하게 ESS 배터리 전용 생산 라인을 구축해 ESS 용도에 따라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실제로 이번에 계약을 체결한 AES의 에너지 솔루션 담당 임원진도 2010년 오창 공장과 대전 기술연구원 등을 잇달아 방문하며 LG화학의 배터리 기술력을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규모의 공급 계약에 성공하며 배터리 시장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박 부회장이 앞으로 글로벌 시장을 어떻게 선도해 나갈지 주목된다.

김병화 기자 kbh@hankyung.com

박진수 부회장 약력
1952년생. 1977년 서울대 화학공학과 졸업. 1977년 (주)럭키 입사. 2003년 현대석유화학 공동대표이사 부사장. 2005년 LG석유화학 대표이사 부사장. 2008년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장(사장). 2012년 LG화학 대표이사 사장.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현).
경영 방침은 유망한 신사업과 연구·개발에 과감하게 투자하겠다는 것이었다. 신사업 발굴을 통해 어떠한 환경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