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완 고려대 로스쿨 원장 “인격도 갖춘 진짜 법률가 양성할 것”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은 2009년 출범해 올해로 일곱 살이다. 미숙한 신생 로스쿨은 어엿한 한국 대표 로스쿨로 거듭났다.
성장은 객관적인 지표가 증명해 준다. 2015년 영국 글로벌 대학 평가 기관인 QS(Quacquarelli Symonds)가 발표하는 ‘세계 대학 학문 분야별 순위 법학 교육 부문’에서 고려대는 54위를 기록, 2013년부터 3년 연속 100위권 안에 포함됐다.
올해 12월 한경비즈니스가 평가한 ‘2015 전국 로스쿨 랭킹’에서도 사립대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이다. 고려대 로스쿨이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7월 취임한 김규완 원장이 지휘봉을 잡았다. 김 원장은 공익에 기여하는 품성은 물론 명백한 불의에 단호히 거부하는 정의 관념으로 고려대 로스쿨 학생들을 결속시켜 한국 로스쿨 성장에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올해 고려대 로스쿨이 다양한 지표에서 높은 성과를 거둔 비결은 뭔가요.
“무엇보다 열성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친 교수님들에게 감사드리며 ‘법학의 기초 지식이 안정되고 창의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논리적 글쓰기가 되는 변호사’를 길러 낼 수 있도록 구성된 고려대 로스쿨의 커리큘럼도 한몫했다고 생각합니다. 법률 기초 지식의 함양과 논리적 글쓰기의 훈련은 1학년, 독창적 사유 방식의 훈련은 2학년 때부터 관심 분야의 전문 인증 제도와 결합돼 이뤄지고 3학년 때에는 이들을 종합하는 훈련을 통해 졸업을 준비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로스쿨이 출범한 지도 벌써 7년이 지났습니다. 현재 로스쿨 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상태라고 봐도 될까요.
“정착됐거나 적어도 곧 정착될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사법시험(이하 사시) 폐지 유예’ 논란으로 회의가 일었습니다. 변호사 시험은 사시의 대안으로 고안된 것이 아닙니다. 교육을 통한 변호사 양성이라는 로스쿨 도입 취지에 따른 결과물이었습니다. 7년 동안 사시 폐지를 유예한 것도 사시를 통해 법조인을 선발해 온 국가 정책을 신뢰하고 사시 공부를 시작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법적 안정성을 위해서라도 사시는 예정대로 폐지하고 법조인 배출의 단일 창구로서 로스쿨 제도에 문제가 있다면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데 집중해야 할 시점입니다. 사시와 변호사 시험을 병행하는 것은 그 어느 쪽의 문제도 해결하고 싶지 않거나 해결하지 못한 채 사회의 구조적 갈등이라는 또 다른 문제만 야기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구체적으로 그동안 로스쿨 제도의 성과를 꼽으신다면.
“로스쿨 제도를 도입할 당시의 목표가 곧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로스쿨에 입학해 실무 교육이 병행된 법학의 기본 및 전문 교육을 충실히 이수한 뒤 졸업, 법률가로서 활약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법률만 아는 법률가가 아닌 다양한 분야를 결합·융합할 수 있는 지식과 방법론으로 훈련된 법률가를 배출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성과입니다. 실제로 고려대 로스쿨은 그저 법률 기술자가 아니라 인격적 완성을 지향하는 법률가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아쉬운 점도 많으실 텐데요.
“로스쿨 제도 자체의 문제는 아니지만 절대평가나 자격시험이 아닌 변호사 시험이 한정된 인원을 선발하고 있는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시험 성적까지 공개하라고 결정한 후 학생들이 치열한 경쟁에 노출됐습니다. 단순히 시험에 합격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성적으로 합격해야만 하게 된 것입니다. 이에 따라 로스쿨 교육이 다시 수험 법학으로 퇴행하려는 조짐도 감지됩니다. 또한 ‘교육을 통한 특정 분야의 전문 법조인 양성’이라는 최초의 목표와 그 수단인 특성화 프로그램이 학생들로부터 외면당할 위험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성 교육의 실종이 심각하게 우려됩니다. 문제를 알고 있으니 해결은 되겠지만 처방전은 빠를수록 좋다는 생각입니다.”

고려대 로스쿨 졸업생들은 주로 어느 곳에 취업하고 있나요.
“고려대 로스쿨은 다른 로스쿨에 비해 취업률이 높습니다. 실제로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자발적으로 취업하지 않은 2명을 제외한 4기 졸업생 모두가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취업 대상자 중 절반 이상은 중대형 로펌으로 출근했고 나머지는 사내 변호사로 시작하거나 법무관으로 근무하게 됐습니다. 최근 발표된 검사 임용에서도 고려대 로스쿨 5기 6명이 최종 합격했고 법무관까지 포함하면 모두 7명이 승전보를 울렸습니다.”

고려대 로스쿨이 선호하는 인재상도 들려주시죠.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평범함을 거부하는 진취적 기상을 가진 청년들이 고려대 로스쿨에 지원해 주길 바랍니다. 개인의 이해관계보다 공익을 우선시하는 도덕적 품성을 엿볼 수 있는 인재라면 금상첨화입니다. 이는 입학 전형의 기술적 한계로 자기소개서와 짧은 구술 면접을 통해 추측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지만 학부 성적표와 재학 또는 졸업 후 사회적 활동을 살펴봄으로써 적중 확률을 높이고 있습니다. 지원자가 대학 또는 사회생활에서 뚜렷한 목표 의식 아래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설계한 뒤 이를 성실하게 수행했는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한국 로스쿨의 선봉에 서 있는 고려대 로스쿨의 수장으로서 앞으로 하실 계획은 무엇인지요.
“얼마 전 8기 신입생 합격자를 발표했습니다. 이들이 졸업하는 해는 ‘로스쿨 출범 10년’입니다. 그때 고려대 로스쿨은 ‘한국 로스쿨의 기준’이라고 평가 받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그동안 잘해 온 것은 뿌리를 곧게 내려 자리매김하도록 하는 한편 잘못됐거나 더 잘할 수 있는 것은 지금부터라도 바꿔 나갈 방침입니다. 학년 석차 꼴찌인 학생이 전국에서 120등이라는 자부심과 자신감을 갖고 법학 공부를 마무리할 수 있는 고려대 로스쿨이 될 것입니다.”
대담 = 손희식 편집장
정리= 김병화 기자 kbh@hankyung.com

약력 : 1962년생. 1984년 고려대 법대 졸업. 고려대 대학원 법학 석사. 독일 예나대 법학 박사. 고려대 총무처장. 한국민사법학회 감사(현). 한국비교사법학회 부회장(현). 고려대 로스쿨 원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