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미족과 로엘족이 이끄는 신소비 트렌드
2015년 음식료 업종은 연초 대비 31.4%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코스피와 코스닥 대비 각각 25.4% 포인트, 3.5%포인트 올랐다. 음식료 업종이 시장 대비 고수익을 기록했던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업종 대비 이익 안정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특히 음식료 업종 안에서도 성장을 지속하는 기업들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기존 ‘경기 방어주’로서의 매력을 넘어 ‘성장주’로서의 매력이 재발견된 것도 큰 이유다. 특히 원재료인 주요 곡물 가격이 과거 3~4년간 하향 안정화 추세인 점 역시 음식료 업종 투자에 부담을 덜어줬다.

하지만 2016년 음식료 업종은 2015년보다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원·달러 환율의 상승 압력(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이 높은 상황이다. 또 엘니뇨와 라니냐 발생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요 곡물가가 상승할 수 있는 여지도 충분하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점은 이 같은 매크로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종목들도 있다는 것이다. 원재료 수입 비율이 낮거나 아예 곡물을 원재료로 쓰지 않는 기업들이 이에 속한다. 대표적인 게 식자재 유통산업이다. 결국 음식료 업종 투자는 개별 기업의 이슈·성장성·수익구조를 따로 파악해 세계경제의 영향을 덜 받으면서도 꾸준하게 성장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게 합리적이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도 유통 업종 전반을 크게 관통하는 트렌드는 있다. 첫째가 ‘포미(Forme)족’이다. 포미족은 가치 소비를 하는 사람들이다. 가치 소비는 본인의 만족도가 높은 소비재를 과감히 소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소비자는 상품의 수준을 결코 낮추지 않지만 가격과 만족도를 꼼꼼히 따져 소비하는 성향이 있다. 이런 소비는 ‘작은 사치’ 소비로 직결되며 외식·화장품·여행 등의 다양한 산업에서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점점 부각되는 ‘가치 소비’

‘루비족’과 ‘로엘족’도 새 소비 트렌드에 따라 생겨난 신조어다. 루비족(Refresh Uncommon Beautiful Young)은 평범하고 전통적인 아줌마를 거부하는 40~50대 여성을 가리킨다. 로엘족(Life of Open-mind, Entertainment and Luxury)은 스스로 꾸미기 좋아하고 자기 자신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는 30~50대의 남성들을 말한다.

포미족과 로엘족은 브랜드를 중시한다. 이들이 하는 브랜드 중심의 소비는 앞으로 소비자들의 소비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히 판매자가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브랜드 이미지가 아니라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브랜드 이미지는 소비자가 제품에 대해 더 큰 로열티를 가질 수 있게 한다.

가치 소비와 브랜드 중심 소비 트렌드는 제품의 프리미엄화와 다양화를 이끌어 낸다. 이는 음식료 업종 및 외식 업종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외식 업종에서 변화가 가장 도드라지게 나타나고 있는 부문은 고급 디저트 시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디저트 시장 규모는 2013년 3000억 원, 2014년 8000억 원, 2015년 1조5000억 원까지 급성장했다. 불황에 따른 가치 소비 트렌드에 따라 ‘작은 사치’의 소비 형태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음식료 업종의 가치 소비 트렌드로 국내 중소형 프랜차이즈 및 개인 카페가 늘어나고 있고 해외 중·고급 음식료 브랜드의 국내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소형 프랜차이즈 및 개인 카페가 늘어나면서 가장 수혜를 볼 업종은 식자재 유통 및 무역 업체라고 본다. 가치 사슬 내 수혜를 순서대로 따지면 ‘식자재 유통 및 무역 업체>원재료·부재료 생산 업체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프랜차이즈 업체와 개인 카페 운영자’순이다.

프랜차이즈 커피 업체나 개인 카페 점주들이 상대적으로 수혜를 보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는 이유는 ‘경쟁 심화’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지속적으로 중소형 카페 프랜차이즈가 론칭되고 있고 해외 유명 카페 브랜드들도 속속 진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식자재 유통 및 무역 업체는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 첫째, 카페의 원재료 유통은 유럽의 고급 카페 재료 공급자들이 주로 배타적(혹은 독점) 계약을 해 일반 식자재 유통보다 마진이 높다. 둘째, 전체 카페 시장 내에서 개인 카페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점도 식자재 유통 및 무역 업체에 좋은 상황이다. 이들은 대형 프랜차이즈 등에 비해 고마진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 그 결과 지속적인 수익성 개선이 전망된다.
포미족과 로엘족이 이끄는 신소비 트렌드
‘식자재 유통업’ 성장성 커

이에 따라 2016년 음식료 업종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기업은 식자재 유통 산업이라고 판단되며 CJ프레시웨이를 ‘톱픽스’로 선정한다. 식자재 유통산업에서 기업화의 비율은 10%에 불과한 상황이다. 하지만 안정적인 식품 유통 물가 유지, 식품 유통 안전 제고 등 요인에 따라 식자재 유통의 대기업화에 대한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결국 식자재 유통 역시 ‘규모의 경제’를 누가 먼저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산업의 ‘패권’이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CJ프레시웨이는 식자재 유통업에서 가장 빨리 ‘규모의 경제’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기업이다. 이에 따라 CJ프레시웨이의 목표 주가를 기존 9만 원에서 10만7000원으로 상향 조정한다.

CJ프레시웨이는 2016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해외 식자재 유통 사업에 진출하며 큰 폭의 외형 성장이 기대된다. CJ프레시웨이는 최근 중국의 유통 기업인 용휘마트와 두 개의 조인트벤처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중국 유통 기업들은 소싱 노하우와 유통 인프라 및 시스템 역량이 부족하다. 이에 비해 중국인들의 식품 유통 안전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있다. CJ프레시웨이는 식자재 유통에 대한 핵심 역량, 즉 글로벌 소싱 능력과 효율적 공급망 구축 및 높은 식품 안전 관리 역량을 가지고 있어 용휘마트와의 합작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2015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1000억 원과 38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3%, 39.6%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또 2016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5000억 원과 54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8%, 42.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리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