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출범한 비서실이 전신, 서울대 출신 포진
[대한민국 신인맥①] 삼성그룹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대부분 전자 소속
삼성그룹의 방향과 전략을 총괄 지휘하는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 2015년 12월 임원 인사에서 삼성을 움직이는 미래전략실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대부분의 기존 임원들을 재신임하면서도 임무를 마쳤다고 판단된 조직은 과감히 폐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실용주의적 면모가 여실히 반영된 인사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부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임명한 최지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그룹 전반의 조직 축소 원칙을 예외 없이 적용했다.

이 부회장은 최근 삼성물산 합병과 화학 계열사 매각 등으로 역할이 축소된 전략2팀을 폐지했다. 그동안 전자 계열을 담당하는 전략1팀과 비전자 계열을 담당하는 전략2팀으로 나눠 운영했지만 이번에 전략 1·2팀을 합쳐 ‘전략팀’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전략2팀장을 맡았던 부윤경 부사장은 삼성물산 상사부문 화학소재사업부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2팀의 일부 직원도 자신의 소속 회사로 돌아갔다. 예전 10명 안팎에 달했던 비서팀도 해체됐다. 이건희 회장의 의전을 담당했지만 지금은 업무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승구 비서팀장(상무)도 삼성전자 인사팀으로 옮겼다.

이번 인사에서도 미래전략실이 승진 필수 코스라는 점은 재확인됐다. 사장 승진자 6명 가운데 2명이 미래전략실 소속이었다. 정현호 인사지원팀장과 성열우 법무팀장이 사장으로 승진한 주인공이다.

최지성, 미전실 5년째 ‘진두지휘’

미래전략실은 이재용 부회장 모교인 서울대와 하버드대 대학원 출신이 전체 임원 8명 중 5명으로 절반이 넘는다. 특히 실장인 최지성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 시절인 2012년 취임해 5년째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최 실장은 이 부회장의 멘토로 실질적인 삼성의 2인자로 거론된다.

강원도 삼척 출신인 최 실장은 1951년 출생으로, 서울고를 거쳐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1977년 삼성물산에 입사했다. 2006년 삼성전자 보르도TV가 소니를 제치고 세계시장 판매 1위를 차지하게 만든 데 힘입어 2010년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됐다.

최 실장은 엔지니어가 아닌 영업파트 출신으로 삼성전자 대표이사에 오른 유일한 인물이다. 최 실장에 대한 이건희 회장의 신임은 그가 삼성의 ‘갤럭시’ 시리즈를 흥행시키면서부터 쌓여 왔다.

또 최 실장은 미래전략실을 지휘하며 2014년 말부터 삼성SDS와 에버랜드 상장을 추진, 경영권 승계 작업에도 관여하고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삼성이 계열사 매각을 비롯해 조직에 변화를 주고 있는 상황에서 그룹 업무를 조율하는 미래전략실의 큰 틀이 유지된 것도 이런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 내부에서도 “최 실장은 삼성 승계 구도가 완료될 때까지 미래전략실을 지킬 것”이란 분위기가 팽배하다.

최 실장에 이어 미래전략실 2인자인 장충기 차장은 신사업 발굴과 윤리 경영, 계열사 경영 진단 등 그룹 내 전반적인 경영 혁신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장 차장은 그룹 내 대표적인 기획·홍보통이다. 미래전략실 차장 직책도 2011년 장 차장이 부임하며 새로 생긴 것으로, 삼성이 그에게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

1954년생인 장 차장은 부산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무역학과를 나왔다. 이후 1978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1994년 회장 비서실 기획담당, 1999년 삼성기업 구조조정본부 기획팀 상무,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 등을 거쳤다. 2011년 이후 6년째 차장 업무를 수행 중이다.

정현호 인사지원팀장은 1960년생으로 덕수정보산업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MBA를 받았다. 정 팀장은 1983년 삼성전자 국제금융과로 입사해 삼성전자 국제회계 그룹장과 무선사업부 지원팀장, 디지털이미징 사업부장을 역임했다.

2011년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으로 자리를 옮겨 3년여간 근무하다 2014년 인사지원팀장을 맡았다. 특히 정 사장은 금융통으로 알려졌지만 인사 업무에서도 능력을 나타내며 이번 사장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정 사장은 이 부회장의 대표적 지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 부회장의 하버드대 박사과정 시절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하버드대와 같은 미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매사추세츠공과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과 함께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열우 법무팀장은 1959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수출입은행을 거쳐 세화회계법인·영화회계법인에서 공인회계사로 근무했다. 이후 사법연수원 18기로 법조계에 첫발을 디뎠다. 대구·인천·서울지방법원판사 등을 거쳐 대법원 재판연구관 부장판사로 근무했다. 성 팀장은 2005년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실 전무로 영입된 뒤 2014년 법무팀장 부사장에 이어 2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한편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은 회장 직속기구다. 1959년 고 이병철 회장의 지시로 삼성물산 비서실로 출발했고 지금은 100명 수준까지 축소됐다. 이 가운데 임원이 절반가량으로 대부분이 삼성전자 소속이다.

김태헌 기자 kth@hankyung.com


[기사 인덱스]

- [대한민국 신인맥①] '삼성의 파워시프트'
- 이재용의 경영 스타일은 '뿌리까지 실용'
- 이재용이 만난 인물 4대 키워드 ‘IT·자동차·중국·바이오’
- 신사업 책임진 젊은 수장들…삼성의 미래 사업 이끈다
- 삼성그룹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대부분 전자 소속
- 삼성 사장단 51인은…'이공계 출신 47%'
- '관리의 삼성' 시절…사장보다 센 관리본부장
- '제일모직' 재무라인 전성기…구조본 거쳐 CEO로
- '순혈주의 벗은 삼성'…해외 영입파 급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