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산 동반 상승 '잔치' 끝나, '지키는 투자' 필요한 때

금리 인상의 마무리 단계에서
주가는 변동성이 확대되며 고점과 저점을 순차적으로 낮춰 간다.
정책 기대에 따른 반등은 비중 축소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주식시장이 일제히 약세장에 진입했다. 주요 증시들은 기술적으로 200일과 120주 이동평균선을 모두 크게 하향 이탈했다. 일본과 중국만 아직 120주선의 지지 여부를 시험받는 중이다. 펀더멘털 측면에서도 수년간 글로벌 경제를 이끌어 오던 G2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중국 경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과다 부채에 따른 소비 위축과 통화가치 절상에 따른 수출 부진이라는 이중고가 드러나며 위안화 약세와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화두로 떠올랐다. 7년 만에 제로 금리를 탈피한 미국 경제의 성장 속도는 점점 더 완만해지고 있다. 경기 정점인 올해까지 성장률은 높여 가겠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은 이미 정점 이후를 반영해 나가기 시작했다.

글로벌 증시 ‘약세장’ 진입

2012년 이후 주식·채권·부동산 등 글로벌 자산 가격은 대부분이 상승했다.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에 대응해 중앙은행들의 양적 완화 등 정책 공조가 본격화된 영향이다. 이렇다 할 조정도 없었기 때문에 원자재를 과도하게 담지 않았다면 어떠한 자산 배분 전략을 펼쳤더라도 꽤 높은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창출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반면 자산 가격의 무차별한 상승은 전 세계적으로 극심한 양극화와 정치 불안을 낳기도 했다.

작년 여름 이후부터 그 반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국 경제는 실업률이 완전고용 수준 아래까지 하락하며 더 이상 끌어올릴 수 있는 체력이 얼마 남지 않았다. 더 깊은 마이너스의 영역으로 금리를 내리겠다던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중앙은행(BOJ)의 추가 양적 완화도 점차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 정책 기대가 위험 자산의 하단을 방어하겠지만 그 효과와 강도, 지속 기간 역시 시간이 갈수록 약해지는 중이다.

미국 경제는 올해가 정점이며 Fed의 기준 금리 인상은 상반기 중 0.75%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시각을 유지한다. 금리 인상의 마무리 단계에서 주가는 변동성이 확대되며 고점과 저점을 순차적으로 낮춰 간다. 정책 기대에 따른 반등은 비중 축소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장기금리는 하락하고 장·단기 금리 차이는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므로 선진 통화 대비 원화는 약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달러당 1250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제부터 어떤 자산을 투자했을 때 더 벌 수 있을 것인지의 관점보다 어떤 자산으로 마이너스를 내지 않고 지켜낼 수 있을 것인지의 싸움으로 접근해야 한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고 이자는 매우 낮지만 방어적인 측면에서 선진국의 장기국채는 두려워하지 말고 매수해야 한다. 하이일드 등 저신용 등급 크레디트 채권과 신흥 시장 투자는 여전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

보수적 관점이라고 해서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주식 비중을 제로로 가져갈 수는 없다. 주식 비중을 줄여 나가되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상대적인 매력을 지닌 지역과 섹터를 선택하는 전략도 여전히 필요하다.

선진 주식에서는 경제와 기업 실적 등 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미국이 가장 나을 것으로 판단된다. 기존의 달러 표시 채권 포트폴리오는 달러보다 강할 엔과 유로 표시 장기국채와 투자 등급 채권 등으로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이라는 글로벌 최대 이벤트는 마무리됐지만 새해를 맞이한 국내외 금융시장의 환경은 여전히 불안정해 보인다.

첫째, 저유가 장기화로 노출되고 있는 마찰음을 주목해야 한다. 국제 유가 하락은 물가를 안정시키고 소비를 끌어올리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하지만 저유가가 장기화되면서 오히려 그에 따른 위험 요인들이 부각되고 있다. 원자재 시장의 전반적인 위축은 관련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나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까지 하락하면서 중동 산유국의 재정과 경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미국의 경기 회복에 일조해 왔던 셰일 산업도 저유가로 업황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 원유 생산국 간에 전개되고 있는 치킨게임의 양상은 에너지와 관련된 지역 및 산업의 신용 위험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

물론 향후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늦춰지면서 달러 강세 압력도 함께 누그러질 수 있다는 점은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시장의 바닥 찾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의 수요 견인력이 여전히 취약하고 과잉생산에 대한 부담이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 저유가 환경의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판단이다.

저금리·저유가가 완충 역할

둘째, 중국의 제조업 부진과 구조조정 압력도 생각해야 한다. 연초부터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준 변수는 중국이다. 중국의 제조업 경기가 여전히 부진한 가운데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약세를 빠르게 이어 가면서 증시도 폭락세를 연출했다.

물론 시장 참여자들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한 측면도 있고 향후 정부 개입과 부양 정책이 강화될 것이라는 점에서 중국을 위험하게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최근 중국 금융시장 불확실성의 밑바탕에는 제조업 경기의 위축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변동성 위험에 주기적으로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중국 제조업의 과잉투자와 민간 부문의 지나친 부채에 따른 후유증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주기적인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 경제의 구조조정 압력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셋째, 선진국 통화정책 차별화와 통화 절하 경쟁을 눈여겨봐야 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개시로 글로벌 통화 완화 정책의 동조화는 일단 끝났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의 취약성에 따라 여전히 주요국 통화정책은 올해도 여전히 중요한 변수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주요 선진국의 통화정책은 미국과 다소 거리를 두고 있어 전면적인 글로벌 통화 긴축으로 전개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자국의 경기 여건 등을 감안한다면 미국의 금리 인상은 오는 상반기에 0.75% 정도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저금리는 앞서 언급한 저유가와 중국의 구조조정 압력 등 위험 요인에 대한 완충 역할을 일정 부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충분히 조율되지 않아 글로벌 통화정책 차별화가 자칫 환율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위험 요인이다.

신동준 하나금융투자 자산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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