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미 '환율 보고서' 주목…미 경제 위축 등 원화 강세 요인 산적

"하반기 환율 하락" 4월에 변곡점 온다
올 들어 원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지난 1월 12일에는 원·달러 환율이 1210원을 넘어섰다. 2010년 7월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조금 더 멀리 내다보면 원화 가치는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양한 국내외 경제 변수가 원화 환율에 영향을 준다. 2009년 이후 통계로 벡터 자기 상관 모형(VAR)을 구성하고 분산분해해 보면 미 달러지수, 위안·달러 환율, 한미 금리 차이, 엔·달러 환율, 경상수지 순서로 원화 환율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요인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앞으로 원·달러 환율의 방향을 전망해 볼 수 있다.

‘경착륙 위기’ 중국, 미국 국채 매각 가능성
먼저 미 달러 가치다. 원화 환율이 달러 기준으로 표시되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2011년 8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미 달러 가치가 주요국 통화에 비해 36% 상승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올해 미 중앙은행(Fed)이 몇 차례 연방기금 금리를 올리고 이에 따라 달러 가치가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 경제 상황을 보면 달러 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미국 경제가 제조업 중심으로 위축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제조업의 체감 경기를 나타내는 공급자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가 지난해 11월부터 기준선인 50 이하로 하락해 침체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2015년 11월 산업 생산도 전년 동월 대비 1.2% 감소했는데, 2009년 12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아직까지 서비스업 경기는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지만 연초 주가 급락은 미국 경제성장이 소비 중심으로 둔화될 것을 암시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미국 경제에 침체 조짐이 나타나고 다시 양적 완화 등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올 수 있다. 이러면 달러 강세는 지속될 수 없다. 2011년 8월 이후 지속돼 온 달러 강세 추세가 꺾이는 시점이 상반기에 나올 전망이다.

둘째, 중국 위안화 환율이다. 2009년부터 최근 통계를 대상으로 분석해 보면 원·달러 환율과 위안·달러 환율 사이에는 상관계수가 0.68로 상당히 높다. 한국의 대중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2000년 중국이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1%였지만 지난해에는 26%까지 올라갔다. 같은 기간 한국 수출 중 미국 비율이 22%에서 13%로 떨어진 것과 대조적이다.

그런데 지난해 8월 이후 위안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원화 가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는 이유는 두 가지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선진국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환율 전쟁’에 중국도 가담하고 있다. 2008년 미국에서 금융 위기가 시작되자 미 정책 당국은 돈을 풀어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고 수출 증가를 도모했다.

이에 따라 미 달러 가치가 떨어지고 일본 엔 가치가 크게 상승했다. 2007년 한때 123엔이었던 엔·달러 환율이 2011년에는 77엔까지 떨어졌다. 엔 가치 상승은 일본의 디플레이션 압력을 더욱 심화시켰다. 이후 엔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했는데, 2015년 한때 엔·달러 환율이 125엔에 이를 정도였다.

미국과 일본 중앙은행에 이어 지난해 3월부터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 완화를 단행하고 있다. 2017년 6월까지 매월 600억 유로에 해당하는 돈을 찍어내겠다는 것이다.

중국 인민은행도 지난해 8월 위안화를 평가절하했다. 선진국의 환율 전쟁을 지켜볼 수만 없다는 것을 내비친 것이다. 중국 경제 내부적으로도 디플레이션 압력이 심화되고 있다. 2014년 중국의 기업 부채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157%까지 올라갔다. 국내외 수요는 늘려 놓은 공급에 턱없이 모자란다.

그래서 중국의 기업 이익이 줄고 기업이 부실해지고 있다. 기업 부실은 결국 은행 부실로 이어지고 이 부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중국 경제는 구조조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 시기에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조금 더 멀리 보면 구조조정 후 중국 경제는 소비 중심으로 안정 성장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또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할 텐데, 그 일부를 미국 국채 매각으로 조달할 수 있다. 중국은 대미 수출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미국 국채를 매수했는데,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중국이 가지고 있는 미국 국채는 1조2548억 달러다.

중국은 과거에 제조 및 무역 강국을 추구했지만 이제는 그 목표를 위안화 국제화를 포함한 금융 강국으로 바꿨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매각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오히려 중국 위안화의 가치가 오를 수 있는 것이다.

하반기 한미 금리 차이 좁혀질 것

셋째, 한미 금리 차이 역전이다. 지난해 11월 이후 한국 국채(10년) 수익률이 미국보다 낮아지고 있다. 돈은 기대 수익률이 높은 쪽으로 이동한다.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으면 자금이 한국에서 미국으로 갈 것이다. 이 또한 원화 가치 하락 요인이다. 장기적으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미국보다 낮아질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년 후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1.8% 정도로 추정하는데, 미국은 2% 안팎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국채 수익률이 미국보다 낮아진 것은 바로 이를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올 하반기에는 한미 간 금리 차이가 줄어들 전망이다. 하반기에는 미국 경제에 침체 조짐이 나타나면서 미국의 국채 수익률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다. 지난해 11월까지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980억 달러, 연간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정도라면 원화 가치는 상당 폭 올랐어야 했다.

하지만 갈수록 경상수지 흑자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고 있다. 해외 직접 투자와 증권 투자를 통해 더 많은 달러가 해외로 나가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까지 금융계정 적자는 1019억 달러로 경상수지 흑자보다 더 컸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중국의 구조조정에 따른 경제와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중국 위안화와 함께 한국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하반기로 갈수록 미국 경제의 침체 조짐이 나타나고 달러 가치가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원화 가치는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인다.

이르면 미 재무부의 환율 보고서가 나오는 4월이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환율 보고서가 나오기 전후 원·달러 환율이 한때 1068원까지 떨어졌던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김영익 기자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시간 내서 보는 주간지 ‘한경비즈니스’ 구독신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