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국가 간 소비자 만족도의 차이 : 신흥국 및 선진국의 모바일 서비스 시장’

Based on Cross-National Differences in Consumer Satisfaction : Mobile Services in Emerging and Developed Markets(2015, Journal of International Marketing, 23(2), pp. 1~24)
‘고객 만족’ 신흥국보다 선진국서 더 중요
연구 목적
기업들이 해외시장으로 확장할 때 매출을 늘리기 위한 기본 과제는 바로 해당 국가의 소비자를 이해하는 것이다. 소비자가 무엇을 기대하는지, 어떤 기준으로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과 가치를 인식하는지, 만족하는 요인과 불만 요인이 무엇이고 충성도를 가지고 있는지 등의 이슈는 국가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기업이 마케팅 활동을 펼칠 때 소비자 행동에 대한 이해를 근간으로 삼기 때문에 국가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소비자 행동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 소비자만족지수(ACSI)를 연구하는 미시간대의 포레스트 모르게손 3세와 프라추시 사르마 델라웨어대 교수, 토마스 헐트 미시간주립대 교수는 국제마케팅저널 최근호에 ‘국가 간 소비자 만족도의 차이 : 신흥국 및 선진국의 모바일 서비스 시장’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연구는 미국·영국·터키·싱가포르·중미 지역의 바베이도스 등 다섯 국가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통해 점차 범용화돼 가는 무선통신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비교, 분석했다.

연구 주제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이 소비자 경험을 측정하는 체계화된 프로그램을 국가별로 일관성 있게 구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정형화된 설문 조사 방법을 여러 국가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동시에 여러 언어로 번역한 후 일괄적으로 정보를 취합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소비자 행동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도 기업에는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이 연구는 이 점에 주목해 기업이 각기 다른 시장별로 차별화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국가의 국토 면적, 경제 개발 정도, 문화적 차이를 기반으로 이질적인 다섯 국가를 연구 대상으로 선정해 소비자 조사를 수행했다.

이와 함께 무선통신 산업이라는 특정 산업을 연구 대상으로 선택한 이유는 여러 국가에서 폭넓게 사용되는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진은 무선통신 산업이 국가별 소비자의 특징을 비교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연구진은 고객이 인지하는 무선통신의 품질이 고객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고객이 인지한 가치가 고객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고객 만족도가 고객 충성도에 미치는 영향에 주안점을 두고 연구했다.

연구 방법
이 연구는 미국에서 생산 및 소비되는 제품·서비스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를 기반으로 한 미국 ACSI를 기본 연구 모델로 설정했다. 1994년 미국에서 ACSI가 선보인 이후 많은 국가들이 소비자 만족도 연구에 이 모델을 적용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ACSI의 파트너 기관들과 현지 시장조사 업체의 협력으로 미국(1008명)·영국(1940명)·터키(1430명)·싱가포르(777명)·바베이도스(270명) 소비자의 무선통신 서비스에 대한 설문 결과를 확보했다. 설문 조사 항목은 고객 기대, 고객 인지 품질, 고객 인지 가치, 고객 불평, 고객 충성도를 포함한 고객 만족의 동인과 결과에 관한 질문으로 구성됐다.

5개국 소비자를 비교, 연구하기 위해 저자들은 설문 기법을 일관성 있게 적용하도록 노력했다.

연구 결과
설문 내용을 바탕으로 가설들을 검증한 결과 선진국과 신흥국 소비자 간 고객 만족에 대한 명확한 차이가 도출됐다. 고객 인지 품질이 고객 만족에 미치는 효과는 신흥국 대비 선진국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반면 고객 인지 가치가 고객 만족에 주는 영향은 선진국 대비 신흥국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또한 고객 만족이 고객 충성도로 이어지는 경향은 신흥국보다 선진국에서 강하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이런 결과는 마케팅 연구자와 경영자에게 의미 있게 활용될 수 있다. 신흥국 등 일부 시장에서 제품 및 서비스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만족에 미치는 정도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요인일 수 있다. 신흥국에서는 ‘가격’ 중심의 마케팅 활동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연구 결과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고객 만족도 역시 신흥국보다 선진국에 있는 소비자의 향후 행동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친다. 이와 같이 기업은 선진국 시장에서는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펼쳐야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상품 가격에 민감하고 월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소비자가 많은 신흥국에서는, 소비자가 특정 시점에 높은 만족도를 보인다고 해서 향후에도 해당 상품을 구매하는 행동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신흥국 소비자는 특정 상품에 만족해도 상품의 가격이 본인이 구매할 수 없는 높은 가격이면 상품을 재구매하기 어렵다. 또한 월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신흥국 소비자는 특정 상품에 만족해도 소득이 줄어들면 해당 상품을 재구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사점
이 연구에는 한계점이 있다. 근본적인 한계점은 조사가 다섯 국가에서만 이뤄졌다는 것이다. 5개국에서의 ACSI 모델을 기반으로 수행된 설문 조사가 전 세계 소비자의 특성을 대변하지는 못한다. 또한 이 연구는 고객 만족도가 고객 충성도에 영향을 끼치는 부분에 대해 연구했지만 이런 결과가 기업의 실질적 재무 성과에 미치는 관계까지를 규명하지는 못했다.

따라서 향후 연구는 크게 두 방향성으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첫째, 다른 산업군의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경험을 심도 있게 연구하거나 국가의 수를 늘려 조사하는 접근 방법이 있다. 통상적으로 소비자 연구 결과는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의 특징에 좌우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보다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대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

둘째, 다수의 국가에서 사업을 수행하는 글로벌 기업이 판매하는 상품에 대한 고객 만족도가 이들 글로벌 기업의 재무적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것이다.

최근 국내 기업 중 해외 비즈니스의 비중이 커지는 곳이 적지 않다. 특히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에서 비즈니스를 확장해 가는 기업은 이 논문의 결과를 감안해 선진국·신흥국별로 각기 다른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김주형 삼정KPMG 경제연구원 연구원 jkim81@kr.kpm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