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전문가' 임지훈 대표 합류 후 첫 작품
'모바일 생태계 위협' 우려 목소리도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모바일 메신저 기업 카카오가 최근 음원 서비스 ‘멜론’을 운영 중인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다. 인수액만 1조8700억원에 달하는 ‘빅딜’이다. 카카오의 연간 매출액은 1조원이 채 되지 않는다. 과감한, 어쩌면 무리한 결정을 한 카카오 김범수 의장의 구상과 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 임지훈·남궁훈 대표를 기용한 그의 속내는 무엇일까.

카카오는 국민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지금까지도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모든 사업이 진행된다. 수익 역시 카카오톡 플랫폼에서 일어난다.

카카오를 설립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사업 초기 무료 메신저 서비스를 통해 가입자부터 확보하는 전략을 폈다. 가입자가 모이면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 많다는 생각에서다.

이 때문에 카카오톡은 서비스 초기 매년 수십억원의 적자를 감내하면서도 사용자 편의를 위해 광고 등 수익 사업을 벌이지 않았다. 그 결과 전 국민이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로 성장했다. 하지만 지금의 카카오가 있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김 의장은 카카오톡 플랫폼에 대한 확신 하나로 큰 적자를 자비로 감당하며 버텼다. 이는 승부사적 기질을 가진 김 의장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네이버에 몸담았던 김 의장의 인적 네트워크도 카카오톡을 지탱한 또 다른 힘이 됐다. 2011년 김 의장의 카카오톡에 대한 믿음과 투자 의지를 확인한 넥슨 김정주 회장,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 등 14명도 카카오에 53억원을 투자하며 힘을 보탰다.

앞서 카카오톡이 출시된 2010년, 국내외에는 이미 유사한 모바일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이 여럿 출시돼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이 섣부른 광고 정책과 유료화로 사용자 모으기에 실패했다.

카카오를 따라 무료 정책을 펴던 서비스들은 수억원대의 서버 비용 등을 감당하지 못해 쓰러져 나갔다.

무료 정책 밀어붙인 김범수의 ‘뚝심’

카카오 역시 무료 서비스를 이어 가기는 쉽지 않았다. 사용자가 늘수록 카카오톡은 적자를 내는 서비스의 대명사였다.

사용자가 모이고 데이터 트래픽이 발생할수록 카카오의 서버 부담은 커졌고 비용은 늘어났다. 서버에 대한 투자를 조금만 늦추면 어김없이 통신 장애가 발생했다.

당장 수익이 생기지 않아 벤처 투자사에서 투자를 받기도 여의치 않았다. 하지만 김 의장은 카카오톡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공격적 정책으로 음성 통화 서비스까지 내놓았다.

결국 지금의 카카오는 김 의장의 결단력과 뚝심이 있었기에 존재할 수 있었다. 김 의장은 네이버 지분을 처분해 얻은 자산으로 적자인 카카오를 지탱했고 결국 카카오는 김 의장의 생각대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모바일 메신저 1위 자리에 올랐다.

이후 카카오의 성장 가능성이 보이자 네이버와 다음이 ‘라인’과 ‘마이피플’을 출시했지만 이미 1000만 이상의 국내 사용자를 모은 카카오의 벽을 넘을 수 없었다. 라인은 해외로, 마이피플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어렵사리 차지한 정상이었지만 여러 문제가 속출했다. 카카오톡이 적자를 보면서도 서비스를 지속하자 ‘카카오톡이 유료화된다’는 추측성 루머가 돌았다. 카카오톡으로 사용자가 몰리며 문자 메시지와 음성 통신 수입이 감소한 이동통신사들 역시 “카카오가 트래픽을 유발한다”며 사용료 지불을 요구했다.

당장 큰 수익이 나지 않던 카카오에는 사업을 중단하라는 요구와도 같았다. 이때도 김 의장은 “카카오톡 유료화는 없다”며 의혹을 불식시켰고 이통사와 협의를 통해 트래픽 관련 문제도 말끔히 해소했다.

차츰 서비스가 안정을 찾아가는 카카오톡과 달리 경쟁 기업들은 문을 닫기 시작했다. 김 의장의 전략대로 카카오가 시장 독점적 지배자가 된 것이다. 카카오는 이때부터 게임 플랫폼과 이모티콘 판매를 시작하며 수익 창출에 나섰다.

카카오의 영업적자는 2009년 17억원, 2010년 40억원, 2011년 152억원 등 3년간 모두 200억원대의 손실을 기록했다. 카카오톡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서버 비용 등 부담이 늘어난 때문이다.

하지만 2012년 말 카카오톡 국내 이용자가 2000만 명을 넘어서며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카카오는 그해 첫 흑자를 기록했다. 매출액 461억8147만원, 영업이익 69억7926만원이었다. 2015년 1조원대의 매출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적은 금액이었지만 카카오가 적자 기업에서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카카오를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서게 한 ‘효자’ 서비스는 카카오 게임이었다. 카카오 게임에 입점한 업체의 아이템 판매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었다. 지금까지 국내에 없던 ‘소셜 게임’ 방식에 카카오톡 이용자들은 열광했다.

모바일 게임은 카카오에 입점해야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공식까지 만들어졌다. 한때 구글과 애플 앱스토어 1위부터 10위가 모두 카카오 게임으로 채워졌을 만큼 카카오는 게임 업계에서 큰 영향력을 가졌다.

이후 성장세를 이어 가던 카카오는 2014년 포털 사이트 다음과의 합병을 통해 우회 상장을 택했다. 다음과의 합병으로 카카오는 ‘다음카카오’로 사명을 변경하고 모바일에 머무르던 사업 영역을 PC에 더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갔다.

상장 후 다음카카오의 당시 기업 가치는 10조원대로 코스닥 1위 업체가 됐다. 직원도 3200여 명(다음 2600명, 카카오 600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게임 산업 전체가 침체기에 빠지며 카카오의 수익률도 하락하기 시작했다. 카카오 게임이 카카오의 대표적 매출 창구였지만 게임 업체들이 높은 수수료를 이유로 이탈했고 소비자들도 카카오 게임에 대해 피로도를 호소하며 발길을 돌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5 대한민국 게임 백서’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는 2013년 카카오 게임 등에 힘입어 2조3227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이는 2012년보다 190% 늘어난 기록적 수치다. 하지만 2014년부터 게임 산업 성장이 주춤하며 2조9136억원(전년 대비 25.2% 증가)을 기록했다. 이후 추정치 역시 2015년 3조5916억원(23.3%), 2016년 3조9708억원(10.6%), 2017년 4조4028억원(10.8%) 등으로 예상되고 있다.

모바일 게임 산업의 전반적 매출 하락세를 카카오도 피하지는 못했다. 여러 이유로 2015년 3분기 카카오 게임 매출은 514억원으로 직전 분기 540억원보다 26억원(5%) 감소했고 전년 같은 기간보다 160억원(24%) 떨어졌다.

여기에 온라인과 모바일 광고 매출까지 직전 분기보다 78억원(5%) 줄어들면서 성장 동력이 멈췄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김 의장도 카카오에 게임 외의 또 다른 성장 발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
임지훈 카카오 대표
‘시총 8조’ 기업 이끄는 30대 CEO

카카오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카카오 게임의 수익이 하락하자 김 의장은 M&A로 신사업 동력 만들기에 나섰다. 김 의장은 더 이상 자사 서비스만으로는 성장 한계에 다다랐다는 판단에 따라 M&A 전문가 케이큐브벤처스 임지훈 대표를 카카오 대표로 기용했다. 당시 임 대표의 나이는 불과 35세였다.

임 대표가 선임되자 정보기술(IT) 업계는 모두 놀랐다. 카카오가 젊은 트렌드를 읽고 선도하는 기업이긴 하지만 1980년생 임 대표가 시가총액 8조원대의 기업을 무난히 이끌 수 있겠느냐는 우려 때문이었다.

임 대표는 카이스트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글로벌 컨설팅 전문 기업 액센츄어 IT 애널리스트(2003년), NHN기획실 전략매니저(2005년),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2006년), 소프트뱅크벤처스 수석심사역(2007년), 케이큐브벤처스 대표이사(2012년)를 거쳤고 2015년 9월 카카오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부터 임 대표는 IT 기업에 대한 투자 감각을 쌓았다.

김 의장과의 인연도 임 대표가 소프트뱅크벤처스 근무 시절 시작됐다. 당시 카카오는 적자 기업으로 벤처투자사도 눈길을 주지 않던 기업이었지만 이때 먼저 김 의장을 찾은 이가 바로 임 대표였다. 임 대표는 카카오톡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투자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물론 김 의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투자가 성사되지 않았지만 김 의장은 이때 임 대표를 눈여겨봤다. 또 임 대표는 2010년 모바일 게임 ‘애니팡’을 발굴해 30억원의 투자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임 대표가 카카오의 새 수장이 되자 카카오가 공격적인 M&A를 통해 기업 인수와 투자를 늘려 나갈 것이란 전망이 속속 나왔다.

임 대표가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를 맡은 3년 동안 케이큐브 1호 펀드(115억)와 카카오 청년창업펀드(300억)를 조성해 50여 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한 경력 때문이었다.

업계의 시각은 맞아떨어졌다. 임 대표는 올해 초 멜론 운영사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지분 76.4%(1932만2346주)를 1조8740억원에 인수했다.

앞서 카카오가 인수한 록앤롤 인수 금액(626억원)보다 약 30배 큰 규모였다. 김 의장의 최종 결정이 있었겠지만 이번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임 대표의 작품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임 대표 선임 직전부터 김 의장도 M&A에 적극 나섰다. 2014년 12월 어린이집 스마트 알림장을 서비스 중이던 ‘키즈노트’를 66억7000만원에 인수했다.

2015년 1월에는 지하철 노선도를 제공하는 ‘지하철 내비게이션’, 3월에는 김 의장과 임 대표가 함께 설립한 기업 투자 전문 회사 케이큐브벤처스를 55억6000만원에 인수했다. 이어 5월에는 내비게이션 ‘김기사’를 서비스하는 록앤롤 지분 100%를 사들였다.

김 의장은 여기에 멈추지 않고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까지 손을 뻗쳤다. 2015년 5월에는 미국 기업 패스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패스(Path)’와 ‘패스 톡(Path Talk)’의 자산을 인수했다.

패스는 인도네시아 3대 인기 SNS 중 하나로 1000만 명이 넘는 월평균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김 의장은 또 모바일 콘텐츠 제공 서비스인 ‘카카오페이지’를 카카오와 공동 운영하던 ‘포도트리’까지 흡수하며 카카오 신성장 동력 찾기에 집중했다.
1조8700억 ‘멜론’ 삼킨 카카오, M&A 끝은 어디?
자회사들도 공격적 M&A 포문

김 의장이 2015년 1월 설립한 투자 전문 회사 케이벤처그룹도 투자와 M&A에 적극 나섰다.

같은 해 3월 모바일 광고 플랫폼 운영사 ‘티엔케이팩토리’, 5월에는 디지털 기기 전문 중고 거래 기업 ‘셀잇’, 6월에는 디자인 전문 기업 ‘탱그램디자인연구소’, 7월에는 인터넷 시장조사 기업 ‘밸류포션’, 8월 모바일 게임 퍼블리싱 업체 ‘엔진’과 자동차 수리앱 ‘카닥’을 인수했다.

또 임 대표가 이끌던 투자 전문 회사인 케이큐브벤처스의 투자도 활발해졌다. 2015년 투자한 기업은 모바일 게임 개발사 ‘슈프림게임즈’, 교육 시스템 업체 ‘비트루브’, 옴니 채널 개인화 플랫폼 업체 ‘데이블’, 문학 콘텐츠 서비스 기업 ‘모네상스’, 미드코어 모바일 RPG 개발사 ‘파라노이드 조이’, O2O 홈 케어 서비스 업체 ‘브랫빌리지’ 등 공개된 6곳을 포함해 총 16곳이다. 투자 규모도 공개된 것만 34억원이 넘는다.

특히 카카오는 ‘증권플러스’를 운영하는 ‘두나무’에 2015년 9월 30억원을 투자하며 눈길을 끌었다. 증권플러스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성장한 주식 투자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최근 100만 다운로드와 월 거래액 1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최근에는 ‘두나무 투자일임’을 새롭게 설립해 자산 관리 서비스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또 최근 카카오는 게임인재단 이사장과 게임 업체 ‘엔진’을 맡고 있던 남궁훈 대표도 영입했다. 남 대표는 NHN 한국게임총괄(2006년), NHN USA 대표이사(2007년), CJ인터넷 대표이사(2009년), CJ E&M 등기이사(2010년),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 대표(2012년)를 지냈다.
남궁훈 카카오 게임 총괄 부사장 겸 엔진 대표
남궁훈 카카오 게임 총괄 부사장 겸 엔진 대표
끝없는 M&A ‘약일까 독일까?’

남 대표 역시 게임 업체 엔진을 M&A로 성장시킨 인물이다. 그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엔진이 현재는 인력 350명, 현금 보유액 430억원의 기업으로 급성장했다”며 “추가 M&A를 공격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카카오가 게임 관련 기업을 인수할 것이란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엔진은 2015년 8월 카카오의 케이벤처그룹이 250억원을 들여 지분 65.8%를 인수해 카카오 계열로 편입됐다. 엔진은 같은 시기에 모바일 게임 개발사 ‘아이나게임즈’, ‘지니랩스’, ‘마그넷’ 등을 인수했다. 또 최근에는 ‘불혹소프트’, ‘네오바자르’를 사들였다.

이 같은 카카오의 공격적 M&A 전선을 업계에서는 동전의 양면으로 표현한다. 일각에서는 “사업 초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을 카카오가 인수해 인큐베이팅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또 다른 쪽은 “카카오가 가능성 있는 기업들을 블랙홀처럼 흡수해 모바일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며 비판적 시각으로 접근한다.

카카오 역시 네이버가 부동산 서비스 등으로 골목 상권 침해 비판을 받았던 것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카카오가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대리운전사 앱인 ‘카카오 드라이버’에 맞서 대리운전 업체 등이 카카오 판교 사옥 앞에서 반대 집회를 열기도 했다. 또 카카오의 고급 택시 ‘카카오 택시 블랙’의 운전자들이 저임금을 이유로 사업장을 이탈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카카오는 분명 모바일 생태계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의 우려처럼 4000만 명이 넘는 모바일 가입자를 가진 카카오의 계속되는 사업 확장과 중소 개발사 흡수가 모바일 시장에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더 지켜볼 일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당장의 수익보다 카카오와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으로 M&A가 진행되고 있다”며 “카카오는 물론 인수 대상 기업 역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올해 초 멜론 운영사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지분 76.4%(1932만2346주)를 1조8740억원에 인수했다.

앞서 카카오가 인수한 록앤롤 인수 금액(626억원)보다 약 30배 큰 규모다.

김태헌 기자 k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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