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청천2구역 유치 경쟁 치열, 현대건설·대림산업 ‘2파전’ 유력
[뉴스테이가 간다④]재개발 연계 ‘첫 실험’…건설사들 군침
[한경비즈니스=김병화 기자]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연계 정비사업 1호 사업장인 ‘청천2구역’이 후끈 달아올랐다. 국내 굴지의 건설사들이 재개발 사업 시공권을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지나치게 과열된 분위기로 시공자 선정 총회는 한차례 무산되기도 했지만 뉴스테이 연계 정비사업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인천광역시 부평구 청천동 36의 3 일대 청천2구역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일반 분양 물량의 상당수가 미분양될 우려가 제기되며 2010년 6월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은 이후 사실상 사업이 중단된 상태였다.

분위기는 정부가 청천2구역을 뉴스테이 연계 정비사업 1호 시범지구로 선정하면서 180도 달라졌다.

뉴스테이 연계 정비사업은 조합이 일반 분양 물량을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임대 사업자(임대 리츠)에게 매각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장기 정체된 정비사업 재개를 촉진하기 위해 용적률을 높여 사업성을 제고하며 국토교통부는 주택기금 출자 등을 통해 임대 리츠 설립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특히 일반 분양분을 통매각하면서 미분양 위험이 사라지게 된 것이 건설사들의 참여를 이끌었다.

청천2구역은 전체 공급 물량 5190가구 중 조합원에게 분양되는 1430가구(예정)와 재개발 공공 임대 260가구를 제외한 일반 분양분 3500가구를 리츠가 매입해 주변 시세보다 8~12% 저렴한 가격에 8년 이상 장기 임대할 계획이다.

‘이사비’·‘발코니 확장’ 맞대결

청천2구역을 지난 2월 16일 찾았다. 조합 사무실은 조합원 분양 신청을 받느라 분주했다. 사무실 내 마련된 8개 창구는 상담자로 꽉 차 있었고 대기하고 있는 조합원들도 많았다.

구역 내 공인중개사사무실에도 조합원으로 북적였다. 조합원들의 관심은 시공자 선정 총회로 쏠리고 있었다. 한 조합원은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역시 시공사 선정”이라며 “이번엔 제발 잘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천2구역 시공사 선정은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의 진검 승부로 압축된 가운데 지난 1월 17일 총회가 개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대림산업이 입찰 마감 후 일부 조건을 변경한 것에 대해 공정성 위반이라고 지적하며 조합을 상대로 소송(총회 개최 금지 가처분)을 제기,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무산됐다.

입찰 마감 후 공개된 양사의 사업 조건을 살펴보면, 이사비용 부분에서는 대림산업이 1000만원 무상 지급, 현대건설이 300만원을 지원하겠다며 차이를 보였다. 또한 발코니 확장 조건에서는 현대건설이 5190가구 전체 발코니 확장을 내세운 반면 대림산업은 조합원 물량 1493가구에 대해서만 발코니 확장을 제안했다.

대림산업의 ‘1000만원 무상 지급’과 현대건설의 ‘전체 가구 발코니 확장’은 자연스레 수주전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현대건설은 이사비 1000만원 무상 지급이 부실 시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조합원 설득에 나섰고 대림산업은 아예 조건을 변경했다. ‘청천2구역 일반 분양분을 포함한 전체 가구의 발코니를 확장해 주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입찰 조건 변경안을 조합에 제출하고 조합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현대건설은 법적 대응에 나섰다. 대림산업은 입찰 참여 당시 ‘기 제출한 사업 참여 조건 내용을 변경하는 일체의 행위를 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내용의 이행각서를 작성해 조합에 제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조합원은 “입찰 마감 후 무리하게 조건을 변경하며 원인을 제공한 대림산업도 잘한 게 없지만 소송이라는 극단적인 대응으로 모처럼 재개된 사업을 지연시킨 현대건설에도 실망했다”고 말했다.

현장 설명회에 13개 건설사 참여

청천2구역 조합은 시공사 선정 총회를 다시 준비하고 있다. 분위기는 여전히 뜨겁다. 조합 사무실에서 지난 2월 1일 진행된 시공사 현장 설명회에는 무려 13개 건설사가 참여했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앞서 선보인 인천 도화 뉴스테이가 변두리에 자리하고 규모가 작은 데 비해 청천2구역은 구도심에 있는 데다 5400가구 매머드급 규모를 자랑한다”며 “특히 인천 지역은 재개발 물량도 많이 남아 있어 기선 제압의 의미도 크다”고 말했다.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 마감일은 2월 24일이고 총회는 3월 27일 개최될 예정이다. 과연 최종 승자는 누가 될지 벌써부터 이목이 집중된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역시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이다. 현대건설은 이미 수원 호매실 뉴스테이 사업자로 선정돼 있지만 청천2구역을 추가로 수주해 앞으로 쏟아질 인천 물량을 공략해 나갈 방침이다.

대림산업도 뉴스테이 도화와 위례의 성공을 발판 삼아 청천2구역까지 확보해 명실상부한 뉴스테이 강자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청천2구역의 한 대의원은 “현재 대림산업이 조금 우세해 보인다”면서도 “대림산업에 대한 지지보다 총회 무산 이후 현대건설에 대한 실망감이 크게 작용한 만큼 뚜껑을 열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고 귀띔했다. 입찰 마감 후 입찰 조건에 따라 성패가 좌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건설은 최근 ‘이사비를 가구당 2000만원 이상 무상 지급하겠다’는 내용으로 조합원들에게 문자를 보내고 구역 내 현수막을 걸었다 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무산된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대림산업보다 불리했던 이사비 조건을 유리하게 변경한 것이다.

이를 두고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골수팬이 많은 현대건설이 조건마저 좋게 해준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며 환영하는 시선과 “1000만원 무상 지급이 부실 공사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던 곳에서 2000만원을 준다는 것 자체가 조합원을 기만하는 행위”라는 부정적인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현대건설의 한 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한편 청천2구역 시공사 선정전에는 제3의 건설사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의 과열 경쟁으로 벌어진 틈이 어부지리를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조합원들도 입찰 조건만 좋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어부지리의 주인공으로는 대우건설·한화건설·두산건설 정도로 요약된다.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못지않게 뉴스테이 사업에 적극적인 건설사들이다.

kb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