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업체들이 메인 전시장 독차지, 5G 논의 급물살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주최하는 세계 최대의 이동통신 관련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6’이 지난 2월 22일부터 25일까지 스페인 제2의 도시 바르셀로나에서 열렸다.

전 세계 모바일 통신과 기기 산업의 흐름과 방향을 한눈에 엿볼 수 있는 이 행사를 통해 우리의 바뀌게 될 미래를 미리 들여다봤다.
‘MWC 2016’ 결산…대세가 된 가상현실(VR)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그란비아에서 개막된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6’에서 삼성의 가상현실(VR) 기기인 ‘기어VR’를 착용한 관람객들이 360도 입체 영상을 보고 있다.

모바일 시장의 미래를 보여주는 바로미터, ‘MWC 2016’이 지난 2월 25일 나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그란비아 전시장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전 세계 2000여 개 업체가 선보인 첨단 제품과 기술이 대거 소개되며 미래 모바일 시장이 또 한 번 크게 달라질 것을 예고했다.

특히 ‘모바일이 모든 것(Mobile is Everything)’이란 주제에 걸맞게 모바일 기기를 통한 가상현실(VR)과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로봇 등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기술들이 대거 소개됐다. 또 3차 산업혁명과 4차 산업혁명 간 교량 역할을 할 5세대(G) 통신 기술도 성공적으로 시연됐다.

주변 기기인 VR 기기가 더 인기

올해 MWC의 가장 큰 특징은 ‘흥’이 있었다는 점이다. 마치 실내 놀이공원에라도 온 듯 보고 듣고 타고 즐길 오락거리가 가득했다. 주요 기업들이 일제히 VR를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을 자신들의 전시관 내에 설치하며 내방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한 경쟁을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행사에 참석한 한 국내 스타트업 관계자는 “올해 MWC는 가상현실이 대세였다”며 “사람들이 몰리는 곳은 가상현실 체험장이었고 이들은 직접 체험하며 탄성을 내질렀다”고 설명했다.

사실 MWC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라는 수식어답게 그동안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가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이처럼 상황이 바뀌었다.

전시장의 문이 열리자마자 관람객들은 가상현실 체험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실제로 이번 행사에서는 모바일 축제인 만큼 다양한 업체들이 스마트폰·스마트워치·태블릿PC 등을 선보였지만 이들 기기는 사실상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는 평이다.

삼성과 LG전자가 새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공개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그나마 눈길을 끌었지만 정작 주목을 받은 것은 주변 기기인 가상현실이었다.

접근성이 좋아 금싸라기 땅이라고 불리는 메인 홀 3관은 스마트폰 제조사, 통신사, 반도체 업체, 자동차 회사 할 것 없이 VR 체험관을 마련했다. 삼성전자·SK텔레콤의 VR 기기를 체험하기 위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시간씩 기다려야만 했다. 가상현실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업체들도 VR 기기를 이용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SK텔레콤·KT, 5G 속도 시연 성공

그런가 하면 올해 MWC에 참석한 글로벌 주요 통신 관련 기업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5G 기술을 선보이며 시장 선점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5G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던 것에 비하면 1년 새 엄청난 변화다.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은 “작년엔 5G에 대해 의견이 좀 갈렸는데 1년 만에 달라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SK텔레콤·KT 등 국내 통신 ‘양강’은 이번 MWC에서 나란히 5G 기준 속도를 시연하는 데 성공하면서 ‘5G 리더십’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 미국의 AT&T, 중국의 차이나모바일 등 해외 통신사들도 5G를 주제로 부스를 구성했지만 한국 기업들이 더 빛났다.

5G는 최대 전송 속도 20Gbps로 초고화질(UHD) 영화 1편을 10초면 내려 받을 수 있는 차세대 통신 기술로, 롱텀에볼루션(LTE) 통신 대비 최대 1000배 이상 빠르다.

우선 SK텔레콤은 20.5Gbps 속도로 데이터를 실시간 전송하는 5G 시연에 성공했다. 그간 연구실 환경에서만 가능했던 5G의 속도 기준을 공공장소에서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T도 25.3Gbps의 속도 시연에 성공했다. ‘꿈의 통신’으로 불리는 5G를 한국 통신 업체가 주도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5G는 향후 표준화가 급선무인 상황인데 핵심 기술 시연에 성공한 한국 통신사들이 글로벌 표준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황창규 KT 회장은 “지난해 MWC에서 ‘5G, 새로운 미래를 앞당기다’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지만 당시 회의적이고 냉소적인 분위기가 있었다”며 “올해 MWC를 둘러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5G가 확산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3번 홀’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MWC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과연 변화의 주도권을 쥔 나라가 어디인지다. 업체의 역량과 제품 그리고 기술력이 곧 소속 국가의 기술력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MWC 현장에서는 각 기업들 간의 기싸움이 대단했다.

이런 의미에서 삼성전자·LG전자·SK텔레콤·KT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은 이번 MWC에서 전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으며 주도권을 잡았다는 평가다.

사실 MWC가 열리기 전 업계에서는 ‘한중일’ 삼국지가 예상된다고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다른 양상이었다. 갤럭시 S7과 G5를 공개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버티고 있는 한국의 인기는 여전했지만 일본은 자취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반면 대륙의 힘을 보여준 중국이 급부상했다.

이를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것은 ‘전시장에서 어느 나라 어떤 업체가 메인 부스를 차지하느냐’다. 바르셀로나 신시가지에 자리 잡은 대규모 전시장 피라그란비아는 1부터 8까지 길게 늘어서 있는 거대한 전시장을 하나의 통로가 관통하는 구조다.

정면 입구로 들어가 하나씩 늘어나는 전시장 번호를 세며 앞으로 가다 보면 ‘홀 3’ 전시장이 나온다. 바로 여기가 전통적으로 MWC 행사의 가장 핵심이 되는 전시장이다. 가장 ‘잘나가고’, ‘관심 많은’ 제조업체들이 한가운데 전시장을 차린다.

이러한 MWC 메인 전시장 3번 홀의 주인공은 한국의 삼성전자·LG전자·SK텔레콤·KT 등 4곳과 화웨이를 비롯한 ZTE·레노버·차이나모바일 등 중국 기업들이 차지했다. 한국의 4개사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3번 홀에 입주하면서 IT 강국의 위상을 보여줬다.

화웨이는 이미 수년 전부터 MWC의 터줏대감 노릇을 해 왔다. 최근 계속 MWC 공식 후원사를 해 왔고 기업 고객을 상대로 한 B2B관도 단연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3번 홀에는 화웨이 외에도 중국 휴대전화 내수 시장에서 꾸준히 5위권을 유지하는 ZTE를 비롯해 모토로라를 집어삼킨 레노버까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만 3곳이 포진했다.

삼성 ‘갤럭시 S7·S7엣지’ LG ‘G5’ 공개

올해 MWC 주제인 ‘모바일이 모든 것’에 걸맞게 삼성전자·LG전자·SK텔레콤·KT 등은 각사의 역량을 집중한 제품과 기술력을 뽐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수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는 모바일 기기들을 선보였고 SK텔레콤과 KT 등 통신 기업들은 미래를 짊어질 기술력으로 경쟁했다.

우선 삼성전자는 ‘한계를 넘어서’라는 주제를 정하고 VR 산업에 초점을 맞췄다. 스마트폰과 함께 360도 영상·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구형의 VR 카메라 ‘기어 360’과 갤럭시 시리즈의 신제품인 갤럭시 S7·S7엣지를 선보였다.

이들 제품에 가상현실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는 게임·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최적으로 지원하는 처리 시스템과 저장 용량 확보를 위한 듀얼 심(SIM)카드를 탑재했다.

LG전자는 기울어 가는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되살리기 위해 ‘개선’이 아닌 ‘집중’을 선택했다. 모든 것을 ‘G5’에 집중한 것. 이른바 ‘하드웨어 생태계’ 전략이다. 다양한 부가 기능과 재미를 주는 G5를 중심으로 한 주변 기기를 대거 내놓은 것이다. 가상현실 기기와 드론·오디오·CCTV 등이다. 이른바 G5의 ‘친구들(friends)’이다.

통신 업체인 SK텔레콤은 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생활·사회·산업의 가치를 높이는 ‘차세대 플랫폼’을 전면에 내세웠다. ‘플랫폼에 뛰어들다’라는 전시 주제처럼 3대 플랫폼 전략 ▷생활 가치 플랫폼 ▷미디어 플랫폼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등을 강조했다. 여기에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정의한 5G 최소 충족 사항인 ‘20Gbps’ 속도를 선보인 것이다.

KT는 ‘5G 시대로 가는 통로’라는 주제에 맞춰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에 대비한 네트워크 기술을 선보이는 데 집중했다. 25.3Gbps 속도 시연을 비롯해 5G 기술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를 소개했고 2018년 평창에서 구현될 5G 올림픽을 미리 경험할 수 있도록 전시관을 꾸몄다.

특히 이번 MWC에서 ‘5G 올림픽’ 실현을 위한 ‘밀리미터파(mmWave)’ 기반의 ‘평창 5G 핵심 규격’을 확정, 여러 제조사의 5G 기술을 상호 동작할 수 있는 국제 표준을 마련하는 성과도 거뒀다.

한편 이번 MWC 2016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전시뿐만 아니라 잇따라 굵직한 상까지 휩쓸며 한국 정보통신기술(ICT)의 우수한 경쟁력을 세계에 알렸다. 특히 LG전자 ‘G5’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 글로벌 모바일 어워드’에서 ‘최고의 휴대전화 기기’로 선정된 것을 비롯해 총 32개의 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S6 엣지’와 ‘기어 S2’도 지난 한 해 동안 ‘최고의 스마트폰’과 ‘최고의 커넥티드 기기’ 상을 받았으며 SK텔레콤은 ‘네트워크 성능 감시 솔루션’으로 ‘기반 기술 부문 최고상’을 수상했다.

cw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