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장 7대 유망 산업 '에너지 신산업'
아시아 신흥국이 성장 잠재력 가장 높아

[한경비즈니스=김현기 기자] 2014년 독일 북부 슐레스비히홀슈타인 주의 헬골란트섬 인근 해상에 대형 풍력발전 터빈이 들어섰다.

현재 독일 북부 지역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는 이 터빈들은 대당 3000만 달러(약 365억원)로 60층짜리 건물 높이에 에어버스 A380 여객기 날개 크기의 바람개비를 지녔다.
화석연료서 신재생에너지로 시장 헤게모니 이동
독일을 선두로 2000년대 초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신재생에너지가 미래 신성장 산업으로 다시금 떠오르고 있다. 온실가스 중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 전 세계가 앞다퉈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투자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세계 각국에 신재생에너지 개발 붐이 일면서 글로벌 에너지 산업 지형이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화석연료서 신재생에너지로 시장 헤게모니 이동
2020년까지 아시아서 연평균 216조 투자

2008년 교토의정서 이후 파리기후협약(COP21)이 2015년 12월 채택됐다. 이번 협약은 전과 달리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모든 탄소 배출 국가들에 적용되는 범국가적 차원의 첫 협약이었다.

COP21을 통해 에너지 시장의 헤게모니가 기존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이동할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40년까지 새롭게 건설될 전 세계 발전소의 약 60%가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를 대체해 친환경적이며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변환 가능한 것을 뜻한다. 대표적인 예로 태양광·풍력·원자력·수소에너지 등이 있다.

미국 뉴에너지파이낸스에 따르면 2016년 신재생에너지 글로벌 시장 규모는 125기가와트(GW)로 추정되며 연평균 6.3%의 성장 속도를 나타내고 있다. 이와 같은 추세라면 2030년에는 235GW에 달할 전망이다.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투자 규모 역시 연평균 13.1%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2017년에는 4456억 달러(약 542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유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재생에너지가 가장 크게 성장할 시장은 아시아 신흥국”이라며 “2020년까지 아시아의 연평균 예상 투자 규모는 1780억 달러(약 216조원)로 전체 신재생에너지 분야 투자의 43%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2015~2020년 사이 풍력과 태양광이 전체 신재생에너지 시장의 69%를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재생에너지 관련 시장의 확대로 에너지 저장 장치(ESS) 시장의 성장세도 주목할 만하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내비건트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ESS 시장은 2013년 16조원에서 2020년 58조원 규모로 연평균 53%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설비 용량 역시 2015년 6001메가와트시(MWh)에서 2020년 4만5394MWh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ESS는 글자 그대로 에너지를 담아 두는 장치를 말한다. 생산된 전력을 발전소·변전소·송전선 등 각각의 연계 시스템에 저장한 후 전력이 필요한 때 맞춰 사용할 수 있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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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저장 장치·스마트 그리드도 유망

전 세계 에너지 업체가 ESS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신재생에너지의 발달로 기존 전력의 품질이 저하되는 문제를 ESS가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는 입지 환경이나 자연조건에 따라 출력 변동이 심하다. 따라서 연속 공급이 불가능하고 에너지 생산 시점과 수요 시점의 시간차가 발생하게 되므로 신재생에너지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ESS가 필요하다. ESS는 출력 변동성이 심한 에너지원을 고품질 전력으로 전환, 전력망에 연계해 주는 역할을 한다.

글로벌 ESS 시장에서 세계 1위 기업은 미국 5대 전력 회사인 AES의 ESS부문 자회사인 AES에너지스토리지다. 이 회사는 2000년대 초반 이차전지를 활용한 ESS를 처음 도입해 상업화하는 데 성공했고 2009년 이후 전 세계 주요 지역에 약 400MWh 규모의 ESS 프로젝트 실적을 자랑하고 있다.

LG화학 역시 내비건트리서치가 글로벌 주요 배터리 업체들을 대상으로 평가한 ‘글로벌 경쟁력 평가’에서 2013년과 2015년 세계 1위를 달성한 바 있어 LG화학과 AES는 업계 선두 자리를 놓고 치열한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12월 경쟁 업체인 AES와 2020년까지 1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단일 공급 계약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1GWh는 4인 가구 기준 약 10만 가구가 하루 동안 쓸 수 있는 전력량으로 전기차 5만 대를 충전할 수 있다.

한편 에너지와 정보통신기술(ICT)의 결합을 통해 다양한 융·복합 비즈니스 모델 창출이 가능한 스마트 그리드도 에너지 신산업 분야 핵심 플랫폼으로서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스마트 그리드는 기존 전력망에 ICT를 접목한 차세대 지능형 전력 인프라 시스템으로, 공급자와 수요자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서로 교환하게끔 해준다. 지능형 수요 관리, 신재생에너지 연계, 전기차 충전 등이 가능해 사용자에게 최적의 에너지 효율성을 제공한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스마트 그리드는 에너지 효율 향상에 의해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신재생에너지에 바탕을 둔 분산 전원의 활성화를 통해 에너지 해외 의존도를 낮춰 준다”며 “또한 기존의 발전설비에 들어가는 화석연료 사용 절감을 통해 온실가스 감소 효과도 있어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henr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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