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바이오 CMO 눈앞…IoT 플랫폼 '아틱' 출시도

국내 대기업들의 신성장 동력 찾기가 한창이다. 급변하는 시장과 노키아·샤프·모토로라 등이 줄줄이 매각되면서 영원하고 안정적인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는 없다는 것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그룹도 그간 영업이익의 90% 정도를 차지했던 삼성전자의 수익 감소가 눈에 띄고 있다. 특히 IM(IT·모바일)사업부는 2015년 10조14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이는 전년의 14조5600억원보다 30% 정도 감소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은 스마트폰에 집중했던 사업 비중을 줄이고 그 대신 또 다른 신성장 동력 찾기에 나서고 있다.
삼성그룹, 반도체의 성공 노하우 바이오에서 재현
지난 2월 미국 뉴욕 맨해튼 삼성 마케팅센터를 찾은 사람들이 300개의 모니터로 만든 터널을 지나고 있다.

스마트폰 집중 버리고 ‘사업 다각화’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 최초로 2012년 매출 200조원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2014년부터 매출 성장세가 주춤하며 전자 등 주력 산업의 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따라 삼성전자는 사물인터넷(IoT)·반도체·전장·바이오산업 등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특히 간편 결제 서비스인 ‘삼성페이’를 통해 모바일과 금융의 결합을 이뤄 냈다. 삼성페이는 국내시장은 물론 미국 시장에서도 안정적으로 안착했다. 삼성페이는 지난해 8월 출시 이후 2개월 만에 국내 가입자 100만 명을 넘겼고 하루 평균 결제 10만 건, 결제 금액 약 20억원에 달할 만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미국과 한국을 더한 삼성페이 가입자는 약 500만 명, 누적 결제 금액은 약 5억 달러(약 6167억원)에 이른다. 삼성페이는 3월 중국 출시에 이어 연내 호주·브라질·싱가포르·스페인 등에 진출하는 등 해외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IoT 전담 조직을 통해 반도체·가전·모바일 등 전 사업부문과 연계할 수 있는 IoT 생태계 조성에도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 DS(부품)부문에 ‘IoT 사업화팀’을 신설했다.

소병세 부사장(DS부문 SSIC 기술전략팀장 겸직)을 중심으로 강명구 상무 외 50여 명의 임직원으로 구성된 IoT 사업화팀은 IoT 플랫폼 ‘아틱’ 등 IoT 관련 기술과 제품 개발을 담당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19일 아틱을 출시하며 삼성 IoT 플랫폼 조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아틱은 프로세서(AP)·메모리·통신·센서 등으로 구성된 초소형 IoT 모듈로, 소프트웨어·드라이버·스토리지·보안 솔루션·개발 보드·클라우드 기능이 하나의 모듈에 집적된 플랫폼이다. 개발자들이 아틱을 활용하면 빠르고 손쉽게 IoT 기기를 제품화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전자 부품 전문 유통 업체인 디지키(Digi-key)를 통해 아틱을 공급함으로써 전 세계 IoT 관련 업체들과 개발자들이 아틱을 구입할 수 있도록 했고 이를 통해 아틱 생태계를 보다 빠르게 확장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특히 냉장고·에어컨·세탁기 등을 스마트폰으로 외부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삼성 제품만으로 이뤄진 ‘삼성 스마트 홈’을 구현할 수도 있다. 또 이 제품들에는 반도체가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도 IoT의 핵심이 될 수 있다.

IM부문과 CE(소비자가전)부문 등 다른 사업부에서도 IoT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에 IoT 사업화팀을 마련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작년 9월부터 영국과 미국 시장에서 ‘SAMSUNG’ 브랜드의 IoT 관련 제품 판매를 시작했고 올 상반기 국내 판매를 앞두고 있다.

전장 사업, 인포테인먼트·자율 주행 ‘집중’

삼성전자는 스마트카 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조직 개편을 통해 자동차 전장 사업 진출을 본격화했다. ‘전장’은 차량에 들어가는 각종 전기·전자장치와 IT 장비를 총칭하는 개념으로, 인포테인먼트·중앙정보처리장치(CID)·헤드업디스플레이(HUD)·차량용 반도체 등을 말한다.

전장사업팀은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장인 권오현 부회장이 맡았다. 전장사업팀은 단기간 내 사업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인포테인먼트와 자율 주행 관련 기술에 집중할 계획이다. 전장사업팀장은 생활 가전 C&M사업팀을 이끌던 박종환 부사장이 맡았다.

박 부사장은 1995년부터 2년 동안 삼성자동차에 파견됐던 인력인 만큼 스마트카 사업을 이끌어 갈 적임자로 평가된다.

전장사업팀은 경기 수원 삼성전자 본사에서 근무하며 박종환 부사장을 비롯해 20여 명으로 꾸려졌다. 박 부사장 아래 사업전략그룹·개발전략그룹·대외협력그룹 등으로 구성됐다. 사업전략그룹장은 백종수 상무가 맡고 개발전략과 대외협력그룹장은 무선사업부 출신인 이원식 전무가 겸임한다.

또 이재용 부회장이 신성장 동력으로 적극 키우고 있는 ‘바이오’ 사업도 삼성그룹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총 85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고 수준의 바이오 의약품 위탁 생산 공장인 ‘제3공장’ 증설하고 있다. 2017년 말까지 건설을 완료, 2018년 4분기부터 상업 가동을 시작할 방침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인천송도경제자유구역 내 본사에서 제3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제3공장이 완공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능력이 36만 리터로 증가돼 스위스의 론자(26만 리터), 독일의 베링거잉겔하임(24만 리터) 등을 제치고 단숨에 세계 1위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전문 기업(CMO)으로 도약하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3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매출 2조원 돌파와 영업이익 1조원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시설 투자와 연구·개발(R&D)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25조5000억원을 시설 투자에 투입했고 13조7100억원을 연구·개발 비용으로 사용했다.

또 삼성물산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통해 바이오산업을 육성하고 있고 호텔신라는 면세점을, 삼성SDI는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경비즈니스=김태헌 기자 k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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