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기술력·계열사 간 시너지 ‘강점’…작년 R&D에 6조원 투자

[한경비즈니스=김현기 기자]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수익 구조를 개선하고 산업과 시장의 흐름에 맞게 우리의 사업 구조를 고도화해야 합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지난 2월 22일 열린 ‘글로벌 CEO 전략 회의’에서 “급변하고 어려운 경영 환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우리의 사업 구조 및 방식을 면밀히 파악해 근본적으로 그리고 선제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이에 따라 미래 준비에 나선 LG그룹의 발 빠른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B2B(기업 간 거래) 분야다. LG그룹이 지닌 B2B 사업의 강점은 크게 3가지다. 차별화된 기술력과 시너지 역량, 높은 수율의 생산 체제 및 고객 신뢰다.

LG그룹은 남보다 앞선 B2B 사업 역량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자 부품 및 화학 소재의 차별화된 기술 역량과 이를 바탕으로 한 계열사 간 시너지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율 극대화를 통한 품질·가격·물량의 최적화된 생산 체제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고객사의 다양한 요구에 맞춰 솔루션을 제안·실행해 쌓은 신뢰성도 한몫한다.
LG그룹, ‘자동차부품·에너지’ B2B 역량 강화로 승부
자동차 배터리 매출, 올해 79% 늘어날 듯

LG그룹은 현재 각 계열사들이 지닌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바탕으로 대표적 B2B 사업인 자동차 부품과 에너지 사업을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미래 자동차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전기차와 자율 주행차 등 스마트카 개발에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투자와 혁신이 잇따르고 있는 만큼 LG그룹의 자동차 부품 사업도 이런 산업 흐름에 맞춰 지속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자동차 부품 사업은 그룹 내 핵심 주력 계열사가 협력하는 구조를 지녔다. LG전자가 자동차용 부품을, LG디스플레이가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생산한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LG이노텍은 차량용 센서·카메라 모듈·발광다이오드(LED), LG하우시스가 자동차용 원단 및 경량화 소재 등을 각각 소화해 낸다.

LG전자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차세대 전기차에 구동 모터 등 11종의 핵심 부품을 공급하고 유럽과 북미의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 자율 주행차 개발 협력을 맺는 등 미래 스마트카의 핵심 부품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LG화학은 세계 최고 기술력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최근 미국 크라이슬러와 배터리 공급 계약을 했다. 또한 GM·포드 등 북미3대 완성차 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하는 한편 현재 20여 곳의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 수백만 대의 차량에 탑재할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들은 LG화학의 자동차용 전지 매출이 지난해 7000억원에서 올해 1조2000억원으로 7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와 증권사 리포트에 따르면 LG의 자동차 부품 사업 매출은 지난해 4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올해는 5조원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LG화학의 세계 1위 에너지 저장 장치(ESS)용 배터리와 LG전자의 고효율 태양전지 모듈 생산 덕택에 에너지 사업도 순항 중이다. 지난해 3조원으로 집계된 에너지 사업의 올해 매출은 4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LG그룹은 종합 에너지 솔루션 역량을 바탕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LG전자가 고효율 태양전지 모듈과 ESS를, LG화학은 ESS용 배터리, LG CNS는 에너지 관리 시스템(EMS) 등 스마트 마이크로 그리드 솔루션, LG퓨얼셀시스템즈는 연료전지 발전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울릉도·제주도에 ‘에너지 자립섬’ 구축

현재 울릉도와 제주도 등 국내 도서 지역을 ‘100%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으로 구축하는 대규모 사업을 진행 중이다.

또한 LG유플러스는 최근 서울시와 ‘에너지 효율화 및 사회 공헌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서울시 소재 아파트 및 산하 기관 등을 대상으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에너지 소비 효율화 사업을 공동 추진, 에너지 사용량 및 피크 전력 절감 및 온실가스 감축 등을 통해 ‘에너지 자립 도시, 서울’을 구현하기로 했다.

LG그룹은 주력 사업의 시장 선도를 가속화하고 신성장 사업을 집중 육성하는 ‘사업 구조 고도화’를 통해 현재 처한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성장을 이뤄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도 연구·개발(R&D) 투자를 아끼지 않고 선제적인 투자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LG 관계자는 “올해는 중국 경기 침체, 유가 하락 등 전 세계 경기 불황에 따른 경영 환경이 예전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미래 준비를 위한 R&D 투자는 줄이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LG는 2011년 R&D에만 4조3000억원을 투자한 이후 연평균 5000억원 이상 꾸준히 R&D 투자를 늘려 왔다.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인 6조3000억원을 투자해 처음으로 6조원대를 돌파했다.

계열사별 투자 방안에 대해 살펴보면 LG전자는 5272억원을 투자해 기존 8개의 태양전지 생산 라인에 6개를 신설, 총 14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미래 먹거리를 위한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전략이다.

2018년까지 이뤄지는 이번 신규 투자를 통해 현재 연간 1기가와트(GW)의 생산능력을 3GW까지 확대한다. 3GW 규모의 태양전지는 가정집 10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이다.

LG디스플레이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세계 최대 규모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생산 공장 건설에 1조8400억원 등 향후 3년간 총 10조원 이상 쏟아부을 예정이다. 향후 2~3년 뒤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최근 5152억원을 투자해 국내 최대 농자재 생산 업체인 동부팜한농 인수를 확정했다. 신성장 동력 발굴에 집중하고 있는 LG화학은 2014년 미국 수처리 분리막 필터 생산 업체인 ‘나노H2O(NanoH2O)’를 인수한 데 이어 동부팜한농까지 인수해 기존 기초 소재(석유화학), 정보전자 소개, 전지 사업과 함께 다양한 사업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henr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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