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하락은 달러 가치 하락 예고…올해 미국 경기 수축 시작될 듯
‘다가오는 달러 약세’ 포트폴리오 다시 짜라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2014년 이후 신흥 시장 중심으로 세계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는 데도 미국 경제는 굳건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경기도 점차 정점에 근접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2009년 6월을 저점으로 확장 국면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 2월까지 경기 확장이 81개월 지속되고 있는 셈인데, 1945년 이후 11번의 경기순환 중 평균 확장 기간인 58개월(1854년 이후로는 39개월)을 훨씬 넘어섰다.

미국의 경기 확장 국면이 이보다 긴 것은 두 번 있었다. 1961년 2월에서 1969년 12월까지 106개월 동안 확장 국면이 지속됐는데, 당시 베트남전쟁에 따른 수요 증가가 경제성장을 지속시킨 주요 요인 중 하나였다.

그다음 정보통신 혁명의 영향으로 10년간(1991년 3월~2001년 3월) 미국 경기가 확장 국면을 보였다. 이번 경기 확장은 공급 측면에서 셰일가스 혁명과 수요 측면에서 과감한 통화정책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예전의 경험으로 보면 경기 확장이 81개월 이상 지속될 확률은 9% 정도다.

2008년 하반기 들어 미국 경제는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급속하게 위축됐다. 2009년 4분기에는 국내총생산(GDP)이 2008년 2분기보다 3.9% 줄었다. 하지만 그 이후 회복되면서 지난해 4분기에는 GDP가 2008년 2분기보다 10% 늘었다.

미국 경제가 이처럼 성장한 것은 GDP의 69%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가 같은 기간 12.3% 증가했기 때문이다. 투자 쪽에서 보면 설비투자는 11.5% 증가했지만 건설투자는 5.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수출과 수입은 각각 17.7%, 13.8%씩 증가했다.

경기 회복에 따라 고용도 증가하고 있다. 미국이 금융 위기(2008년 2월~2010년 2월)를 겪는 동안 미국의 비농업 부문의 일자리는 870만 개 줄었다.

하지만 2010년 3월부터 일자리가 증가세로 돌아섰고 올해 1월까지 고용이 1356만 개 늘어나 금융 위기로 잃어버렸던 일자리의 1.6배를 늘린 셈이다. 2009년 10월 10%까지 올라갔던 실업률도 올해 1월 4.9%까지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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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의 과다 부채가 금융 위기 불러

미국 경제가 이처럼 회복된 것은 미 정책 당국이 재정과 통화정책을 과감하게 운용한 데 따른 것이다.

2008년 미국 금융 위기의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민간 부문(가계+기업+금융회사)의 과다한 부채였다. 1990년 민간 부문의 부채가 명목 GDP의 179%였지만 이것이 2000년 235%로 상승했고 금융 위기 직전이었던 2008년 2분기에 288%까지 올라갔다.

특히 2000년에서 2008년 2분기까지 금융 부문의 부채가 GDP의 75%에서 103%까지 크게 증가했고 가계 부채도 같은 기간 70%에서 98%까지 늘었다. 그래서 일부 금융회사가 파산하고 금융 위기가 발생하면서 부채가 많은 가계도 소비를 줄였다.

하지만 그 이후 민간 부문이 이른바 디레버리징을 하면서 민간 부문의 부채가 줄어들고 있다. 2009년 2분기에 민간 부문의 부채가 GDP의 296%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2015년 3분기에 246%까지 하락했다. 주로 금융과 가계 부문의 부채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소비 감소 등으로 경제가 침체 상태에 빠지자 미국 정부는 재정지출을 적극적으로 늘려 경기를 부양했다. 이에 따라 정부 부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08년 2분기 64%에서 2014년 4분기에 103%까지 급등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경기 회복으로 세수가 증가하고 정부 지출이 다소 감소하면서 2015년 3분기에 이 비율이 101%로 약간 하락했다. 이로 미뤄 보면 디레버징을 거친 민간 부문이 어느 정도 건전해지면서 소비와 투자 활동을 하고 이에 따라 정부의 세입이 세출보다 상대적으로 더 늘어나는 경기 회복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과감한 재정정책과 함께 미 중앙은행(Fed)은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운용했다. 우선 정책 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를 5.25%에서 0~0.25%로 인하했고 이도 모자라 세 차례에 걸친 양적 완화를 통해 대규모로 돈을 찍어냈다. 이에 따라 2007년 말 8372억 달러였던 본원통화가 양적 완화를 종료한 2014년 10월 4조15억 달러로 4.8배나 늘었다.

Fed는 양적 완화 종료에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연방기금 금리 목표 수준을 0~0.25%에서 0.25~0.50%로 인상하면서 통화정책을 정상화하고 있다.

양적 완화와 함께 주가와 집값 등 자산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2009년 666까지 떨어졌던 주가(S&P500)는 지난해 5월 2134까지 3.2배나 올랐다. 또한 집값(20대 도시 기준)도 2012년 3월부터 오르기 시작해 지난해 12월까지 34% 상승했다. 이러한 자산 가격의 상승이 미국 소비 증가에 상당히 기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적극적 통화 및 재정정책의 영향으로 자산 가격 상승과 함께 소비가 증가하면서 미국 경제가 회복됐다. 하지만 미국 경제에 아직도 디플레이션 압력이 해소되지 않았다. 양적 완화를 통해 3조 달러가 넘는 돈을 풀었는데도 물가는 안정되고 있다.

제조업은 이미 경기 둔화 시작

금융시장에서는 장·단기 금리 차이가 축소되면서 경기 둔화를 예고하고 있다. 경기를 전망하는데 많이 사용되는 10년과 2년 국채 수익률 차이가 2013년 12월을 정점(2.56% 포인트)으로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경기 둔화를 예고했다. 올해 2월에는 장·단기 금리 차이가 1.05% 포인트로 더 축소됐다.

2000년 이후 통계를 대상으로 분석해 보면 장·단기 금리 차이가 경제성장률에 9분기 정도 선행(상관계수 0.48)해 왔는데, 금리 차이 축소에 이어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제성장률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특히 2015년 10월부터는 제조업의 체감 경기를 나타내는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가 50 이하로 하락했고 산업 생산도 11월부터는 2009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전년 동월 대비 기준)로 전환됐다. 2011년 8월 이후 최근까지 달러 가치가 주요국 통화에 비해 38% 상승했는데, 이 영향이 제조업 경기에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 미국 경제는 서비스업 중심으로 경기 확장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장·단기 금리 차이가 축소되고 주가가 하락하면서 경기 둔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미 제조업 경기는 침체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2009년 6월부터 81개월 지속되고 있는 경기 확장 국면이 언제 끝날 것인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올해 어느 시점일 수 있다.

경기 수축 국면을 예상하면서 올 들어 주가가 먼저 하락하고 있다. 조만간 달러 가치도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2009년 이후 통계로 주가(S&P500)와 달러 가치를 분석해 보면 주가가 6개월 선행(상관계수 0.70)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두 변수 간에 인과관계를 분석해 봐도 주가가 달러 가치에 일방적으로 영향을 줬다. 즉, 주가가 상승(하락)하면 일정 시차를 두고 달러 가치도 상승(하락)했던 것이다. 최근 주가 하락은 달러 가치 하락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 경기와 달러 가치 방향에 따라 모든 투자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 경제도 중요하지만 이제 미국 경제 동향을 더 세밀하게 관찰하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